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ㅣ 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현장과 광장』 제3호의 제목은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였다. 현재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지만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역사에 대해 처음 배우면서 접했던 말이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책이 내심 반가웠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기록하는 이유는 과거의 사실을 통해서 현재의 사실을 이해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모든 역사적 판단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실천적 요구이기 때문에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인 것이다. 『현장과 광장』 제3호는 제목에서 나타나는 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사실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비추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여는 시는 혁명에 앞서 마음을 먼저 고쳐 새로이 하자는 호찌민의 시이다. 혁명을 하려면, 사회를 바꿔내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비판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인 듯하다.
<정세>에서는 세 가지 글로 현 정세에 관한 진단과 그 속에서 노동자계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 계급은 정치질서 개편을 요구해야 한다」에서 신재길 노동전선 정책위원은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에 집중하여 의회의 부르주아적 성격을 폭로하고, 검찰이 어떻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자본가의 도구로 기능해 왔는지를 폭로하여, 국가권력을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 시국 감상」에서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은 자본가들이 현재의 경제위기가 공황이나 금융위기 같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외부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라 호도하고 있다고 하며,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노동자 계급」에서 문영찬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미국과 유럽,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소련 해체 후 나타난 세계사적 반동의 흐름을 일정하게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 승리에 바치는 조창익 선생님의 헌시로 시작하고 있다. 「전교조 7년 고통 뒤에 숨은 문재인 정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는 불법적으로 7년간이 전교조를 짓밟았는데 문재인 정부도 3년 4개월이나 전교조의 고통을 방조하였다고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에 전교조 탄압 3년 4개월에 대해 국민 앞에 엄숙히 사죄해야 할 것이며 ILO협약을 비준하고 노동3권을 전면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늦기전에 공공의료 확충해야 한다」에서는 코로나 19 환자를 돌보게 된 서울대병원 의료인력의 고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과 간호인력과 개인보호구가 부족한 현실을 비판하며, 의료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국민의 건강권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쟁점>에서는 「문재인 정부 철도통합 개혁 중단의 원인과 노동진영의 과제」를 조상수 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서의 문재인 정부의 한계와 계급적 성격은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의 개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분할된 수서고속철도(SRT)와 노무현 정부에서 분할된 철도시설공단의 통합을 약속하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김현미 장관이 SRT통합을 추진하면서 발주했던 철도산업 구조개혁 평가연구 용역은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중단 후 해지되었고 철도통합 추진은 표류하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중단된 것이 아니라 우회하여 계속 추진되고 있고 철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나 남북철도 연결을 통한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추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구상 앞에서, 이제 돈벌이가 될 한국철도에 눈독을 들이는 내외자본에게 철도통합은 반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한국 사회의 기간 산업중 석유와 통신은 민영화되었다. 철도, 가스, 전력 등은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일부 분할은 되었지만 민영화는 막았는데 민영화의 위험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기간산업의 재통합․재공영화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생각된다.
<특집>은 현장과 광장 제3호의 제목인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라는 표제로 한국전쟁 70년과 전태일 50년, 5․18 40년을 이어서 서술하고 있다. 「한국전쟁 70년,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에서는 휴전협정의 전말과 전후체제의 성립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휴전협정에서 남한 정부가 당사자로 들어가 서명하지 못한 사정과 서해5도는 확보하였으나 명확한 해상 분계선이 설정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무력충돌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 이승만의 휴전반대 공세가 거세지자 이승만을 제거하기 위해 에버레디 계획(Plan Everready)을 세웠지만 실행되지 않았고, 이후 이 계획에 참여했던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로 계획의 일부를 실행했다는 대목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내정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고 있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전태일 동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전태일이 서거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전태일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인간적인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합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5․18 40주년 광주 유감」에서는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광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5․18과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린 5․18과 80년대 운동 세력을 비판하고 있다. 또 수업시간에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영상을 상영한 이유로 직위 해제된 배이상헌 교사의 문제에 소극적이다 못해 비겁한 태도를 보였던 5․18 단체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5․18의 정신은 80년 5월 광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만 머물러서도 안된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권력화되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5․18은 있다. 철탑 위 고공 농성장에, 청와대 앞 낡아 삭아가는 천막에, 산재 사망 외국인 노동자의 빈소에, 그리고 광주시교육청 앞에도… 곳곳에서 마치 5월 26일 밤 애절한 목소리 마냥, 우리를 부르고 있다.”
내가 여성이어서 인지 여성에 관한 서술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사회주의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사회주의적인 변혁운동을 지향하는 여성활동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것이 인간해방과 평등이라면 여성이 해방되고 성평등이 실현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의 완성이라 생각된다. 클라라 제트킨은 “여성해방은 사회주의의 승리를 통해서, 사회주의 승리는 오직 프롤레타리아 여성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했고, 레닌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수백만, 수천만 근로 여성이 투쟁에 참가할 때만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가 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