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17호 <현장> 한반도의 최전선 소성리를 아십니까 ?

박수규 ㅣ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대변인

1907년 고종황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한다.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은 박탈된 상태였고, 고종이 보낸 특사들은 회의장 입장조차 거부되었다. 이 일이 있고난 뒤에 일본은 한일신협약을 강제하여 정부 각 부처에 일본인 차관을 두어 그들이 내각의 실권을 행사하도록 한다.

이것은 2018년에 만들어진 한미워킹그룹 이야기다. 한국에 국방부와 외교부가 있고 통일부도 있고 남북 정상 간의 합의가 있고 대통령의 선언과 약속도 있었지만, 북한의 도로·철도 조사활동도 개성공단도 북한개별관광도 그리고 휴전선의 군사적 완화조치도 한미워킹그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방위비분담금은 1년 단위로 재협상하기로 했으니 미국 군대가 주둔하는 한 한국민들은 해마다 집단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은 준전시상태에 들어가게 되므로 남북한 피차 원치 않는 군사적 긴장상황이 주기적으로 한반도를 엄습할 것이다. 이것이 한미동맹에 얽매인 한반도의 기본 지형이다.

소성리는 사드에 집중한다. 미국은 미국 본토와 괌, 일본과 한국에 배치되어 있는 사드 7기의 성능 개량을 동시에 추진한다. 중국을 포위하는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 계획 속에는 성주기지 공사비 580억 원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기지 내부 기반 시설 공사뿐만 아니라 사드 레이더 가동을 위한 별도의 송전선로 건설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은 ‘임시’사드기지이고 정식 배치는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애초에 한국의 국내법 따위 지킬 의향이 없었고, 문재인 정부의 입장도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의 국방장관은 지난 2월 24일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기지 ‘지상병참선’에 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주민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병력과 물자를 헬기로 이송하는 현재의 상황을 끝내고, 한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드기지에 대한 육로통행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의 싸움이 임박했다. 사드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에 대한 변명거리를 찾는데 급급할 뿐, 아무래도 소성리의 방패가 되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일본의 국권침탈을 막아달라고 빗발치는 상소를 올렸다 한들 고종이 무엇을 할 수 있었으랴. 내 고장 피붙이들을 지키겠다고 허술한 장비로 일본 신식군대에 맞서 싸웠던 구한말 의병들조차 없었더라면 우리 역사는 얼마나 참담하고, 우리는 지금 얼마나 부끄러울까?

그러니까 우리도 물러서지 말자.
소성리가 한반도의 최전선이다!

2020년 3월
박수규(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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