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23호 <기고> 노동자 투쟁의 방향『공산당 선언』 을 보라-자본주의 이후의 세상에 대하여-

노제혁 ㅣ 자유기고가

올해 초 민주노총 조합원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 왜 ‘사회주의’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는지, ‘사회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학습과 토론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기를 거쳐왔고, 아직까지도 공공연하게 ‘사회주의’를 언급하는 것이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인지, 노동자 투쟁은 어디로 나아가야하는지, 그리고 사회주의가 어떤 사상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이 ‘공산당 선언’ 그리고 ‘공산당 선언’의 기초가 된 ‘공산주의의 원리’이다. ‘공산당 선언’은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수십 페이지의 내용으로 아주 간략하게 자본주의의 본질, 노동자계급의 출현과 사회주의 혁명 등에 대해 정리한 글이다. 170년이나 지난 글이지만 ‘공산당 선언’의 주요 내용은 여전히 우리에게 자본주의의 본질과 노동자 투쟁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필자는 ‘공산당 선언’을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무엇이며, 노동자 투쟁속에서 건설해야할 새로운 사회에 대해 현재의 표현 방식으로 쓰고자 한다.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위한 본질적인 조건은 자본의 축적과 경쟁이다!

노동하는 계급은 사회발전 단계에 따라 다양한 상태에서 살아왔다. 노예는 한 주인의 재산으로서 생존을 보장받으며 노동을 제공한다. 농노는 한 뙈기의 땅을 소유하고 사용하면서 수확의 일부를 세금으로 낸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러 생계를 위해 노동을 파는 일에 의지하는 노동자는 한시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으면 생존을 이어갈 수 없다. 노예나 농노는 생존이 보장되며 경쟁 밖에 있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기위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보장받는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격, 즉 임금을 경쟁속에서 낮추기위해 노동자들의 일정한 실업상태를 유지한다.

자본가계급의 존립과 지배를 위한 본질적인 조건은 자본의 형성과 축적이며, 자본은 임금노동을 통해 축적된다. 그리고 임금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저임금을 강요받는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은 상품에 불과하며, 그 상품은 재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으로만 살아가도록 강요받는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 단지 종족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만 받을 것을 강요받는 것이다.

자본의 착취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을 쟁취하여 노동자 생존권과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공장자동화, 플랫폼 노동, 4차 산업 혁명 등의 자본주의의 발전은 생산의 국제적 분업화를 촉진하였으며, 한국의 경우 생산직 노동자가 축소되는 대신 서비스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확산을 불러왔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특정 회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닌 형태로 착취가 은폐되고 있다. 이제는 개별 기업이 아닌 자본주의 정부가 노동력의 재생산,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해야하는 상황이 되었고, ‘기본소득제’라는 것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자 생존, 노동력의 재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제도일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의 노동이 생산한 가치(이윤)는 오로지 자본의 경쟁을 위한 축적, 경쟁의 도구로만 사용될 뿐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판매를 위한 생산, 이윤의 축적을 위한 생산을 강요한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1000조는 그 이상을 향해, 더 많은 축적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대규모 산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유경쟁은 심지어 자본가들의 통제도 벗어나 과잉생산, 공황, 금융위기 등을 발생시키며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독점자본과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방식으로, 그리고 제국주의 및 전쟁, 금융 자본의 확대 등의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 자본은 이제 산업자본을 통한 임금노동의 착취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을 통해 대출이자 등의 형태로 노동자를 이중삼중으로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개별 자본의 경쟁을 통한 생산력 발전은 위기를 불러오며, 생산의 계획이 필요하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이루어지는 국가 산업 정책,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등 자본주의 스스로가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부분적인 계획경제를 도입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전체 사회가 확고한 계획에 따라 그리고 모든 사람의 욕구에 따라 산업 생산을 주도하게 되는 전혀 새로운 사회체제가 불가피하게 된다.

새로운 사회는 산업과 모든 생산 부문의 경영 자체를 서로 경쟁하는 개인들의 손에서 빼앗아 전체 사회를 통해, 다시 말해 공동 책임하에 공동의 계획에 따라 사회의 전 구성원들의 동참 아래 경영되도록 해야 한다. 즉 사적소유와 산업의 경쟁을 폐지하고 생산수단의 공동이용, 공동 합의에 따라 생산품의 분배가 실행되어야 한다.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역사는 노동하는 계급의 투쟁속에서 발전해 왔다. 노예는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자가 되면서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었고, 농노는 도시의 수공업자 또는 자유로운 소작농, 즉 자본가가 되어 경쟁에 뛰어들면서 농노 신분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자본과 임금노동의 관계, 임금노예와 경쟁, 사유재산과 모든 계급적 차이를 폐지함으로서 해방된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은 기존의 다른 모든 계급을 몰락시키고 자본가를 사회의 제1계급으로 만들었으며,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의 확산과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한 투쟁을 초래하였다. 이전의 모든 역사적 운동은 소수의 운동이었거나 소수의 이익을 위한 운동이었으나, 사회주의 운동은 거대한 다수의 이익을 위한 거대한 다수의 자기의식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이다.

