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지난 1주일 간,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쉬지 않고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소위 ‘노사정 최종합의안’ 승인을 요구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정부·경총 측과 해당 건을 먼저 합의한 후, 총리공관 협약식을 예정한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추인을 시도했다는 사실마저 드러났다.
김명환 집행부는 거듭된 강요에도 중집 승인을 얻는데 실패하자, 마침내 위원장 직권으로 대의원 대회를 소집해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부위원장 7명 중 6명, 16개 지역본부장 전원, 16개 산별노조대표자 중 10명 등 압도다수가 반대하는 합의를 밀어붙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사정 합의가 이토록 격한 반대에 부딪힌 이유는 무엇인가? 합의가 어떤 포장으로도 덮을 수 없을만큼 반노동자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로, 노동자는 ‘재난기간 모든 해고금지’라는 구체적 고용유지방안 대신 ‘적극 노력한다’는 공문구를, 더 나아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얻을 뿐이다. 그러나 자본가는 보다 쉽게 휴업을 실시할 권한,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권한, 그리고 이를 ‘해고회피 노력’으로 포장할 권한을 얻는다.
합의의 기조를 담은 [전문]을 보자. 노사정 합의는 노동자가 자본과 싸워서는 안된다고 한다. “기업의 힘만으로는 고용유지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노사정의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 노사정은 연대와 책임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한다. 사용자와 연대하고, 정부와 협력하는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노조가 아니다. 누군가 그런 합의를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민주노조의 대표자가 아니다.
[1-2. 고용유지 지원제도 확충] 항목은 황당할 정도다. 휴업과 폐업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휴업수당마저 빼앗을 권리를 자본에게 부여하고 이를 ‘고용유지 지원제도’라고 부르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로 법정휴업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워 ‘휴업수당 감액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법적 범위 내에서 기업상황, 노사의견 등을 고려하여 신속히 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 현행법상 노동위원회가 승인하는 경우 자본가는 휴업수당을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노동위원회를 강제해 휴업수당을 자본에게 헌납하겠다는 합의에 노동자가 동의하라는 말인가?
[1-6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은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공문구, 경영계는 노동법을 지킨다는 하나마나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모범적 사용자로서 위기극복과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문구는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마사회 특수고용노동자, 톨게이트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그저 악질자본에 지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 그 자체가 노사정 합의문이 철저한 허구임을 증명한다.
2장 제목은 대놓고 [기업살리기 및 산업생태계 보전]이다. 이미 24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기업에 투입되고 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적극적 거시정책 기조로 실효성 있는 유동성 지원’,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자금조달 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나 그 조건은 그저 총고용인원의 90%를 6개월간 유지하는 것뿐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에게는 천문학적 자금을 챙기면서도 총고용 인원의 10%를 합법적으로 해고할 권리가 주어지며, 심지어 그 ‘총고용’ 인원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2019·2020년 도합 3조 3천억원을 지원받고도 집단해고를 자행한 금호아시아나 재벌의 행태를 합법화 하는 것이 김명환 집행부가 강요하는 노사정 합의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2-4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 및 투자여건 개선]에는 “정부는 소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재정·세제지원 및 대규모 소비행사와 국내 관광활성화 조치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노사는 조직차원에서 참여선언 등을 통해 소비분위기 확산에 동참한다”고 쓰여있다. 노조대표자들이 재벌회장들과 함께 모터쇼에, 신제품 발표회에 나란히 서서 한국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증명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조가 용인할 수 있는 합의인가?
김명환 위원장은 합의문 ‘최종안’을 승인해야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토론다운 토론조차 불가능한 온라인 대대를 소집한다고 한다. 그 근거는 김명환 본인의 ‘소신’이다. 물론 그 소신은 경총과 전경련의 소신이기도 하다. 가치 없는 소신을 민주노조운동에 강요하지마라. 김명환 집행부는 노사정 합의를 즉각 폐기하고 사퇴하라. 민주노총은 정부와 자본의 노무관리기구가 아니다.
2020년 7월 7일 좌파공동실천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금속활동가모임
노동당 노동자정치행동
노동해방투쟁연대(준)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사회변혁노동자당
실천하는공무원현장조직
평등노동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현장투쟁복원과계급적연대실현을위한전국노동자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