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0호 12-9 국회의원 연임제 폐지와 비례대표제 전면 확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밑으로부터 정치/정당개혁 시작해야

허영구 ㅣ 평등노동자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예비후보 결정과 후보경선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어느 당도 지역 당원들이 스스로 후보를 결정하고 등록하는 경우가 없다. 중앙당 집행부(특히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당과 당원 민주주의가 부재한 이유다. 그래서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여야 모두 당대표를 사퇴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시•군•구의원 역할에 집중한다. 연말 우편함에 꽂히는 의정보고자료를 보면 시•군•구의원의 자료를 베껴다 놓은 모습이다. 그래서 자기 지역구 예산 따내는 일이 우선이다. 하기야 걸리는 프랭카드를 보면 모두 자기 당 그리고 자신이 했다고 자화자찬한다. 쪽지예산으로 정부예산을 낭비하든 국가자원이 불평등하게 배분되든 관심이 없다. 여야담합으로 재벌부자감세 해준 나머지를 나눠 먹으려니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니 항상 정부예산안 통과는 법정기일을 넘긴다.

전 국민의 3분의 2에 달하는 3천만명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는 판국에 자기 ‘지역발전’을 앞세운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을 하면 할수록 지역격차는 커지고 도시환경은 파괴되며 자원낭비와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농촌은 도시의 배후지로서 온갖 환경파괴물질을 폐기처분하는 공간이 될 것이고 원전등 전기생산과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게 될 것이다. 식량과 환경의 원천적 기지인 농어산촌은 파괴될 것이다.

하기야 예전부터 지역에 다리 하나 생기면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도시군구의원, 시도지사, 시장, 군수, 읍면장, 심지어 동네 이장까지 자기 공을 내세우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재선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이야 자기 공으로 내세우는 건 사전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는 지역구 관리가 우선이다. 지역구 유권자 많이 찾아다닌 것이 자랑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법안을 하나 만들려면 먼저 인류보편적 가치를 담은 유엔헌장과 인간의 존엄, 인권, 가치, 행복 등을 담은 헌법을 공부해야 한다. 국회도서관에서 불을 켜고 자료를 찾고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법안은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보좌진이 얼기설기 엮고 외부 자문 좀 받은 뒤 상정한다. 비슷한 내용의 상정법안들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나중에 병합 심의하다보면 누가 낸 법인지도 모를 정도가 되고 누더기가 된다. 그것도 헌법을 위배하는 배제나 예외조항, 유예조항 등 엿장수 마음대로다. 법안제출 건수 올리는 것이 성과이고 자랑이 된다.

대통령은 5년 단임제다. 4년 중임 주장은 있으나 헌법 개정 사항이라 쉽지 않다. 국회의원 중임은 인정하되 연임은 폐지해야 한다. 임기 4년 동안 오직 재선을 위한 활동만 한다. 물론 그것이 국가나 국민을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와 정당개혁은 뒷전이고 사회개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정책과 제도 변화에 특별히 기여하는 것도 없다. 말만 무성하다.

재선이나 공천에 목매달지 말고 4년 동안 국가정책과 국민의 삶에 대해 정치와 입법 등 의정활동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연임제도를 폐지하면 된다. 최근 누가 불출마를 선언하는가, 공천물갈이가 어떻게 되는가로 정치적 관심이 뜨겁다. 연임제를 폐지하면 해결될 문제다.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 중 재선을 원한다면 현장에 내려와 공부하고 활동하고 4년 뒤 다시 출마해 평가를 받으면 된다. 국회의원을 권력으로 누리면 안 된다. 국민의 권리를 한시적으로 위임받았을 뿐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여야 한다.

최근 적대적 양당담합구조를 통한 권력나눠먹기에 맞서 제3지대(권력) 신당 논의가 무성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소선구제도에서는 지역구 당선이 어려울 것이고, 비례대표 당선 또는 양당이 병립형 위성(괴뢰)정당을 유지하면 그것조차 소수당이 들어갈 자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각 유권자의 30% 콘크리트 지지를 받고 있는 양당이 유권자의 40%를 배제하고 권력을 독과점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고 현재와 같은 후진적이고 역겨운 정치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국회의원 300명 중 비례대표선출직이 47석에 불과하다. 한국은 국회의원 선출이 지역구•비례대표 혼합형이지만 비례대표수가 너무 적다.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서 비례대표수를 늘려야 했으나 지역인구 감소로 지역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로 인해 오히려 비례대표수 감소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OECD국가 37개 중 국회의원 선출방식으로 다수대표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5개국, 혼합형은 한국, 일본, 독일 등 8개국, 비례대표제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등 24개국으로 65%에 달한다. 이 들 국가 중 상당수가 한국과 같은 국회의원 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보좌관의 의원 두 명 당 보좌관인 한 명인 나라도 있다.

당장 전면 비례대표는 어렵다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부터 지역구 중대선거제도를 전제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출 비율을 50 : 50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중심이고 1일 생활권인 나라에서 국회의원을 지역에서 선출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구청장 선거 하나에도 양당이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것을 보면 모든 지역이 전국구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구를 옮겨다는 경우도 많다.

이재명 대표도 자신이 시장과 도시사를 했던 성남과 경기도를 버리고 전 당대표가 물려준 지역구인 인천으로 옮겨 국회의원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대통령, 야당은 당대표가 실질적 공천권을 갖고 있기에 줄서기와 계파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해 다양한 계급,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물들이 당원들에 의해 추천되고 배정되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 하나 정당 창당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6개월 내, 최소 5개 광역자치단체 각각 1,000명 이상 당원 모집’이라는 정당 창당 조건을 폐지해야 한다. 소수의 집단이라도 자유롭게 정당을 창당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2명 이상이면 노동조합을 창립할 수 있다.

정당 국조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정당은 국가기구가 아니다. 특정한 이념과 노선을 가진 집단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모인 단체일 뿐이다. 그들 스스로 당비나 후원금을 통해 당을 운영할 일이다. 그런데 일상 운영은 물론 선거시기에도 엄청난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정치세력들은 정당을 건설하거나 선거에 출마하기 어렵다. 현재 국고보조금은 1979년 12.12 전두환쿠데타 세력에 의해 위헌적으로 만들어졌다. 나아가 선거등록비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

43년 동안 국민혈세를 빼먹었으면 이젠 폐지할 때가 됐다. 정당 국고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돈 없는 사람들도 정치후원금을 내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배당’으로서 모든 유권자에게 ‘정치자금을 배당’하면 될 것이다. 2001년~2020년까지 받은 국고보조금은 1조 2570억원인데 감사도 없었다. 진보좌파진영도 국고보조금에 목을 매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정치세력화를 추구해 온 진보좌파진영도 어느새 국회의원 한 자리에 목을 매고 있다. 그래서 기회주의, 소영웅주의, 배신주의자들이 날뛰고 있다. 기성 수구보수정치 흉내내면서 국회의원 한 자리 차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현재의 정세에서 전면적 정치개혁, 정당개혁, 선거제도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중의회를 한다는 심정으로 밑에서부터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 국회의원 연임제도 폐지하라!
  •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로 확대하라!
  • 비례대표제 전면 확대하라!
  •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하고 전 유권자에게 정치배당금 지급하라!
  • ‘6개월 내, 최소 5개 광역자치단체 각각 1,000명 이상 당원 모집’ 정당 창당 요건 폐지하라!
  • 진보좌파진영은 다시 노동자민중에 기초한 밑으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시작하자!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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