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돈으로 사람을 때리지 말라 네팔에서 온 테즈 바하두르 구릉씨와 처빌 랄 차우다리씨 영전에 바침

고희림 | 시인

정화조 청소부
테즈 구릉씨와 차우다리씨!가 죽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네팔인 태국인 스리랑카인이 어디선가 끊임없이
테즈 구릉씨와 차우다리씨!의 친구의 친구들이
다치거나 죽거나 죽어가고 있겠죠

정화조엔 산소가 한방울도 없었어요
돼지 똥오줌이 썩어가고
독가스가 오장육부의 구멍을 틀어막아
산소통 산소호흡기도 없이 일을 시키는 것
인간 사냥하겠다는 것이죠

밑 빠지게 부려먹고
금고를 열어 돈만 달랑 가져가는 사장들은
기계가 고장났네 손작업 해라
하기 싫으면 나가라
한 두 번 호흡만으로도
의식을 잃고 죽음에 금방 이르는데
마스크도 없이 상수도 시설조차 없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일 할 수 있는 곳인지 애써 외면하는
밥 먹듯 법위반에 솜방망이 적발에

규제는 있으나 마나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조항들은
그냥 활자가 된지 오래
죽음으로 가는 전차가 된지 오래
전차는 달리고 계속 달려
이주노동자들은 사장의 허가없이
내릴 수도 없어요

‘이주 노동자 없으면 국산은 밥상에 못 오릅니다’ 라는 말은
전설같은 정설이죠
먼 땅에서 온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이주 청년들을 모집해
70년대 여공들이 일하던 여인숙 공장처럼

한물간 영세 사업장을
2017년에도 앞으로도 계속 굴리고 있어요
19세부터 30대 사이
한국에서도 가장 오지에
동년배 젊은 한국인이 찾지 않는 곳에서

사장들 밥상엔 유황으로 키운
부드러운 국산 돼지가 오르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오징어를 잡고, 배추와 고추와 깻잎을 따는 부업까지
한달 300~400시간 일하고 130만원을 받는
이주 노동자들도
가족과 친구들에겐 더없이 귀한 사람이예요

일이 힘들면 몸살을 앓으며
자존심이 상하면 괴로운 사람이예요
특히나 농어촌에서는 노동시간
휴일과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 제한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국 법은 허용하고 있어요
사업주가 마음껏 노동자를 부릴뿐더러
버티기 힘겨워도, 사장의 ‘허락’이 있어야만 사업장 이동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 규정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은 일을 관두기도 어려워요

‘거 손가락 몇 개 잘린 거 갖고
무슨 산재입니까?‘
자본의 꽃밭에 솜방망이 법전이라
돈으로 사람을 마구 때려
죽은 목숨인 노동자의 심장에 법칼을 찔러
돈에 맞고 돈에 멍든 주검 앞에서
신자유주의 근육은 더욱 자라고
이런 식으로 노동자도 살고
이주노동자도 살고 또 죽어 가는 겁니다

사장들은 죽이고 사장들은 계속해서 살고
사장들은 영원히 살 것입니다
2대 3대에 걸쳐 법을 어기고
상속을 받고 솜방망이를 맞으며
뒤돌아서서 부른 배를 두드릴 겁니다
돈으로 사람을 마구 죽이고
돈으로 사람을 네 번 다섯 번 죽이고도 남는 법입니다

법이란 사장갑을 지키고
국가슈퍼 갑을 지키라고 있겠어요
노동의 땀을 지키고
노동시간을 줄여서
사람이 자유의 시간을 맞이하도록
사람살이 고단함을 달래주려고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작은 문인 것입니다
죽기 전에 열고 나가야 하는
목숨의 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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