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현장과 광장』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절박한 현안 투쟁 속에도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의 고민과 전망을 열정으로 담아내 주신 집필진 동지들께 감사드리며 동지애를 전합니다.

들불처럼 타오른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옥에서 맞는 행운이 꿈인지 생시인지 수없이 물었던 시간들이 엊그제만 같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걸, 자본과 한편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은 이명박 박근혜정권도 하지 못한 재벌들의 청부입법이자 노동조합 무력화법인 노동개악을 밀어 붙이고 있다.

1년 동안 찾은 수많은 현장들은 곪아가는 곳도 있었고, 민주노조답게 활동하는 노동조합도 있었다. 사회변혁 노동해방 평화통일 평등세상의 목표를 세우자는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현장을 갈 때 마다 뼈아픈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민주노조인가? 민주노조답게 활동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당당한 조직보다 침묵으로 대신하는 조직이 훨씬 더 많았다. 민주노조 권위가 사라지는 현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밀려온다. 누가 더 민주노조답게 집행할 것인지를 자임하기 위한 경쟁 대신 오직 기득권을 더 차지하기 위한 현실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투쟁해야 할 때 투쟁을 회피하는 조직, 가장 힘든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를 게을리 하는 조직은 자본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겨 본다.

노동조합조차 할 수 없는 1750만 무권리 노동자, 최소한의 권리조차 합법적으로 박탈당한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 평생 최저임금의 굴레를 벋어나지 못하는 온갖 이름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와 조직된 노동자가 한편이 되는 길이 쉽지 않지만 가야만 하지 않겠는가.

노동자란 이름조차 찾지 못하고 착취당하며 온 생을 살아가야하기에, 조직된 노동자가 내민 연대의 손이 반갑지 않다던 미조직 노동자들의 푸념에 진심으로 다가설 때다.

광장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권력쟁투에는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들의 요구와 바람은 없다. 최저임금에 대해, 조세정의에 대해, 좋은 일자리에 대해, 죽지 않고 일할 권리에 대해, 노조 할 권리에 대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광장은 왜 침묵할까?

최악과 차악의 선택에 따라 권력만 바꾸어진 한국사회의 모순 때문 이라면 이를 엎어버릴 세력을 전면에 세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여야는 ILO협약 비준을 핑계 삼아 노동개악을 하자는 여당과 더 많이 개악하자는 야당이 개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 요구를 분명히 하고 강력한 정치파업을 조직하지 않고서는 민주노조를 지킬 수 없고 담합착취 구조도 깰 길은 없다. 어렵지만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투쟁, ILO협약의 온전한 비준을 쟁취하는 위력적인 정치총파업에 나서야 함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든 정파와 모든 노동자계급이 모든 걸 걸고 투쟁의 앞자리를 자처 한다면 현장은 함께 할 거라 믿는다.

불평등한 세상을 만든 낡은 룰을 정부와 국회가 뜯어 고치진 않을 것이다. 노동개악에 한통속인 독점재벌 위정자들에게 맞서는 직접행동에 나서야 한다. 진단/요구/선언을 넘어 직접행동에 나서는 지구촌 뉴스를 접하면서 힘이 없는 요구, 행동 없는 요구가 얼마나 허망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처절하게 소모하는 투쟁들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되기에 세상과 맞짱뜨는 투쟁 소식은 가슴을 뛰게 한다.

자랑찬 민주노총 조합원, 사회변혁에 헌신하는 자랑찬 활동가, 노동자 민중의 집권시대를 앞당길 자랑찬 민주노조 대표자 동지들과 함께할 선도투쟁은 이시기 역사의 명령이다.

“잡아가려면 얼마든지 잡아가라”는 광장 투쟁이 현장을 견인케 하고, 이천만 노동계급이 단결투쟁가를 부르게 하는 “현장과 광장”으로 발전하리라 믿는다.

모든 혁명세력이, 모든 사회변혁 세력이, 모든 평화통일 세력이 다른 옳음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가능케 하여 노동자 민중의 집권을 위한 담대한 첫발을 떼도록 견인하는 희망의 광장도 열어주길 바란다.

현장에 단비가 되어 이천만 노동자의 가슴을 뛰게 하라.

기깔난 세상을 위해……

2019년 10월 15일
권유하다 대표 한상균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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