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제2인터내셔널의 노동여성회의에서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과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로부터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여성의 날] 행사가 제안되어 1911년 3월 19일에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 개최되었고, 이후 1913년에 3월 8일로 옮겨졌다. [세계 여성의 날]에 부엌과 집에 머물렀던 여성 노동자들은 집회로, 시위로, 거리로 나왔고, 국내 사안에 매몰되어 있던 노동자들은 국제적인 연대를 다시금 확인하였다. 그리고 1917년 2월 혁명의 불을 지폈던 것은 다름 아닌 여성 노동자와 여성 농민들이었다. 이렇게 [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자신의 손으로 이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여 세상을 쌓고 새겨온 매 순간을 이끌고, 따라가고, 기억한다.
우리는 스스로 일어나는 강한 여성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2월 혁명을 이끌어냈던 상떼부르크의 여성 노동자 시위, 일제강점기 때 기생 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하고 독립운동에 몸 바쳤던 김향화를 위시한 기생들이 3·1운동의 기조를 이었던 기생조합사건, 야당과 민주화 세력을 결집시켜 박정희 정권 몰락의 시발점을 만들었던 YH무역 여성 노동자 파업 등이 그것이다. 100년 전, 이미 우리 자매들은 여성이 어떻게 경제에, 사회에, 정치에 나서야 하는지를 투쟁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남성과 닮은 여성이나 남성과 결별한 여성이 아니라 남성노동자와 함께 가는 여성노동자를 믿고 주장하며 쉽게 남녀를 가르는 사회에 맞섰다.
오늘날에는 남녀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도덕이나 역할의 구분이 그 어느 때보다 옅어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깊게 남아 있는 고리타분한 남녀차별 관성과 자본주의가 견인하고 있는 남녀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의 제도들을 끊어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너무도 높게 버티고 남아 있다. 우리 여성은 비정규직노동자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면서 동일노동에 대한 실질적인 동일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의 손아귀에 의해 노동과 가사 및 육아를 동시에 소화하도록 떠밀리고, 성적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수치심과 순결함을 주입시키는 이중 잣대로 고통스럽게 재단되고 있다.
그 벽을 깨부술 수 있는 것은 남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여성노동자이다. 여성노동계급은 강하고, 남성노동계급과 함께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체제의 변혁과 새로운 정신으로만 실현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 사회주의의 도래와 함께 수많은 언어와 개념이 난무했던 남녀평등이 즉각 법제화 되었던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그 앞과 뒤에, 공간적으로 그 옆과 주위에서 남녀 인민 모두의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인 체제의 뒷받침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 기억을 지표 삼아 어둠 속을 헤쳐가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올해 2020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상기해야할 것이다.
여성노동계급은 강하다.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와 함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은 2020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클라라 체트킨,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고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등 선배 여성혁명가들의 뜻을 이어받아 여성 억압·차별에 맞서는 제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다.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억압과 착취를 깨고 여성해방, 노동해방의 세상을 위한 투쟁에 어깨 걸고 앞으로 나아가자.
2020년 3월 7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