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21호 우리들에게 ‘영원한 승리’란 무엇일까?

김석현 ㅣ 전교조 조합원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 이후 피델 카스트로를 떠나 아프리카 콩고로 혁명을 위해 나아갈 때 남긴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마지막 편지 구절이 이번 「현장과 광장」 제2호의 제목을 장식하였다. 이 문구는 나도 매우 좋아하는 문구여서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현장과 광장」 제2호를 받아들었을 때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현장과 광장」 제2호를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체 게바라가 말하고 있는 영원한 승리라는 것이 우리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들도 모두 같은 승리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일까?”하고 말이다.

지금 전 세계는 경제 공황의 상황에 처해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돌아온 주기적 공황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세질 것이라는 것과, 이들 노동자들의 투쟁을 잘 조직하여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투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정세분석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정세에서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 연구원의 정세분석 글을 읽으면서 현재 자본가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노동자들이 지금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보며 상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손미아 교수님의 글을 보면서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체제, 그리고 이 체제가 가지는 근본적이 모순들을 살펴보았다.

김성구 교수님의 ‘국가독점 자본주의(론)’에서는 자본주의의 전화와 맞물려 마르크스가 살던 시절의 『자본』과 레닌이 살던 때의 『제국주의』, 그리고 이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국가 독점자본주의론’으로 각 시대별 자본주의의 변천사를 잘 설명하고 있었다. 확실히 국가가 개입하여 죽은 자본을 살려내고 노동자들에게 공황의 책임을 묻는 현재의 정세적 상황을 국가독점 자본주의론이 잘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끝장 내야한다는 것, 그리고 끝장내기 위해서는 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국가독점 자본주의라는 것을 잘 체계화하고 이론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신자유주의 대변자들의 선전과 선동을 이데올로기적 기만이라고 하였는데, 작은 국가를 지향한다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기만적으로 탈규제와 자유화를 국가의 강한 개입으로 이루어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에 현재의 정세를 잘 파악하고 싶다면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글들을 차례대로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세계 공황의 상황 속에서 우리가 잡아야할 줄과 놓아야할 줄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는 글들도 인상 깊었다. 먼저 문재인 정부와 같은 기만적인 자유주의 정권은 절대로 우리 노동자와 민중들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양한웅 위원장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에 부쳐’에서 잘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삼성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문재인 정부는 끊임없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겨우 철탑에서 내려온 김용희씨를 문재인 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증거까지 은폐하며 범죄를 저지른 이재용 부회장과 사진을 찍으며 스스로가 독점자본의 주구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의 ‘강남역 철탑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주의 세력뿐만 아니라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편집위원장이 쓴 무정부주의에 대한 글을 보면서 혁명에 대한 공상성을 가진 무정부주의가 절대 자본주의를 끝장낼 수 있는 이론과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어느 모로 보나 무정부주의는 혁명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잘못된 이론과 분석이 혁명을 파괴하고 노동자들과 민중들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성우 선생님의 ‘포스트모던적 사고 비판’을 살펴보니 포스트모더니즘도 더 이상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급진적인 사상이 아니라 매우 비과학적이며,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고 공고화하기 위한 하나의 기만이 불과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운동진영을 보면 당사자 운동과 부문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판을 치고 있고 아나키즘이 자유주의 세력과 이어져 결국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며 노동운동을 분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운동적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이 옳은 상황이 아니며 우리가 꿈꾸는 ‘승리’로 가는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현장과 광장」은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현장과 광장」에서는 이러한 기만적인 운동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올바른 전망과 노선을 소개해줄 것을 당부한다.

「현장과 광장」 제2호를 읽으면서 내가 느낀 장점은 생태의 문제, 여성의 문제 등도 자본주의적 모순과 노동중심성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생생한 현장 모습과 환경 파괴의 실상을 알려준 진진수 환경활동가의 글과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이라는 글을 쓴 천연옥 노동전선 회원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아나키즘적이고 소비주의적이면서 문화주의에 머물고 있는 생태운동과 가부장제라는 비유물론적인 이론으로 가난한 여성들의 억압을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여성운동에 「현장과 광장」이 많은 비판과 혜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한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들에게 있어 ‘영원한 승리’란 무엇일까? 나는 「현장과 광장」 제2호를 살펴보며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체 게바라가 말했던, 그리고 「현장과 광장」의 편집위원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그 승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집으로 다뤄진 사회주의에 대한 글들을 살펴보며 더 이상 노동자가 착취당하지 않고, 여성이 억압받지 않으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할 ‘승리’의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승리는 지금과 같은 경제공황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일으키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대안적 사회체제, 즉 사회주의라는 것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장과 광장」 제2호를 보며 알 수 있었다. 끊임없이 착취당하지만 결국 이 사회를 넘어서는 힘을 가진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과, 인간해방, 국가권력의 쟁취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광장에서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많은 독자들을 만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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