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ㅣ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봉건제가 자본주의로 이행한 배경에는 봉건제 생산양식 안에서 비약적으로 증대한 생산력과 봉건적 신분질서를 토대로 하는 낡아빠진 기존의 영주-농노 간 생산관계가 서로 조응하지 못 하게 된 것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음은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봉건제 몰락의 원인은 이러한 유물사관적 토대 요인뿐만 아니다. 바로 당시의 대 전염병, 페스트 역시 그 체제를 무너뜨린 불씨로 작용했음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페스트로 인한 유럽 인구 급감은, 특히 임노동자의 인구 급감은 봉건제 말기 사회 전체의 노동력 감소로, 또 이는 임금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임금 노동자인 소작농을 더 이상 적기에 고용하지 못 한 영세 영주들이 파산하기 시작하면서, 페스트 이후 중세봉건제는 영주와 농민 간 무력 충돌이 나타나는 등 그 사회 체제가 급격히 재편되었다. 농노, 농민들은 봉건제 굴레를 벗고 자유민 지위와 그들 보유지에 대한 자유처분권까지 얻게 되기에 이르렀다.
허나, 코로나19가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지금은 팬데믹이 노동자 임금 소득을 폭등시킬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위기로 생산을 위한 노동 수요부터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사회’는 지금의 자본주의 말기 시대의 절대(?) 룰이기 때문이다. 생산은 유지되는데 노동공급이 급감한 페스트 중세 말기와는 달리, 되레, 지금은 생산이 급격히 하향 조정되는, 공황 국면적 현상이 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력의 희소성은커녕 잉여 노동력의 문제가 위기에 직면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가시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각국은 어떻게든 실업을 해소하고자 하는 재정출동형 뉴딜로 체제위기에 대응해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 지금의 경기 위축으로 인한 생산 축소는 세계 전체의 생산 규모를 다운사이징하는 과잉생산 공황을 거치면서 양적으로 재조정된 새로운 생산 규모의 자본주의를 다시 출시(?)해내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연명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공황을 매개로 해서 강행될 자본주의체제의 연명은 생산 다운사이징과정에서 절대 다수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영세 소상공인들을 몰락시키고,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고용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초래할 것이며, 특히 하층 노동자들의 경우 바닥을 기어야 하는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다.
즉 코로나19위기는 경기 급침체로 인한 과잉생산공황을 매개로 지구상의 모든 경제적 약자의 ‘피눈물’을 담보로, 생산 규모를 최근 급속하게 감소해버린 소비수요 규모에 맞춰 대규모로 하향조정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수급)조정의 본질적 특징이자, 고유의 폭력성이다. 코로나19가 세계공황으로 귀결되어버린다면, 인민들의 삶이 피폐화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페스트와 같은 체제변혁 동인으로도 작용하지 못 하는, 최악의 반동적 상황으로 빠져버리게 된다.
‘국가’가 재등장하고 있는 지금, 이 변화를 바탕으로 그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대안에 관한 논의, 그 민중적 논의가 절실하다. 현대 자본주의 역시 생산력은 거의 미친 수준에 달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자본가-노동자 간의 낡아빠진 생산관계는 여전히 집요하게 작동되고 있다.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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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담이 없고 부담도 가벼워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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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u Jian이 명령을 내리자 안도하는 모든 사람들은 “정확히”라고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donmhomes.com
非常に役立つ記事でした。素晴らしい情報をありがと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