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고영기 동지의 고공농성이 100일째 되는 날이다.
고영기 동지는 지난 3월 29일부터 인천 길병원 사거리 20미터 통신탑 위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좁은 철탑 위에서 폭염과 비바람을 견디며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라.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100일 동안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하늘 위에 올라가야만 노동기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현실은 한국 노동정책의 민낯이며,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이 얼마나 공허한 구호인지를 보여준다.
택시노동자는 하루 10시간, 12시간을 일하고도 실제 임금은 3~4시간의 노동만 인정받는다. 법으로는 사납금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준금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노동시간을 축소 인정하는 간주근로시간제가 이러한 임금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치가 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 택시는 GPS와 디지털운행기록장치, 카드결제 시스템 등을 통해 노동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노동시간을 산정할 수 없어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한다는 주장은 이미 현실적 근거를 잃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것은 사용자들의 공짜노동 강요를 제도적으로 승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19년 제정된 택시월급제는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었고, 올해 국회는 다시 예외와 유예를 확대하였다. 노동자의 권리는 계속 미뤄지고, 택시자본의 이해는 반복해서 보호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짜노동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논의나 사회적 합의가 아니다. 대통령령인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택시업종을 간주근로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된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100일 동안 방치한 것이다.
노동전선은 이번 문제가 택시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간주근로시간제는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축소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적 통로가 되어 왔다. 플랫폼노동, 방문노동, 영업직 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 노동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는 시대에 노동시간을 ‘간주’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더 이상 존치할 이유가 없다.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생명과 생활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노동시간을 축소 인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임금을 훔치는 것이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사용자에게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하는 정책은 결국 노동착취를 확대할 뿐이다.
고영기 동지의 100일 고공농성은 한 노동자의 개인적 희생이 아니라 공짜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한국 노동체제에 대한 절박한 저항이다. 더 이상 노동자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올라가야 하는 사회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동전선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재명 정부는 택시업종을 간주근로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즉각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하라.
택시월급제 시행 유예를 철회하고 실제 노동시간에 따른 전면 월급제를 즉각 시행하라.
기준금·사납금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실제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임금체계를 마련하라.
노동시간을 축소 인정하는 간주근로시간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노동시간 규제 완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와 국회는 100일째 계속되는 고공농성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즉각 문제 해결에 나서라.
7월 6일, 고영기 동지의 고공농성이 100일을 맞았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존중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공짜노동을 끝내고 노동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이다.
2026년 7월 6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