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수 ㅣ 노동조합 활동가
이번 12호 현장과 광장에 담긴 글들이 모두 의미심장하다. <특집>란에서 기후위기를 맑스-레닌주의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한국 현실 (산불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분석하여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것이 인상깊다.
더불어, <현장>란에서 내란세력 척결과, 국가보안법 폐지, 신자유주의에 따른 예속적 경제체제 문제, <주장>란에서 진보진영의 역량 구축, 강화, 발전을 위한 강령마련 문제와 주체역량이 가져야 할 도덕, 자세, 관점 문제는 사회변혁을 위한 목표 수립과 이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론 마련을 사색할 수 있게 하는 글들이라 매우 소중하게 다가왔다.
우선 12호 제호가 기후위기에 방점이 찍힌 바, 이에 대한 필자의 소감을 먼저 적어 보려한다.
12호 제호에 대한 의견을 받을 때, 필자는 <기후위기, 자본주의, 재앙>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필자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 위기는 자본주의가 불러 온 것이고,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결국 재앙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변증법적 제호로 딱 들어맞기에 추천한 것이다.
기후위기 <특집>란의 첫 번째에 실린 한국 산불의 특징을 분석한 최병성 대표의 글에서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 시스템의 천박함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본다. 최병성 대표는 돈과 이익(=송이, 벌목과 침엽수 조림, 임도, 사방댐 건설)에 매몰된 침엽수 일변도 산림정책이 대규모 산불을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마구잡이 임도 조성에 맞춰져 있는데 이는 오히려 산불의 확산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라 더 위험하다. 그러나 산립조합, 건설자본과 결탁한 정부와 지자체는 도리어 이를 장려한다. 산불 진화의 예산, 권한과 책임, 역할이 소방청에 있지 않고, 산림청에 있다. 결국, 막을 수 있는 사건을 재난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한국에 구축되어 있다. 자본주의적 관점과 대처가 재난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이 결탁하여 끊임없이 재난을 만들어내고, 이 재난은 점점 더 커져가는 현실이다. 대형산불과 그 원인, 진화체계를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산불재난 현장을 찾아가 냉철하게 그것의 현상과 본질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최병성 대표의 글에서 현장의 활동가의 자세까지 배울 수 있었다.
<특집>란 두 번째 글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쓴 천연옥 동지는 신공항들 모두가 심각한 환경파괴, 군사적 목적에서 미군기지와 연동, 민주적 절차 무시와 일방적 추진, 지역균형발전 논리로 주민들 찬성의견 추동, 안전문제의 심각성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환경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에서 제기된 신공항 건설의 여러 가지 문제점 가운데 군사적 목적에서 미군기지와 연동되는 측면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미국 제국주의 군사전략의 변화에 따라 한국의 국토 개발정책 전반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 패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에서,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신냉전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가덕도 신공항을 포함한 여타의 신공항들은 이러한 미군의 전략, 전술적 목적에 따라 건설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시 대비 이중 활주로 체계를 구축하여, 기존 군사 활주로와 추가 민간 활주로를 동시에 두어, 유사시 군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민간영역의 신공항을 우후죽순 건설하려는 것이다. 부산·진해 일대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 주한미군 군수기지가 모여 있는 군사 요충지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러한 미국의 군사시스템에 복무,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건설되는 것으로 봐야한다. 수요가 없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통계 조작 등을 통해 무리한 건설을 하려는 이유다.
미제의 군사전략과 필요에 따라 신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되었으니, 이제 재벌(독점자본), 자본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일이 남았다. 그것은 자연환경과 생태계 등을 고려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적 목적에 맞게 강행될 뿐이다. 이것들을 은폐하기 위해 지역균형개발이니 관광특구니 온갖 프로파간다를 퍼뜨린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이면에 제국주의의 폭력, 착취, 파괴와 교활한 음모적 본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미제국주의를 끝장내고, 미군을 철수, 몰아내야 하는 이유다.
『화석자본』이라는 책에 대한 서평형식으로 쓴 이건수 편집위원의 글도 참신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 화석연료를 통해 증기력을 얻고 이를 통해 산업발전을 이뤄온 역사가 자본의 논리가 관철된 과정이라는 점이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증기력을 선택한 핵심이 노동을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럼 그렇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사색이 이어졌다. 이러한 화석연료, 화석자본, 화석경제의 시스템의 끝에 일극 제국주의 질서가 보였다. 그 질서가 자연의 질서를 이미 파괴했으나, 이러한 경제시스템 속에서 후발적으로 경제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각 국의 노력은 파괴의 재생산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다. 또한, 이 경제시스템을 이제 제국주의 나라들은 다른 에너지 경제시스템으로 바꾸려하고, 여기에 또다시 제제 및 통제를 통해 독점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상황이다. 어떤 돌파구가 최선의 해법일까. 화석연료, 화석경제가 기후를 파괴하고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명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이것이 독점과 또 다른 자원의 수탈과 착취, 예속을 낳는 제국주의 시스템이 되어선 안된다.