이러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투쟁은 더욱 격렬하게, 세계무대를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때때로 승리하지만 그 승리는 일시적일 뿐이다. 투쟁의 참된 성과는 직접적인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결이 계속 확대되는데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하나의 계급으로 조직되고 따라서 하나의 정당으로 조직되는 과정은 노동자들 자신의 내부 경쟁 때문에 끊임없이 뒤집힌다. 그러나 이 조직화는 더 강하게, 더 확고하게, 더 위력적으로 다시 일어난다.

또한 노동자 계급은 투쟁 속에서 자주적, 민주적 의식으로 무장하며,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주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즉 투쟁의 과정, 혁명의 과정은 사회와 역사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혁명이 필요한 것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배 계급은 타도되지 않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타도하는 계급이 오직 혁명을 통해서만 모든 낡은 오물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사회의 기초를 세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사적 소유의 폐지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될수 있기를 바란다. 혁명은 의도적으로, 자의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개별적인 정당과 전체 계급의 의지 및 지도와 무관한 정황의 필연적인 결과였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자계급의 발전은 억압되고 있으며, 그러한 억압은 노동자 투쟁을 혁명으로 내몰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의 당면 목표는 노동자를 계급으로 형성시키고, 자본가의 지배를 타도하며, 노동자 계급의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혁명은 우선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지배를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권력의 장악은 기존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기구인 의회에 진출하여 의석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투쟁 속에서 건설된 노동자 민주주의 기구인 ‘소비에트(노동자 평의회)’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혁명을 통해 확인되었다.


노동자는 자신의 정치적 패권을 이용하여 자본가로부터 모든 자본을 차례차례 빼앗고 모든 생산도구를 국가, 즉 지배계급으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의 손안에 집중시키며 가능한 한 빨리 총 생산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것은 물론 처음에는 재산권과 자본주의적 생산조건에 대한 강압적 방식을 통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주의 정책은 재산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재산’의 폐지이다. 프랑스혁명은 봉건적 재산을 폐지하고, 자본주의적 재산을 선택했다. 사회주의는 그 누구에게서도 사회의 생산물을 전유할 힘을 박탈하지 않는다. 사회주의가 행하는 것은 다만 이러한 전유에 의해 타인의 노동을 예속시키는 힘을 박탈하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면 각종 노동자 보호 관련 법의 입법화,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의 단축, 재벌 기업의 국유화, 토지 등 주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폐지, 누진세 강화, 상속권 폐지, 무상교육, 인권의 확대 등의 정책이 진행될 것인데, 이러한 정책은 각 나라의 상황과 계급투쟁에 따라 다르게, 그리고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파리코뮨을 통해 어렴풋이 나타났고, 러시아혁명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

자본주의 발전속에서 탄생한 노동자계급은 자본의 착취에 맞서 거대한 노동자 투쟁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노동조합, 노동자 정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 자본주의 질서를 벗어나지 않는, 자본주의 질서 유지를 위한 자본가들의 양보 수단이었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의 과정은 자본주의 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자 계급의 대중적, 민주주의적 권력기구의 탄생과 권력 장악 과정을 보여주었다. 노동자 자주관리 조직이며, 노동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새롭게 탄생한 ‘소비에트’는 자본가와의 투쟁기구이며, 사회 질서를 담당하는 조직이었고, 마침내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정치조직이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소련)’은 노동자자주관리에 기반하여 계획경제를 실현한 최초의 노동자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리고 그 이후 이러한 노동조합을 뛰어넘는 노동자 대중의 자주적, 민주적 투쟁 기구는 독일의 레테(평의회), 칠레의 산업코르돈(산업벨트), 이란의 쇼라(파업위원회) 같이 혁명적 시기에 등장하였다.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장악하고 사회주의 발전을 거치는 가운데 계급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생산이 전 국민의 광대한 연합체의 손에 집중되었을 때, 공권력은 정치적 성격을 잃을 것이다. 본래 정치권력이란 단지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한 계급의 조직된 권력일 뿐이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가와 투쟁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하나의 계급으로 조직하여, 혁명을 통해 스스로 지배계급이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낡은 생산관계를 힘으로 쓸어내면, 이것들과 함께 계급 적대의 존재 조건과 계급 일반의 존재조건도 쓸어내게 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노동자 계급은 한 계급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패권도 폐지하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은 모든 계급과 차별을 철폐할 것이며, 마침내 정치권력, 국가는 소멸되고 사회에 필요한 생산, 분배 시스템을 위한 모든 개인의 자유로운 연합체만 남을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잃을 것이라고는 그들의 쇠사슬밖에 없으며, 그들이 얻을 것은 온 세상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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