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훈 ㅣ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없습니다.]
해고 투쟁의 대표 구호는
원직복직이었다.
하지만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제도화 되면서
원직복직은 비정규직이라는 지옥의 일자리로
복귀라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정규직화 쟁취가 일부의 이익만 담은
그런 못되기만 한 구호가 아니란 말이다.
윤석열 탄핵 투쟁을 하면서
자꾸 거스르는 구호가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가자
일상을 회복하자
나는 거리의 정치
광장의 함성
앉으면 응원봉
서면 깃발이라는 거대한 행진이
일상은 아니지만
피곤하기만 한 그런 시간이라 보지 않는다
정년퇴직을 하고
아주 나이 든 선배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때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그때가 내 인생의 전성기야“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우리가 현실 정치를 규정할 수 있는
일상에서 벗어난
그러니깐 도둑놈들에게
내 민주를 위임하고 눈 감고 귀 닫은 것이
일상이라면 그것을 깨는 것이
역사이자 생의 전성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제
안국동에서 파면 결정을 듣고
꿀잠으로 와 고된 대청소를 하고
동네에서 파면 승리 잔치를 하자는 걸
그것도 우리 사무실서 한다는데도
고공농성 투쟁 중인 사업장 공동 문화제 행진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 한 젊은 힘의 동지가 말을 한다.
사람들은 파면 승리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안온도 개선도 아니고
다시 지옥의 현실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현실을 혁파하지 않고는
저기 공중에 둥지를 짓고
하늘사람이 행복해 지기 전에는
우리는 일상의 복귀가 아니라
일상의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 그 쉬운 유혹
편안한 일상이란 이렇게 한계 맹점이 있다.
저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과 말이
우리 시대 이후의 힘이 되기 바란다.
그런 하루가 참 길었지만
더 길고 먼 앞길이 응원봉처럼 투명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