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영원한 승리의 그 날까지 ! Hasta la Victoria Siempre!

조창익 | 편집위원장

COVID-19! 이른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창궐 속에서 『현장과 광장』 2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놀랍게도 전대미문의 미생물이 급작스럽게 등장하여 사람들을 치명적인 손상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으며, 극단의 불확실성 속에서 끝 모를 공포를 동반하며 전지구촌 사회의 기존 체제를 위협적으로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예측불허의 이 감염병은 일상생활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인류를 다시금 근본적인 성찰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감염병 팬데믹 사태는 시름시름 깊어가는 공황기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19는 단기간의 경제 위기를 넘어 추락하는 현 단계 자본주의 체제의 조종(弔鐘)을 재촉하는 주마가편의 팬데믹적 경고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만도 2008년 공황 이래 양적 완화, 기준금리 인하 등 모든 재정·통화 정책을 망라하여 동시에 훨씬 큰 규모로 대응하는 충격적인 요법에도 불구하고 벌써 4월 24일 현재 2,64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여 ‘대공황급 쇼크’에 빠져있으며, 이미 전 세계 수 십 억 명의 노동자 민중은 가차 없이 행해지는 숱한 해고의 칼바람 속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 이상의 끔찍한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부터 자본주의가 지닌 체제적 한계요 예고된 참사였습니다. 세계자본주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된 이후에도 체제적 위기가 심화될 것이며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에 주목해야 합니다.

수많은 인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이후의 사회로 구분하여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차별과 불평등으로 점철된 그 이전 사회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99 퍼센트 민중들은 이후의 사회에서도 배제와 절망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공포 속에서 몸을 떨고 있습니다. 자본가 집단은 생산 손실 복구 비용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면서 사실상 고통전담을 요구할 것이며, 국가는 비상시 권위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포퓰리즘에 열을 올릴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미-중(중-미) 대결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의 경제적,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어 갈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분명코 달라져야만 합니다. 코로나 이전의 사회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정상적인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을 넘어서는 사회, 소외와 배제를 뛰어넘는 사회, 풍요로운 평등 사회를 향한 에너지를 비축해야 합니다. 세계 노동자들과 민중들은 단결 투쟁의 역량을 강화하여 계급 지형에서 우위에 올라서야 합니다. 기존의 지배 체제를 이끌어온 집단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자본주의적 정책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오직 노동자 민중들만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투쟁과 혁명의 담지자들입니다.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는 국난극복의 이름으로 빈사 상태인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긴급재난기금이니 기본소득이니 공공성 강화니 혹은 기간산업 국유화와 같은 사회주의적 용어들을 거침없이 호출해냈습니다. 하지만 착한 임대 운동을 말할지언정 수백 조, 천 조에 달하는 자본가 집단의 사내유보금 헌납운동을 기사화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경총은 숱한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하여 절박한 생존의 위기에 처한 고통스러운 이 때 조차도 쉬운 해고, 노동유연화, 법인세 인하, 연장근로 제한 완화, 노동운동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숨통을 조여 오는 반노동적 제안을 해낼 만큼 탐욕스런 집단임을 확인시켜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공황의 진전과 더불어 코로나 19 사태 국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자 거리두기’로 전화될 것입니다. 자본과 정권은 거대기업의 몰락을 예방하기 위하여 벌써 수십 조, 수백 조 원의 재정을 아낌없이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고, 노동자들의 가차없는 해고와 실업 앞에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할 것입니다. 이는 불행하게도 하나의 법칙처럼 관철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정치경제적 문법 속에서 움직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하여. 새로운 사회를 향하여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다시 옹골찬 꿈을 꾸게 됩니다. 자본독재에 신음하는 숱한 노동자 민중과 함께 하는 동지들은 코로나 19 사태를 경과하면서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 이전과 이후의 삶의 지형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선전, 단절과 비약을 내포하는 또 다른 사회주의적 상상을 자극하는 고도의 정치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입니다.

[현장과 광장] 2호는 아직도 현장에서 눈물 흘려가며 피터지게 싸우며 생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신음하면서도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깁니다.

지칠 줄 모르고 의지로 낙관하며 학습하고 조직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은 낡은 질서와 결별하고 기필코 새로운 혁명의 땅에 도달하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 벅찬 혁명공동체는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체 게바라의 말처럼,

“영원한 승리의 그 날까지!”

“Hasta la Victoria Siempre!“

2020. 05. 01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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