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인가 핵재앙인가,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폐기하자!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78주년 한·일 연속 공동기자회견문

2차 세계 대전의 결과 인류 최악의 핵폭탄과 방사능 피폭으로 고통받는 일본과 한국 민중

8월 6일은 2차 세계대전의 결과 인류역사상 유례없이 핵무기 사용을 최초로 범한 지 78년이 되는 날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에 주둔한 미해군 태평양함대 기지를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태평양 전쟁은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 상공 600m 지점에서 ‘리틀보이’로 불리는 16킬로톤(kt)의 우라늄 핵폭탄 폭발과 사흘 후인 8월 9일 오전 11시 나가사키 상공 580m에서 우라늄탄보다 더 위력이 큰 16킬로톤(kt)급 플루토늄 핵폭탄이 폭발하면서 끝이 났다. 인류 최초의 핵폭탄으로 두 도시에서 사망한 사람만 25만여 명으로 알려졌으며, 생존한 방사능 피폭자도 70만 명 이상이다. 도시는 처참하게 파괴되었고 임산부와 태아를 포함한 수십만 명이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지거나 불에 타 즉사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피폭된 한국인은 약 7만~10만여 명, 사망자는 5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살아남은 피폭자 4만 3천여 명은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피폭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죽어갔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폭 1세는 2021년 기준 1,992명이며, 해가 갈수록 그 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 원폭 피해자 후손회>에 등록된 피폭 2세는 2021년 기준 2,798명이며, 선천성 기형 또는 유전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에 한국 원폭 피해자는 한미일 정부를 상대로 존재 인정, 조사, 미‧일 정부의 책임인정과 사죄, 배‧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도시는 재건되었지만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의 고통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나에서 끝나지 않는 방사능 피폭의 참상과 부서진 삶을 도대체 어떻게 보상할 수 있으며, 어떤 사과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핵을 전면 폐기하지 않는 한 핵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핵무기는 존재한다. 세계 열강들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있고, 힘을 과시하고 지배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

전범국가인 일본은 희생자를 위로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저지른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는 패했지만 적국이었던 미국 등 세계 열강들과 공고한 파트너쉽을 만들어가며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일본헌법 제9조-국제분쟁을 위한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국가교전권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핵폭탄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한 전쟁범죄 행위를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간주한다. 750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한 세계 최대 핵강국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열강들은 핵무기보유 야욕을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핵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쟁의 다양한 살상용 무기와 기술은 지금까지 폐기되지 않고 변화 발전하여, 지구를 파괴하는 도구로 사용되고야 말았다.

1969년 러시아,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은 자신들만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을 천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었다. 그들만이 핵으로 무장하여 세계 평화를 지키겠다고 했다. 인류역사에서 침략전쟁을 가장 무자비하게 자행한 나라들이 ‘핵’을 사용하지는 않겠으나, 자신들에게만은 핵무기 보유와 기술을 허용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핵확산금지조약 천명 이후에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고,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북한은 그 뒤 추가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나토 등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핵무기를 확산시키며 제국주의를 공고히 해왔다. 2022년 기준 전체 핵무기 중 89.77%를 러시아와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한 냉전과 긴장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설상가상 핵기술은 더욱 고도화되었다.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은 핵기술이 인류를 멸절에 이르게 하는 위험천만하고 통제할 수 없는 재앙으로 폐기해야 할 것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기술로 더 많은 부와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욕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무기와 핵발전의 사고와 전쟁의 참상은 불가피한 선택도 실수나 자연재해도 아닌 힘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저질러진 인재(人災)이며 범죄이다. 핵은 폭력적인 지배의 상징하며 전쟁에 다름아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다.

국제핵진흥기구 IAEA와 일본정부는 야합의 과정을 거치며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78년 동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희생자들을 위로해온 자신들의 지난 시간과 행위를 저버리는 만행이다. 침략전쟁으로 핵폭탄을 터뜨리는 일과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고농도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일은 결국 같은 것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십 만 명이 즉사했다. 그러나 생존한 이들의 삶은 어떠한가.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지 않고 생존한 이들은 다시 온전한 삶으로 회복되지 못했고, 대를 이어 피폭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제3, 제4의 히로시마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공중에 매달린 핵폭탄 아래에 서 있던 78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제 핵마피아들은 권력과 결탁하고 제국주의적 지배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깨달은 것을 애써 지우려 한다. 기억을 조작하고 삭제하여 인류가 핵과 공존하며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고 믿게 할 심산이다. 희석이라는 것이 이렇게 고도의 기술인지 몰랐다. 일본 정부와 IAEA, EU, 한국정부 등은 이 희석의 마법에 우리 모두가 걸려들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암처럼 자라나 박혀있는 핵마피아들에게 공표하고자 한다. 수리수리마수리를 외치며 시간을 허비하고 역사를 농락하는 야비한 술수를 이제 걷어치우라고 정언명령한다. 핵을 폐기하고 지구의 일부로 살아가는 겸손과 미덕을 회복해야 할 마지막 기회에 봉착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 지금당장 핵무기와 핵발전을 폐기하라!

– 국제핵진흥기구 IAEA를 해체하라!

– 유엔은 전 세계 핵폐기를 위한 기구를 당장 구성하라!

–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살상만행이다, 결사반대한다!

–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신규건설, 재처리공장 가동 결사반대한다!

– 한국 신규핵발전소 건설, 수명연장, 핵연구소 확장 결사반대한다!

2023. 8. 4(금).

<참가단체 및 개인>

o 한국

<단체>(21개) AWC(아시아평화단체)한국위원회, 강원생명평화기도회, 기후행동지구인, 노동당생태평화위원회, 노동자역사한내, 녹색당탈핵위원회, 비정규노동자의집꿀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이수갑선생정신계승사업회, 인천사람연대, 토지난민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평등노동자회, 합천평화의집,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노년알바노조(준)

o 일본

<단체>(16개) AWC(아시아평화단체)일본연락회의, AWC일본수도권, AWC야마구치, AWC교토, AWC북큐우슈우, ‘안녕원전’스티커모임, 8.6히로시마푸른하늘식전-9.6야마구치히로시마데이로!실행위원회, 야마구치피폭2세모임, 헌법을살리는시민모임야마구치, 연대노조야마구치, 원전필요없다!야마구치네트워크, 전쟁을반대하고아시아민중과함께행동하는모임(PAL), 와카사의원전을생각하는모임, 반핵여자학교, 원전필요없다금요일후쿠시마현고리야마프리토크 집회, 경제산업성앞텐트광장.

<개인>(18명)

고마이 다카유키(헌법을 살리는 교토의 모임·사무국장), 오타니 료타, 고다 미호(시민입법 ‘체르노빌법일본판’을 만드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의 모임), 사코다 히데후미(게이힌 유니온), 오하라 요코(‘안녕원전’ 스티커 모임), 이누이 키미코(STOP개헌 동경 북구의 모임), 사카이 타카시(아시아공동행동 후쿠오카), 핫토리 쿄코(교토 유니온 사무국장), 구보 키요타카(PAL), 다카쓰키 타미에, 기하라 소린, 기무라 마사히데, 나카자와 코지(STOP원자력★간사이전력 포위행동), 구로다 세쓰코(원전 필요없어! 후쿠시마 여자와 동료들), 시미즈 하야코(미야코지마섬 피스액션 실행위원회), 시라이 키미코(아이 여성회의・교토), 미구미 모토무(북큐우슈우 유니온), 후지 히로아키(연대노조 야마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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