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0호 12-3 찰머스 존슨, 『제국의 슬픔』 부제 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

백창욱 ㅣ 목사

목적이 뚜렷하니까 책 읽는 진도도 잘 나간다. 이 책을 2012년에 구입했다. 십년 넘게 책장에 고이 있었지만 요즘 내 관심사가 미제국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인지라 붙잡고 독파했다. 미국의 양심적인 학자로 노암 촘스키, 브루스 커밍스, 하워드 진에 이 책을 쓴 저자 찰머스 존슨도 포함시키자. 그래도 미국인은 미국인일뿐. 우리에게 미국은 얼마나 악한 나라인가. 그렇지만 저자에게는 역시 자기 조국인지라, 이 깡패 나라에 대해 계속해서 ‘우리’라는 표현을 쓴다.

주요 골자는 미제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군기지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이다. 매우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미국 펜타곤의 군국주의가 미군기지를 통해 어떻게 세계 평화를 해치고 전쟁을 유발하는지를, 그리고 오직 미국의 탐욕에 철저히 이바지하는지를 끈질기게 규명한다. 정말이지 한 장 한 장이 모르던 것을 새롭게 알게 하는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총 10장으로 구성했는데, 제목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프롤로그 미국제국의 정체. 1장 구 제국주의와 신 제국주의. 2장 미 군국주의의 뿌리. 3장 새로운 로마를 향하여. 4장 미 군국주의의 기구. 5장 대리병과 용병. 6장 군사 기지의 제국. 7장 전쟁의 전리품. 8장 이라크 전쟁. 9장 세계화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10장 제국의 슬픔. 제목만 흩어 봐도 이 책의 논지가 무엇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발간연도가 2004년이다. 당연히 그 때까지의 세계정세가 서술의 주요 근거이자 기반이다. 이 책이 최근에 나왔다면, 그 뒤 미제국의 실상을 더욱 적나라하게 펼쳤을 것이다. 거기에는 저자가 끝에서 결론으로 말하는 네 가지 제국의 슬픔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제국이 몰락했다고 말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어떻게 요약할까. 정말이지 미군기지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급정보들이 즐비하며 그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 중 내가 인상 깊어서 따로 표시해 놓은 서술들을 소개한다. 이 서술들만 보더라도 미제국, 펜타곤, 미군기지, 미군들이 어떤 놈들이고 그들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알 것이다.

“동맹국들에서도 현지 주민들은 미군이 저지르는 성 폭행과 음주 운전에 진절머리를 낸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인들은 미군을 가리켜 ”돈 많이 받고 섹스밖에 모르는 것들이 이 땅에 너무 많다“고 비아냥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대사를 역임한 리처드 가드너는 말하기를, “미국은 전쟁 방지보다 전쟁 준비에 돈을 더 많이 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유엔 분담금을 잘 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다국적 개발은행 연체금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 그래도 방위비 예산은 해마다 늘어난다.(미국의 2024년도 군사비 예산이 8420억 달러, 한화로 1100조원이다. 한국정부 일 년 예산의 두 배 수준이다.) 9.11은 부시행정부가 국방예산 증액을 하는 데 있어서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참여를 거부한다. 이유는 미국 관료가 ICC에 소환될 것이 두려워서다. (스스로가 자기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를 잘 아는 것이다.) ICC에 참여하는 대신 미국 상하 양원은 미 군인보호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ICC에 구류된 미국 시민을 구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21세기 미 군국주의의 특징이 있다. 정부가 단순하게 지구상에 거대한 병기를 가지고 세계 지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통제권 안에 둠으로써 지구를 지배할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주 통제 계획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 공습, 폭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전투위성으로 타국 위성을 겨냥한다.

미 펜타곤 관료들은 대중들을 거의 믿지 않는, 언론조작의 대가들이다.

아프리카계 청년들이 미군에 대거 입대하는 이유. 도시 내 인종게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애국심이나 공공가치는 거의 없다. 민간 실업률도 한 몫 한다. 한 흑인병사는 입대하지 않았으면 “내 인생은 감옥에서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한 흑인여성병사는 “내 친구들처럼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하고 있겠죠” 라고 했다.

미 펜타곤은 전 세계에 지역사령부를 편제했다. 중부사령부, 태평양사령부, 유럽사령부, 남부사령부이다. 최고사령관은 현지 주재 대사보다 해당 지역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당국이 펜타곤이 선호하는 정책을 펴도록 기능한다. 즉 실제 못된 짓은 이들이 수행한다. 해당정부 권력을 조정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게릴라 소탕을 명목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고 미국 무기를 팔아먹는 등이다. 펜타곤이 하는 주요역할은 이렇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펜타곤은 전쟁과 위기가 사라진지 한참 후에도 많은 기지를 미국의 손아귀에 쥐고 있을 새로운 이유를 끊임없이 짜낸다.”

끝으로 미국이 마주치게 될 네 가지 슬픔첫째, 항구적인 전쟁상태가 지속될 것.둘째, 대통령이 의회를 완전 무력하게 만들 것. 정부의 ‘행정부’에서 일종의 ‘펜타곤화 된 대통령’으로 변모함에 따라 민주주의 후퇴와 함께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실종될 것.셋째, 이미 갈갈이 찢겼지만 진실성이란 원칙 대신 점차 선전체계와 허위 정보, 그리고 전쟁과 권력 및 대규모 군대에 대한 찬양이 들어설 것. 소성리에 사드를 갖다 박은 것도 펜타곤이 짜내는 이런 거짓논리다. 그런 거짓말을 덥썩 받는 이 나라 권력은 또 뭔가. 넷째, 경제 자원을 점점 더 거대해져 가는 군사 프로젝트에 쏟아 부으면서도 국민들의 교육과 보건, 안전은 무시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

저자가 말한 네 가지 슬픔은 지금 미제가 톡톡히 겪고 있는 현실이 됐다. 사실 그들도 자기들이 머지않아 망할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파국의 현실을 스스로 깨치고 나갈 수는 없어 허둥대고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약점을 감추려고 계속 군사력으로 허풍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 아닌 우리는 그 때를 대비하여 단디해야 하는데, 이 나라 상태도 미제 내부를 닮아가니 참말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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