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 l 노동전선
- 의회의 본질과 의회 전술
지금의 의회제도는 자본가계급이 자신들의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어떠한 자들을 지배계급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의회를 통해 민중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입헌군주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민주공화국에 있어서 부르조아 의회제도의 진정한 본질인 것이다.” (1917.8, 레닌, [국가와 혁명])
그러나 현재의 의회는 형식적으로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기에 노동자들은 의회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무조건 의회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의회 공간에서 의회의 본질을 폭로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의회주의는 “역사적으로 폐물이” 되어 버렸다. 이 말은 선전의 의미에서는 옳다. …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폐물이 된 것을 계급에게 폐물이 된 것으로, 대중들에게 폐물이 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우리 볼세비끼는 가장 반혁명적인 의회들에 참여하였고, 이 참여가 바로 러시아의 제1차 부르조아 혁명(1905년) 이후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의 당이 제2차 부르조아 혁명(1917년 2월)을, 다음에는 사회주의 혁명(1917년 10월)을 준비하는데 유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필수불가결하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그저 의회적 기회주의에 대해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또는 의회들에의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혁명성”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쉽다. 비판-그것도 가장 날카롭고 가차없으며 비타협적인 비판-은 의회주의나 의회활동에 대해서가 아니라 의회선거와 의회연단을 혁명적 공산주의적 방식으로 활용할 줄 모르는 그런 지도자들에 대해서 가해져야할 것이다.” (1920, 레닌, [공산주의에서 좌익 소아병])
의회에 진출하기 위한 선거 공간은 혁명적 사회주의 선전선동을 위한 활용의 대상이지, 그러한 선전선동을 포기하고 이러저러한 정치조직들이 그들의 지지자들의 표(!)를 모아 의회에 한자리라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은 ‘조금씩’ 국민(!)들의 지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조금씩’ 의회 의석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지금의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위성 정당’이라는 제도까지 만들어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 어떻게 ‘조금씩’ 의회 진출을 통해 사회주의적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환상이고, 현실에 대해 눈 감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은 대중투쟁이 뒷받침되는 혁명적 정세 속에서 가능하다. 그것은 러시아혁명의 역사에서처럼 ‘소비에트 권력’이라는 새로운 대의기구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한두 명씩, 조금씩(!) 의회에 진출하는 방식이 아닌, 노동자들의 혁명적 투쟁의 발전 속에서 가능하다.
-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총선에서 ‘표’를 모으는 것인가?
민주노총 상임집행위원회는 2024년 총선방침을 정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을 보면,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 정당으로 지역과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추진’, ‘총력총파업 투쟁의 성과를 모아 2024년 총선에서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 정당이 영향력있는 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는 것’, ‘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정치, 진보정치를 대안정치로 만들어 나간다’라고 되어 있다.
고민택 더레프트 편집위원 등은 “진보-좌파정당 사이의 ‘(연대)연합정당’을 추진.. 밖으로는 ‘하나의 당’과 같은 모양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연합한 당’(노동자신문 2호, 2023.2.3)”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약간의 내용적 차이는 있지만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이 연합하여, 또는 새로운 ‘민주노총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후보를 내고, 흩어진 표(!)를 모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진보정당 간의 신뢰 회복과 단결’을 통해 모든 진보정당 또는 일부 정당이 연합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서로의 정치적 내용을 양보(!)해서 출마한 후보가 선거에서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까? ‘노동자 민중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만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표’를 모아 의회에 진출(!)하여 노동자들의 요구를 주장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군소정당이 흩어진 표(!)를 모아 과연 몇 곳에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진출한 의원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의회선거와 의회연단을 혁명적 공산주의적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란 무엇인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반드시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통해 가능한가? ‘총력총파업 투쟁의 성과를 모아’ 진보정당이 의회로 진출해야만 하는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는 의회라는 것이 누가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니 영원히(!) 투쟁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방법인가? 아니면 ‘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을 병행하면서 총파업 시기에는 대중투쟁을 하고, 선거 시기에는 선거준비를 하면 되는 것인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영향력은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고 확대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며,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마침내 혁명적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러시아혁명 과정에서 ‘소비에트’라는 대중적, 민주적 기구를 만들어 노동자 투쟁을 지도하고, 마침내 ‘소비에트 권력’을 수립하는 과정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줬다. 그것은 100년도 지난 옛날 이야기가 아니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노동자 투쟁의 보편적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의 경우 박근혜 퇴진 투쟁을 주도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맹아적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회전술이란 ‘진보 세력이 우선 모이고 보자’는 것이 아닌, ‘의회선거와 의회연단을 혁명적 공산주의적 방식으로 활용할’ 것을 결의하고, 그러한 내용에 동의하는 제반의 정치세력을 모아 자본가 정권의 본질과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노동자권력 쟁취를 선동선동하는 것이다. 그러한 활동들은 미약한 영향력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한 활동이 대중투쟁이 침체된 상황에서 ‘진보 세력의 분열을 조장’하고, 아무런 성과없는 활동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가? 박근혜 퇴진 투쟁을 처음 조직할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87년 대통령직선제 쟁취가 처음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혁명적 정세는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혁명적 노동자들은 당면 시기 노동자 투쟁의 방향이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선전선동하고 자신들의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그러한 활동은 정세에 따라 미약한 활동으로 그칠 수도 있고, 한 점의 불꽃이 되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혁명은 의도적으로, 자의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개별적인 정당과 전체 계급의 의지 및 지도와 무관한 정황의 필연적인 결과였음을 잘 알고 있다”(1848, 맑스, [공산당선언])
- ‘내년’에 ‘표’를 모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투쟁’을 조직하자!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표를 좀 더(!) 모으기 위한 노력보다, 노동자 민중의 불만이 고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출하지 못하고 있는 투쟁의 분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작년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정부의 탄압으로 무너졌으며,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을 즉각 조직하고, 이러한 투쟁을 시작으로 각 단위의 임금인상 투쟁,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그리고 반윤석열 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정치권력을 장악해야한다는 것을 선전선동 해야한다.
현 시기 수많은 문제의 해결은 노동자 투쟁을 통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촛불혁명을 뛰어넘는 노동자 혁명, 노동자 권력 쟁취를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선전선동해야한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에 동의하는 혁명적 세력을 조직해야한다.
지금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바로 돈을 가진 자본가와 주주가 회사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본이 주인인 자본주의 체제 때문이라는 것,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무질서한 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들이 저임금, 해고, 실업으로 고통받고, 산재로 죽어가고 있음을 선전선동 해야한다. 또한 이윤 추구와 자본 축적을 위해 환경까지 파괴하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환경 문제가 발생하며, 여성차별 등 모든 불평등 문제 또한 그것을 착취에 이용하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려야한다.
바로 그렇기에 자본의 이윤 추구만을 위해 움직이는 무질서한 자유 시장 경제를 노동자 민중에게 필요한 계획 경제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계획 경제 실현을 위해 기간 산업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에 대한 국유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선전선동해야한다.
또한 그러한 과정은 자본가계급의 강력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며, 조금씩 ‘표’를 모으는 것이 아닌 혁명적 투쟁속에서 건설되는 노동자 투쟁 지도부가 국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하여 노동자민중의 정치의식 고양과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진지를 강화하는 모든 사업이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것을 선전선동해야한다!
“공산주의자의 당면 목표는 다른 모든 프롤레타리아 당들과 마찬가지로, 프롤레타리아트를 하나의 계급으로 형성시키고, 부르조아 지배를 타도하며, 프롤레타리아트가 정치권력을 장악하도록 하는데 있다”(1848, 맑스, [공산당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