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20호 전교조 법외노조 무효 소송 <대법원 공개변론> 관람기

이을재 ㅣ 전교조 해고자

지난 5월 20일, 전교조 법외노조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인 대법원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한편으로 전교조의 권리 회복이 기대되는 긴장감이 있는 재판이며 한편으로 씁쓸한 재판이다.

재판이면 재판이지 또 무슨 <공개변론>인가? 원래, 2심까지의 재판은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 진행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거나, 관심이 집중된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변론>을 진행할 뿐, 대부분의 대법원 재판은 2심까지의 재판 기록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심리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다. 전교조는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을 <공개변론>으로 진행할 것을 주장해 왔다. 특히, ‘보수 성향’의 대법관의 퇴임 이후로 판결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공개변론> 주장의 이유로 작용했다.

어쨌든,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에 대해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7년 전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조치’를 정부가 직권으로 취소하면 재판도 필요없게 되어, 모든 일이 깨끗하게 정리될 수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소 조치’를 멈칫거리고 있어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면에서 <공개변론>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에 다행이라 생각되면서도, 여전히 마땅치 않은 재판인 것은 분명하다.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잠시 되돌아보자.

벌써 7년이나 지났다.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에 ‘노조로 보지 아니함’이라는 공문 한 장을 보냈다. 소위 ‘법외노조’의 시작이다. ‘법외노조’의 의미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되,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노동조합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노동조합 해산 명령’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동조합법에 의해 보호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노동조합이라면 있으나마나 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즉각적으로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통보’를 불법적인 행정 행위로 규정하고, 이의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때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이 시작되었다. 한 달 뒤인 2013년 11월 13일 1심 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교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로써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어 전교조는 다시 ‘법내 노조’가 되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반 년 뒤인 2014년 6월 19일 1심 법원은 ‘법외노조 처분 취소’ 요구를 기각하여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가 되었다. 이후 2심 법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전교조는 ‘법내노조’에서 ‘법외노조’를 왔다갔다 하였다.(표1 참고)

2014년 9월 19일, 2심 법원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결정, 2015년 6월 2일 ‘2심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2015년 11월 16일 2심 법원이 다시 ‘법외노조 통보 효력 정지’ 결정, 2016년 1월 21일 2심 법원의 ‘법외노조 처분 취소 소송’ 항소 기각 등으로 전교조는 ‘법내 노조’와 ‘법외노조’의 지위를 오락가락하였으며, 2심 법원의 항소 기각 이후 대법원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까지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표1 :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 진행 상황>

일시정부와 법원의 판단(또는 행위)전교조의 법적 지위
2013. 10. 24박근혜 정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법외노조
2013. 11. 131심 법원,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법내노조
2014. 6. 191심 법원, ‘법외노조 통보 취소 요구’ 기각법외노조
2014. 9. 192심 법원,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법내노조
(2015. 5. 28 헌법재판소, 법외노조 근거 법률 위헌 소송 합헌 결정)
2015. 6. 2대법원, ‘2심 법원의 효력정지’ 파기환송법외노조
2015. 11. 162심 법원,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재인용법내노조
2016. 1. 212심 법원, ‘법외노조 통보 취소 요구’ 기각법외노조
현재까지대법원, 4년여 기간 판결 지연법외노조

지난 5월 20일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은 2016년 1월 21일 2심 판결 이후 4년 4개월 만에 열린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 재판이다. 이 4년 4개월은 정당한 이유 없이 전교조가 요구한 소송이 지연되어 그만큼 전교조의 권리회복이 지연된 시간이다. <공개변론>의 쟁점은 첫째,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이 법률에 근거가 없는 시행령에 의한 것으로 위헌인지 여부, 둘째, 전교조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셋째,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것인지 여부이다.

이 쟁점 셋을 논하는 대법정에서의 논란 그 자체는 웃지못할 코미디이다. 대한민국의 행정권과 사법권을 전혀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고 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조치를 문재인 정부가 ‘취소’하면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은 원천 무효가 되며, 따라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인한 전교조의 해직교사 34명은 즉각 원직복직할 수 있게 되며, 전교조는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도 계속할 이유가 없게 된다. 대법원이 4년이 넘도록 판결을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가능성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3년이 넘도록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교조는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여전히 해직교사들의 고통이 지속되는 등 ‘법외노조’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첫째 쟁점인 <노동조합법 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의 위헌성에 대해 살펴보자.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아니함’이라는 공문을 발송하여 사실상 전교조의 ‘해산’을 명한 것은, 상위 ‘법률’에도 없는 ‘노조 해산’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의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측 소송 대리인은 <공개변론>에서 ‘행정청의 준엄한 법 집행 선언’이라 주장하였다. 문재인 정부라면 당연히 박근혜 정부의 ‘불법적인 전교조 탄압’에 대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 마땅한 일임에도,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탄압 행위’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법외노조 취소’는커녕 ‘법외노조 통보’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교조 공개변론>의 비극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탄압’을 사과하고 취소하는 일임을 다시 확인한다.

