〈현장〉 독백

조창익 | 편집위원장

Ⅰ.

인생 육십 회갑이라
나는 어찌 홀로이 빈 청사에
밤을 지새는가
양친부모 병상에다
아내 또한 편치 않은데
해직된 몸으로
나는 무얼 갈구하는가
농단에 농단이라
가녀린 촛불 들고 새 세상 일구었고
사람들 눈가에
한 때
생기가 돌았더라
참으로 한 때였더라
기가 막히더라
그 놈이 그 놈이더라
육법전서 희롱한 놈 멀쩡하게
살아 있고
우두머리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더라
떡검 검새들은
무소불위
칼 춤 여전하고
사이비 정론직필
부회뇌동 곡학아세
매한가지고
아! 가엽도다!
적수공권 가난뱅이
숨쉬기가 어렵더라
한 여름 뙤약볕에
논 바닥을 기어봐도
쌀값은 똥값이고
양파는 갈아엎고
공장 철야 뼈빠지게 일을 해도
등골만 휘어지고
빚더미는 태산 같고
나오느니 한숨 일세
오호라!
배부른 놈
배터져 죽겠더라
금은보화 그득그득 부자 놈들
곶간에는 술술술
800조 1000조
돈 굴러가는 소리 조올졸
절로 나더라
시나브로
의원 나리들은 해괴한 야합(野合)으로
별별 악법 타령이라
아이엘오 비준 뒤에
민주노조 비수 꽂고
탄근젠가 당근젠가
최임제는 눈물쏟는 최루제
사사건건 시시때때
촛불 민심 정면 배반
개구리 와자 청와댄가

Ⅱ.

그 날 그 약속
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한다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이 고운 말씀에
님의 정치가 담겼으면
언약이 멈춘 곳
민심도 막히고
만남도 막혔음이니
이 어찌 비극이 아니리오
님의 정치가 어찌 꽃처럼
피어날 수 있겠는가

Ⅲ.

여기
빈 청사
동지들은 맨바닥에
엿새 째
노곤한 하루를 잠재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맑아지는
신심
그대의 무딘
칼날로 어찌
빛나는 투혼을 베겠는가
몸서리치며 성찰하라
그대들의 정치는
얼마나 허접한가

여기는
밤의 빈 청사
우리가 접수했다
본디 여기는 민중의 집강소
민중의 집이다
우리가 노동을 지킨다
여기는 맨바닥
끝내 세상을 바꾼다

2019 10 26 새벽 2시
동지들이 잠든 밤. 서울노동청. 농성 엿새째.
법외노조 직권취소! 해고자 원직복직! 온전한 노동3권!
노동법 개악중단! 전교조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

2019. 10. 29 서울 고용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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