세계 노동계급들이 이에 대한 원칙, 입장, 투쟁방향 등을 어떻게 설정하고 함께 단결해서 싸우려고 하는지 구체적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없다면 만들어야 하고, 느슨하다면 팽팽한 단결과 실천을 도모해야 하겠다.
조남수 편집위원은 기후위기, 재앙의 구체적 문제를 맑스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근원적 해결을 주장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글의 필자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는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를 인간의 끊임없는 소비 욕망에서 찾아 대량소비를 억제하는 것에 대안을 찾기도 한다. 또한 현대판 맬서스주의로 사회보장책들을 모두 제거하여 과잉인구를 스스로 소멸하도록 방치하자는 주장도 있다. 자본주의의 사회운영 방식과 체계, 생산관계 문제를 극복하는 대신 도적적 관점에서 기후위기 극복 대안으로 주장하는 탈성장론도 존재한다. 모두 비과학적이다. 따라서 비현실적이다. 곳곳에서 전개하는 생태주의에 기반한 운동은 탈계급적이고, 중산층의 낭만주의에 기반한 운동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공감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근본적이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핵심은 생산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문제와 직결된다. 이는 계급투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결국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자본주의적 생산을 사회주의적 생산으로 바꾸는데 있다. 여기에 운동가들의 상상력과 실천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공상적 운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사회적 운동에는 단계가 있다. 그리고 운동이 전개되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의 물질적, 의식적 수준과 현실조건이 있다. 이것을 인정하고 반영하여 변혁운동의 주체들이 전략전술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실천과정에서 <특집>란에 실린 마키노 히로요시 교수가 쓴 내용도 참조 할 만하다고 본다. 마키노교수과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의 제 2의 모순 (생산력·생산관계와 생산조건들 사이의 모순)으로 과소생산 위기가 일어나고, 이 위기를 자본은 보다 계획화된 자본주의로 진전(필자주 : 돌파) 할 수도 있다. 필자의 생각에는 국내, 국제적 노·자간의 힘의 역량에 따라 사회적 타협, 과도기적 합의 상태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는 자본의 발전과 제국주의 체제 구축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맑스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기후위기 (자연과 인간 사이의 물질대사 교란)는 지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이다.
현재 세계 패권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은 오늘날 신냉전을 조성하여 과거 냉전시기 반제, 사회주의 역량을 패퇴, 약화, 고립시켰던 역사적 경험을 반복하고자 한다. 미국은 소위 동맹국, 또는 자신들과 자유무역 시스템이 도입된 국가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적 위상을 세우려 하고 있다. 기후위기 관련해서는 자국의 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리협정조차 탈퇴했다. 기후위기를 반제, 다극화를 주장하는 나라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들의 경제와 산업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질서재편을 꾀하는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대리전 양상의 전쟁을 획책하고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 환경문제로만 주로 부각되고 있는 한국의 신공항 건설 추진도 포함되어 있다.
기후위기 측면을 보아도, 전세계 노동자계급은 단결하여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세계질서를 파탄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군사, 정치, 경제적 예속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가장 선두에서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12호 <국제>란에 실린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붕괴를 통해 오히려 수면 위로 올라온 제국주의 선전 프로젝트는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세르비아, 몰도바, 쿠바, 베네수엘라, 이라크, 이란, 니카라과, 아프가니스탄, 페루, 과테말라,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버마 등 전세계 도처에서 미국은 제국주의 선전과 반정부 및 친미 여론을 조성·조작하는데 열을 올렸다. 세계의 여론광장을 독립 미디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개입, 통제했음이 드러났다. 제국주의 미국의 실체다. 기후위기 등의 환경 영역을 포함하여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입장, 미국의 이해에 맞도록 선전할 수 있는 체계는 존재하며, 이 은밀한 체계가 폭로되었더라도 언제든지 구축 가능할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단지 언론 분야 뿐이겠는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종교 등 온갖 영역에서 제국주의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기후위기에서 자본과 제국주의 미국의 민낯을 본다. 특히 미제국에 종속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은 미군기지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의 글에서도 보듯이 환경문제에서도 심각히 드러남을 직관적으로, 또는 유추해서라도 알 수 있다.
반미·반제는 시대적 요구이며 국내·국제적으로 노동계급이 최선두에서 단결하고 연대하여 투쟁해야 할 사명이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많이 공개된 군사적 예속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사(KB, 하나, 신한, 우리)의 외국지분은 2024년 기준으로 평균 약 63%다. 2025년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40위 대기업의 외국 지분율은 30%~60%로 매우 높다. 주요 대기업으로 갈수록 더욱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약 73%, SK하이닉스의 경우 약 56%로 알려져 있다. (출처 : 위키피아) *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지분율에서 국가별로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인지 공개한 자료가 없어 최근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2006년에 공개된 기준으로는 미국계 기관이 두드러지게 높았다는 자료는 존재한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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