잠시 <노동조합법 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의 역사를 살펴보자. 상위 ‘법률’인 ‘노동조합법’은 이미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노조 해산 명령권’이 삭제되었다. 따라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은 상위 법률의 근거가 없는 조항이다.

둘째 쟁점인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노동조합’이 적법한 노동조합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노동부측 대리인은 ‘교원 아닌 자 즉, 해고자의 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교원노조법 2조를 위반’하여, 전교조는 ‘노동조합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역시, 믿기 어려운 장면이다. 문재인 정부가 교원노조법 2조의 ‘현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의거,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노조 자격 박탈’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9명의 해고 조합원으로부터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호한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가 내세운 엉뚱한 이유이다. 오히려, 9명의 해고 조합원을 이유로 나머지 6만 명의 조합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폭거이며, 또한 법률적으로도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폭력행위가 분명하다.

현직 교원으로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의 부당성은 이미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된 조항이었다. 우리나라가 1991년에 가입한 ILO의 핵심협약 98호, 99호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그 구성과 활동의 자주성을 보장받아야 하며 따라서 해고자 등의 조합 가입을 제한하는 법은 이미 ILO 협약에 위반된다. 따라서, 1998년 <교원노조법> 제정 당시에도 이미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제한하는 법 조항의 부당성에 대한 논란과 지적이 있었으나 반영되지 못하였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교원노조법>에 의해 해고자 9명으로부터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6만 명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한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공개변론>에서 이 궤변을 반복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폭력’을 승인한 셈이다.

세 번째 쟁점인 재량권 일탈, 남용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대법관들조차 노동부의 모순된 주장을 지적하였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인정을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하는 합리적 기준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노동부에서 문제된 법률 조항을 개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입법 이전이라도 먼저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한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직권취소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지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측 대리인은 ‘입법을 예상해서 미리 선제적으로 직권취소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으나, 부담스럽다’ 면서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 달라’고 하여, 무책임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즉, 스스로도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어떤 이유인지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탄압 행위를 스스로 취소하지 않고 대법원에 그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확인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날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 <공개변론>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을 스스로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 이유는 둘 중의 하나로 보인다. 하나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를 할 경우, 보수세력의 반대 등으로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정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가 노동자들의 이익보다는 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또 다른 보수 정권이라는 점이다. 둘 중 어느 쪽이어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똑똑히 기억될 것이며, 또한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5월 20일 당일 열린 20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의 개정은커녕, 자주성을 침해하고 심지어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를 봉쇄하는 방향으로 <교원노조법>을 개정하여,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성격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5월 20일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전교조와 교수노조 등 당사자들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당사자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야합하여 <교원노조법> 개정안의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개정한 내용은 하나, 초중고 교사에 대학 교수를 <교원노조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이조차도 그 동안 스스로 교수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행정부도 입법부 그 누구도 사과와 반성이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교수노조의 노동기본권 박탈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며, 여전히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보장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미 법 개정 이전에도 교수노조는 구성되어 있었는데, 아무 의미도 없는 법 개정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더욱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의 또 다른 내용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봉쇄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반노동’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심각하다. 복수노조의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만 교섭이 가능하다는 조항으로, 사용자에 의한 소규모의 어용노조가 창구 단일화에 협조하지 않으면 교섭 자체가 불가하다는 것이 이미 전교조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0일은 노동운동사에 민주당이 ‘반노동’을 분명히 공표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은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 <공개변론>에서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을 정당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날이었다. 또한,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야합하여 노동기본권을 확대, 보장하라는 국내외의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교사, 교수의 노동기본권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교원노조법>을 개악한 날이다. 교사, 교수 노동자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노동자들 모두 이날 이루어진 민주당의 ‘반노동’ 폭거를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수 정당에 불과한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노동자 스스로가 주인되는 노동자 정치, 진보 정치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해방! 이것은 결코 민주당 정부의 몫이 아니다.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 일임을 명심, 또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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