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교육(노동)운동 방향 정립을 위하여

최덕현 | 전교조 조합원[1]이 글은 노동전선이 2019년 7월 12일(금) 주최한 <교육(노동)운동 방향 정립을 위하여> 토론회 발제문을 수정하고 보완한 글입니다.

교육 위기의 징후들

현재, 교육을 두고 ‘교실이 붕괴되었다’고 하고, ‘한국 공교육, 또는 학교 교육이 위기’라고도 한다. 이는 특정 시기에만 그렇게 불린 건 아니고 공교육, 제도교육이 대중화되면서, 아니 어쩌면 공교육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에 대해 저마다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원인을 진단하고,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위기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평등하지 못한 교육, 가혹한 경쟁을 부르는 입시제도와 교원 정책, 과밀 학급, 사교육비 부담, 관료적 통제, 부족한 교육재정 등이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된다. 국가의 왜곡된 교육 정책이나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실과 학교 등이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교육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부의 대물림과 고착된 학벌 사회, 인권과 교육권 침해, 학교 구성원의 시민적 권리에 대한 억압 등은 정부 정책의 한계, 나아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위기의 근원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저출산 경향이 학령기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교육재정 축소와 교원 수 축소, 교원양성제도 변화, 교육노동 유연화, 대학 구조조정 등이 그동안 지속된 교육 위기를 보다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 확대는 노동 가능 연령 또는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것인 양 논의되고 있다. 이는 교육노동자의 임금, 고용, 연금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어 유·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또 다른 위기가 조장되고 있다.

위기 원인 진단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2000년,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 위기 원인을 ‘학교 교육의 경직된 관료체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기회에 못 미치는 학교 교육의 사회적 위상’, ‘역사적 정치적 요인들에 의한 열악한 교육 여건’, ‘신세대 청소년들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자유롭게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 ‘학교의 완고한 교육 방식’, ‘교과 혹은 지식 중심 교육’ 등 주로 교육 내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면서 ‘종래 관료주의적 체제를 경쟁 체제로 전환하는 일련의 개혁 정책을 추진하여 국가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2013년 전교조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교육 위기의 주된 원인은 학부모 76.9%(복수응답), 교사 71.5%, 학생 86.2%가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나아가 교사의 경우 서열화된 대학이 입시경쟁을 부추겼고, 경쟁으로 인한 실패자와 낙오자의 조기 양산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주된 이유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경우 역시 과도한 성적과 입시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된 교육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경우는 교육 위기의 원인을 주로 경쟁 입시 제도에 두고 있다. 다만, 중학교 교사의 경우 입시경쟁교육보다 과밀 학급을 교육 위기의 더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하여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중요한 과제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2013년 출범한 교육비상원탁회의 출범 선언문은 “현재의 교육문제는 모든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국민적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더 큰) 문제는 “우리 모두 ‘위기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초·중·고의 많은 교사가 ‘수업 진행의 어려움’이 교사에게 집중되어 있고, 이것이 교육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관료적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수업 활동, 학급·학교 활동, 학생상담 활동보다는 교육 외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교사의 ‘가르치는 꿈’을 ‘조기 명예퇴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초·중·고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는 1만 9,968건에서 2017년 3만 1,240건으로 늘었고, 심의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건수도 지난 2015년 979건(가·피해 학생 포함)에서 2017년에는 1,86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는 교육부 발표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2019년 통계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 5천억 원이고, 2017년 18조 7천억 원 대비 8천억 원(4.4%)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 8조 6천억 원, 중학생 5조 원, 고등학생 5조 9천억 원 각각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26만 3천 원, 중학생 31만 2천 원, 고등학생 32만 1천 원으로 특히, 고등학생의 증가 폭이 높게 나타났다. 월평균 교과 사교육비도 평균 21만 3천 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더욱이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 5천 원, 200만 원 미만 가구는 9만 9천 원으로 약 5배의 격차가 나타났다. 결국, 위와 같은 통계는 교육을 통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이 확대·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교육이 기회, 과정, 결과 모두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함을 보여주는 교육 위기의 또 다른 유형이다. ‘최순실-정유라’ 사태 이후 최근 이른바 ‘조국 사태’ 또한 한국사회의 교육이 계급적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다.

아래 표는 소득수준에 따른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경향을 나타낸 것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액, 사교육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경우 사교육비 지출액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사교육 참여 비율이 낮아진 현상은 특이하다. 이는 아마도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상당수가 이른바 특권·귀족 학교의 형태인 특목고, 자사고, 외고 등에 진학하면서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규 교육과정 외의 교육이 통계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교육개혁,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교육 정책 추진 성과는 다음과 같다

