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 박차를 가해 – 故 경마기수 문중원 열사 영전에

송경동 | 시인

더 박차를 가해
연대와 공생 그런 쓸모없는 인성 같은 건
수채통에나 처박고
너가 살기 위해선 동료들을 제끼고 짓밟고
경쟁에서 이겨야 돼

더 박차를 가해
누가 죽던 누가 다치던
쫓겨나던 개의치 말고, 누구의 삶이
거덜나고 눈물나던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며 쭉 달려야 해

그렇게 15년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련하며
더더 박차를 가할수록
앞이 보이질 않는 희한한 세상
고삐 한번 놓을 새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그런 우리들의 가난한 꿈을
편안한 안장으로 삼아
탄탄대로를 달리는 부유한 소수
회전문으로 들락날락하며
그들만의 배타적이고 환상적인 레이스를
굳건히 지켜주는 정치·관료 모리배들

그런 세상이 당신을
삶에서 강제로 낙마시켰지
15년 동안 곯은 배 허리띠 졸라매며
부정과 부패 한번 달려 온
정직한 당신을 주저앉혔지

우린 그런 당신이
목숨을 걸고 고발한 마사회와
이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용서할 수 없네

무한경쟁과 이윤을 위한
눈 먼 도구되기를 거부하고
다른 삶들을 위한 진짜 선진 기수가 되기 위해
저 차가운 냉동고를 타고 나선
당신의 마지막 경주를

우리 모두가 기립해 존경하고 응원하네
이 경기에서만큼은 당신이 이겨야 한다고
우리가 가진 인내와 정의로움의
모든 것을 베팅하겠네

그러니
더 이상 어떤 모욕과 부정과 부패를 위해서도
더더 박차를 가할 것이 없는
무욕과 무념의 저 세상에서
당신이 수없이 걷어차야 했던
말들의 상처도 어루만져주며
부디 햇살처럼 따듯하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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