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4호 4-1 학문과 문학은 그 시대와 싸움을 멈추는 순간 썩는다.

김파란 ㅣ 농민

노신평전에 ‘이중관념’이라는 말이 나온다. 노신은 아주 예리하게 사회의 체제가 변화하는 시기에 일종의 ‘이중관념’이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노신이 갖가지 기장주의(양다리)와 기회주의를 폭로한 것은 모두 이러한 ‘이중관념’에 대한 투쟁의 연장이었다.

이 ‘이중관념’이라는 것이 뭐냐? 예컨대 노신의 시대에서 찾는다면 외국의 문물을 배우면서 특별히 공자를 숭상하며 혁신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복고를 외치는 것이다.

나는 요즘 노신의 ‘이중관념’을 민주당괴 조국을 지지하는 문예인들과 지식인들에게서 아주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시인’들의 말과 의식의 괴리는 너무 극명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들은 노동자 농민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헌데 돌아서면 ‘절대악’ 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도 민주당을 지지하고 조국을 지켜야 된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럼 돌아보자. 민주당 정권 때 톨게이트 노동자 사태와 그 사태의 주범인 이강래 전 도로공사 사장의 민주당 공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문재인 정부는 노동 탄압에 앞장서고 사회경제적 개혁을 후퇴시키면서도 최소한의 해명조차 없었다. ‘조국 사태’가 그렇게 거대한 이슈가 되어버린 데에는 검찰 기득권의 저항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극렬 지지자들의 눈치만 보고 나머지 시민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문재인 정권의 ‘선택적 소통’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더 결정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조국 전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금쪽 같은 내 사람들인 것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금쪽 같은 내 사람들을 마음의 빚으로 여기며 가슴 아파 하면서 뒤로 어떤 일을 했나? 민주당 심지어 정의당까지 찬성해 ‘산업기술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액면은 얼마나 좋은가…기업의 기술유출을 막고 원천기술을 보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 공개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법 시점은 더 기가 막힌다. 2019년 3월 정보 공개 행위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고 불과 5개월만에 본회의까지 통과 됐다.

왜 이토록 번개처럼 국회가 통과 시켰을까?

삼성을 위한 것이었다.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은 삼성 백혈병 노동자 유가족이 요청한 삼성전자 작업환경 결과측정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산업통상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를 제동을 걸었고 이 개정안으로 정보 공개를 완전히 틀어 막은 것이다.

이런 민주당 정권에 대한 어떤 비판도 없이 문예인들은 ‘민주당만 옳다’ 조국은 어떤 잘못도 없이 가족이 검찰에 도륙 당했다’ 그러니 검찰이라는 ‘절대악’이 존재하는 한 ‘민주당은 선’ ‘조국은 희생자’다. 라고 외치며 이번 선거도 ‘선과 악의 싸움’일 뿐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현실의 불펑등과 차별, 참혹함은 결코 보이지도 인식할 수 없다.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해결하려는 시도는 당연히 못한다.문예인과 지식인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방법은 절충과 조화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의 말과 선동은 현재를 살아가는 최하층민의 현실을 죽이고 있는 ‘도살자’인 것이다.

물론 최하층민, 노동자, 농민은 스스스가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현재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권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 허나 문예인들과 지식인들도 당신들의 문학과 학문의 최종 선택은 이런 이중관념과의 투쟁일 것이다.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불가노프)”의 문학적 유언이 2024년 한국에서는 “불타지 않을 원고는 없고, 불태울 지지선언만 남았다”가 문학 정신을 대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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