□ 유아교육 국가책임 강화- 국·공립 유치원 확충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마련, 질 높은 유아교육 서비스 제공- 학부모, 학생 교육비 부담 완화-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 지원, 저소득층 교육 급여 인상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기회 보장 확대- 대학생이 체감할 수 있도록 등록금, 입학금 , 주거비 부담 경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교육환경 구축- (온종일 돌봄 ) 학교 ·지자체 협력을 토대로 학교 안팎의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여 방과 후 돌봄 공백 해소 .- (학생안전 ) 통학버스 안전 확인 장치 설치, 석면·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 제거, 내진 성능 조기 확보 등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통해 대학혁신 기반 마련- 양적 조정 중심의 구조개혁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개선하고, 재정지원사업을 일반재정 지원 방식으로 개편□ 국민의 정책 결정 과정 참여 확대- ‘국민 참여 정책 숙려제’ 등을 통해 정부 주도의 정책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책모델 제시. 2022년 대입제도 개편방안,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등 정책 숙려제 활용 정책 결정 사례(2022년 대입제도 개편방안,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마련,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단독 부처 차원에서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사회부총리로서 부처 간 협업을 제고하고, 정부 공동으로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교육부, 행안부, 복지부 등-시도 교육청-지자체 공동  ‘사립유치원 집단 폐원에 대한 범정부 대응 방안 마련’,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범정부 공동 추진단 구성 운영

‘촛불 정부’임을 자처하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들어선 문재인 정권 집권  2년이 지난 현재,  이렇다 할 교육정책의 변화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성과로 발표한 ‘2022년 대입제도 개편방안,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등 이른바 ‘정책 숙려’를 통해 발표한 결과는 ‘책임회피’, ‘면피용’이었고, 오히려 학교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기초학력 운운하며 이미 폐지된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학입시 전형에서 수능성적 반영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고,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은 국회나 대법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뿐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노동조합운동으로 해고된 34명 해고자는 여전히 복직되지 않고 있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불평등 교육의 주요 근원인 경쟁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 학벌 사회 해소와 교육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등을 위한 정책 변화는 엄두도 내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에 걸쳐 기간제교사노조 설립 신고도 반려한 상황이다.

결국, 날이 갈수록 계급적 본질을 더욱 분명히 하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게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모순일 수 있겠다. 이들이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한, 교육 개혁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곁가지 치기’ 변화로 귀결되고, 개혁은 오히려 혼란을 더하게 할 뿐이다. 노동 유연 안정성을 이야기하고,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에 대한 자본가 대항권을 인정하여 아예 노동조합운동을 파괴하려고 시도하는 한, 포장된 소득주도 성장으로 여전히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한, 교육이 지배이데올로기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용인하는 한,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과 교육/사회 양극화와 빈곤의 대중화 현상을 외면하는 한, 문제인 정권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교육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문제는 가치 중립적일 수 없으며, 경제와 정치,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본질적인 문제는 현재 교육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이라는데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교육은 사회 불평등과 계급적이며 억압적인 인간관계 형성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적 계급·사회 관계를 지속시킬 뿐이며,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으로는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물론 교육을 통한 전인적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은 경제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잠재력으로 작용하기 어렵고, 가정 또는 계급적 배경이 개인의 경제적 성공 기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유주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결국 노동자·민중의 생산 활동이 자본가의 이윤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사회, 정치, 경제적 조건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해결해야 할 교육의 본질적 문제인 억압, 불평등, 차별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기능에 근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교육개혁은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가운데 사회주의를 향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추진하는 전략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적 사회, 경제적 요인을 변화시키지 않고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 국가 주도 교육

자본주의 체제 국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가 계급의 대리인, 보호자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는 그 계급적 성격을 체계적으로 은폐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며, 학교는 위계 구조와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억압적이며 순응적이고,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자본주의 체제의 성격을 결정하는 노동형태, 자본의 이윤축적 방식, 권력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교육은 상품 형태를 취하게 되고, 독자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 등으로 자신을 치장하게 된다. 국가와 지배계급은 그들의 계급적 목적을 은폐하기 위해 교육을 이용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은 자본가 계급의 요구를 반영하고, 필연적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가 계급, 세력의 관심과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는 제한적이긴 하나 지배적 계급의 이데올로기와 다른 입장을 갖는 교육의 자주성, 자율성을 인정하기도 한다. 때문에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양심적으로 그들의 교육적 의도를 실천하려고 하거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고, 권위주의적 교실/학교 문화가 순종적인 노동자를 길러내는 한편,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가, 해방을 향한 급진 운동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이 지점이 교육(노동)운동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교육은 사회관계를 반영하며, 인간의 의식과 인간의 사회적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 사회 지배계급은 교육 행위자인 교사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문화를 통해, 국가장치 또는 자본가의 조직을 통해, 전통과 관습/법을 통해 노동자·민중의 의식을 지배하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 각 계급은 자신의 계급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각각의 계급에 필요한 인간을 양성하려고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계급 사회의 교육은 특정 계급이 교육을 통한 인간 형성 과정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계급에 유리한 사회적 실천을 도모하고, ‘계급투쟁의 한 형태’로 작용하게 된다.

