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55호 6-4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

이범주 ㅣ 한의사

재벌….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인이 운영하던 기업체에서 하급 직원으로 일하다가 미군정 때 그 기업을 적산불하로 헐값에 받았다. 그 이후 수출수도형 산업구조로 나라 경제가 팽창할 때 국가가 수출과 내수에서 정책적으로 특혜를 줘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 외국의 원조 장기저리 융자를 정부로부터 우선적으로 배정받아 고인플레이션 시절에 금리 차만으로도 돈을 긁어 모았다. 국가 차원에서 행해지는, 농업과 농민의 몰락을 조건으로 하는 저임금 정책과 극심한 노동운동 탄압 기조로 엄청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간접세 높고 법인세 낮은 세제로 인한 혜택도 크게 받았다. 공장 돌리는 전기도 일반 국민들이 내는 거에 비해 현저하게 싼 가격으로 쓸 수 있었다. 재벌 2세, 3세에게 혈연으로 기업 세습시키는 과정에서도 국가권력의 비호로 탈세를 용이하게 저지를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이 쌓은 엄청난 富는 사실, 그들의 비범한 능력과 성실한 노력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적, 조직적 도움과 더불어 그들에게 고용된 수 많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착취를 조건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들의 부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착취당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 생명, 고된 노동의 시간이 응결되어 있다. 한편에서 극소수 재벌이 대를 이어가며 권력와 부의 불가침 아성을 쌓아 올리는 동안 다른 한편의 절대 다수 선대 노동자들의 자식들은 대를 이어 가며 가난을 세습하고 있다. 말하자면 재벌의 재산은 사회적 관계, 사회적 조건에서 속에서 다른 사람들 노동의 성과의 일부를 취함으로써 쌓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부는 오로지 그들만의 것인가, 아니면 사회와 공유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 사회의 법에서는 ‘그들만의 것’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 나라는, 대를 이어가며 행해지는 착취를 통해 사회-역사적으로 형성된 (대다수 노동자들의 조력으로 형성된) 그들의 재산을, 사유재산 인정이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철통같이 보호한다.

이 사회에서 가장 신성한 가치로 옹호되는 ‘사유재산의 소유인정’의 본질적 내용은 이렇다. ‘수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노동으로 이루어낸 막대한 성취’에 대한 개인적, 배타적 소유를 허용하는 것.

점점 심해지는 불평등과 가난, 갑질로 대표되는 비인간적 대우에 지친 사람들이 말한다.

“당신들의 막대한 재산….당신들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이룬 게 아니고 지금 우리들의 노동 뿐만 아니라 선대들의 노동의 일부를 착취해서 쌓은 것이니, 달리 말하면 우리들이 만들어 준 것이니 그것의 일부를 우리들을 위해 내 놓으시오, 이대로 가면 당신도 죽고 우리도 죽고 미래 세대에게는 일차적 생존조차 곤란할 것이며 더 나아가 환경오염으로 지구 전체가 위험하니 그만 내 놓으시오, 더불어 삽시다.”

근본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게 억지이기만 한가? 그들은 어느 경우에도 그들이 쌓아 올린 재산과 권력의 아성의 단 한 켠조차 내어놓지 않으며 더 나아가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을 법의 이름으로 잡아 들인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 한국에서 절대적이고 신성한 가치로 인정되는 사유 재산권 인정의 가장 중요한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성실한 노동의 댓가로 힘들게 이룬 약간의 재산들, 말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집, 약간의 금융재산…등도 사유재산이므로 다 내 놓으란 말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들이 가진 약간의 재산은 남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이룬 게 아니라, 자신의 정직한 노동의 댓가와 검박한 생활로 이룬 것이므로 그야말로 신성하게 인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문제로 되는 것은 오랫 동안 국가정책 같은 권력의 조력과 다른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서 이루어 낸 것,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이들 노동력을) 착취할 성격의 것들에 한정된다.

모든 공감:40김파란, 대모달 및 외 3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