교육(노동)운동 방향 정립을 위한 몇 가지 제언

교육(노동)운동의 방향은 교육의 위기가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형태의 모순 때문에 발생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는데 두어야 하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교육 실천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지향하고,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과정, 자본 편향의 교육내용을 학교 안팎의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자율적 통제는 교육자, 피교육자 모두에게 노동자계급의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방향 정립을 위해 “학교 안팎에서 교육되는 내용은 어떤 계급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는가.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계급과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누가 교육내용을 선정하는가, 또한 교육 관련 법, 제도, 규칙은 지배 이데올로기 학습에 어떻게 기여 하는가, 학교 교육이 진보적 사회변화에 공헌하는가. 아니면,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육(노동)운동 진영은 교육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학교와 공교육체제를 재구성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교육 관련 노동자의 왜곡되고 소외된 노동을 철폐하기 위해 나서야 하며, 자유주의/신자유주의 정책은 물론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전복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운동의 전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자계급 의식과 새로운 사회에 적합한 이념과 전망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민주와 평등, 해방 세상을 지향하는 교육제도에 대한 구상과 실천, 이를 실현할 주체인 교육 관련 노동자, 학교 안팎의 청소년, 지역 노동자·민중의 협력적 교육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1. 사회적 관계의 총체인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필요에 따라 평등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기초 교양 교육은 학령기 아동, 청소년 모두에게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고등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전문적 지식 습득과 전문적 노동 능력, 사회·문화적 전문 소양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한다. 아울러 인간 모두의 사회, 역사적인 노동 성과인 지식에 대한 사적 소유는 지양되어야 하며, 개인 또는 집단적으로 축적된 지식은 사회로 환원되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구조화된 경쟁 입시 교육은 불필요해지며, 학벌 사회 또한 존재 토양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2. 교과 중심 교육은 노동, 생태, 성, 반전평화, 장애, 이주자 관련 감수성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교육 활동 중 이루어지는 평가는 교수-학습 과정으로서의 평가이어야 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모든 입학시험제도는 폐지해야 하고, 일반, 직업, 특수목적 등으로 분화된 교육은 종합 교육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유아기에서 학령기 이전까지 아동의 보육과 교육은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초·중등교육은 기초 교양과정을 중심으로 편성하되 모든 학령기 아동, 청소년에게 무상으로 실시하고, 고등교육 또한 교육 주체의 필요에 따라 무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나아가 일상적 생활, 문화, 예술, 체육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역 자치기구가 운영하는 사회학교가 설립되도록 해야 한다.

3. 제도권 내로 포섭된 노동교육은 자본이 필요로 하는 지식, 이데올로기, 노동력 (재)생산, 소외된 노동, 부의 불평등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가령, 저임금은 저학력·미숙련 노동 때문이라거나, 경쟁에서 승패나 노력에 따른 성과를 분배한 것이므로 당연하다는 식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더불어 사용자의 대항권 역시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의 복지 확대는 노동자를 게으르게 한다는 식으로, 이데올로기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또한, 국가와 자본의 요구에 따라 선별된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으로 인해 학생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인식이나 행동을 보편적인 것으로 학습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 전반적으로 자본주의적 사고가 지배적인 사상이 되게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 교육과정은 노동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배제하고 있으며, 노동자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도록 하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은폐·왜곡하는 한편 노동자가 갖게 되는 소외를 당연한 것으로 스스로 내면화하게 한다. 따라서, 학교 안팎 청소년이 노동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나아가 노동이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 온 역사적 과정에 대한 성찰, 노동자의 권리 실현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를 통해 세계를 진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노동교육이 필요하다.

4. 사회·계급적으로 교육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자본과 국가 주도의 관료적 통제 방식은 해체되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자본의 기능과 역할은 완전히 제거하고,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축소해야 한다. 관료적 통제의 중심인 교육부를 해체하고,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계급적 통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단위에는 교육 관련 노동자, 학생이 참여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자치기구가 구성되어야 하며, 지역 단위에는 교육 관련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민중이 참여하는 시·군·구 단위 교육자치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립학교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5. 교육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갈등이 응축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은 단순히 지배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 장치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이데올로기와 실천을 생산하는 주체를 형성할 수 있다. 교육(노동)운동의 주체는 교육을 통해 반자본주의-사회주의적인 저항을 생산할 수 있도록 형성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과 교육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 관련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은 제한이나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6. 자본과 국가가 통제하고 강제하는 교육으로부터 빚어지는 정치-사회-문화-계급적 불평등 확대는 전체 노동자․민중의 피폐된 삶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교육(노동)운동의 주체는 교사․학생․학부모에서 계급적 주체인 교육 관련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민중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교육(노동)운동의 한 주체로서 교육 관련 노동자 조직과 학생·청소년 조직, 지역의 노동자·민중 조직 사이에 항시적인 연대와 소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참고문헌

보울즈·진티스 지음/이규환 옮김 『자본주의와 학교교육』 사계절,
이규환/강순원 편 『자본주의 사회의 교육』 창작과 비평사
조웰 스프링 지음/심성보 옮김 『교육과 인간해방』 사계절,

1 이 글은 노동전선이 2019년 7월 12일(금) 주최한 <교육(노동)운동 방향 정립을 위하여> 토론회 발제문을 수정하고 보완한 글입니다.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이전 글

〈이론〉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구 정통파의 관점

다음 글

〈쟁점〉노동운동과 시민운동

댓글을 입력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