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파란 ㅣ 농민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역이 세 가지다. 주거, 의료, 교육이다. 이 세가지는 어떤 인간이든 그 사회에서 존엄한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인 것이다. 이 말은 이 세 가지는 절대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가?
주거와 교육은 이미 시장에 넘어가 아비규환 상태이다. 우리 교육은 개혁으로도 답이 없다. 전 세계에서 사교육이 가장 높은 나라다. 즉 사립대학 비율이 87%인 나라가 한국이다. 고등교육 체계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나라가 미국과 한국이다. 그 다음 주거문제는 나라 전체가 부동산 투기장이 된지 오래다.
마지막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이 의료다. 의료의 공공성은 그나마 대중들의 삶을 최소한은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의료를 효율성의 논리를 가지고 와서 시장에 내주려고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 그러나 우린 이번 코로나로 한국 의료가 보여준 것은 국가가 시장에 개입 했을 때 그 사회가 대단히 역동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장보다 국가가 훨씬 더 잘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본과 결탁한 정부가 시장으로 넘기려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야수에 인간의 삶을 던져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럼 이 의료의 공공성이 제기된 역사와 자본주의와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본주의와 건강, 그리고 문재의 정권의 의료민영화
- 건강 인센티브
문재인 정권은 2020년 1월 15일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건강관리를 잘하면 건강보험 의료비를 할인해주는 “건강 인센티브’ 제도를 내놨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빈곤과 건강의 관계는 상식에 속한다. 가난할수록 아프다. 다시 말해 부자일수록 (건강관리를 잘하므로) 건강하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권은 좀 심하게 말하면 가난한 사람에게는 앞으로 치료비를 더 받고, 부자는 깎아주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 자본주의 체제하의 노동자 건강 문제
자본주의 체제하의 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것은 19세기에서부터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산업화가 진행된 나라들의 노동자 계층은 산업화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산물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생활했고, 이로 인해 질병에 취약한 건강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위생개혁운동’의 바탕이 되는 노동자 계층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 결과 경제적 수준이 유병율과 사망율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임을 밝혔다. 이것이 19세기였는데 2020년 한국에서 ‘건강 인센티브’ 제도가 나온 것이다. - 자본주의 사회구조의 문제로 파악한 건강 문제
: 피르호의 ‘공중보건’ 과 살바도르 아연데의 정책
건강 문제를 자본주의 사회구조의 문제로 파악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인물로 의사이자 정치가인 루돌프 피르호가 있다. 사회개혁을 강조하는 피르호의 공중보건 구상의 바탕에는 건강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파르호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개인’들에 대하여 국가가 건강한 삶에 대한 확실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르호의 공중보건 구상은 사회개혁을 꺼리는 정치세력들의 반대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파르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한계와 건강권 개념은 몆몇 후대 의사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로 칠레의 의사이자 정치가인 살바도르 아옌데를 들 수 있다. - 칠레의 의사이자 정치가인 살바도르 아연데 (1908 ~ 1973. 9. 11)
아옌데는 칠레의 보건부 장관을 지냈고 1970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로,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강조하면서 사회개혁만이 건강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가령 그는 노동자 건강을 결정하는 요소가 임금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저임금은 영양실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며, 높은 영아 사망률, 골격변형, 결핵 및 기타감염질병을 초래했다.
아옌데가 보기에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를 야기한 사회구조는 자본주의 모순, 서구의 제국주의 팽창, 칠레의 저개발 상태가 얽혀서 형성된 것이었다. 1801년 스폐인의 식민지지배에서 막 벗어난 칠레는 정치적, 경제적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기업의 침투에 노출되었다. 다국적 기업들은 칠레 노동자들을 값싼 비용에 사용하면서 그들이 겪는 빈곤과 질병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들이 칠레에서 얻은 막대한 이윤을 국외로 유출했기 때문에 칠레 정부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할 예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따라서 아옌데는 칠레 주민이 겪는 건강 문제를 해소하려면 다국적 기업과 칠레 사이의 억압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부와 의료를 빈곤계층에 재분배할 정치경제적 변화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사회주의 혁명이었다.
이와 같은 아옌데의 개혁 구상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실행에 옮겨졌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특권을 누리던 국내의 반대세력과 다국적 기업 및 미국 정부의 방해(원조와 신용거래 거부 – 일명 봉쇄정책)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
피르호와 아옌데의 보건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거기에 포함된 그들의 건강관은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건강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고 의료는 공공재로서 건강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그들의 관념은 상식이 되었다. 이에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그것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헌법으로 정해둔 점에서 잘 드러난다. - 한국에서의 역행적 변화
: 한국에서 점점 강화되는 의료에 대한 자본의 개입
하지만 한국에서는 헌법의 목표와 반대로 의료에 대한 자본의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그 논리는 운영의 ‘효율성’이다. 정부와 기업이 내세우는 민영화의 논리는 자본의 개입을 통해 의료체계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역행적 변화이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긴민하게 연결된 정치는 이런 역행을 수행하는 하수인 노릇을 할 뿐이다.
한국의 의료민영화를 이끄는 주체는 대기업이고 그 대표는 삼성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하에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에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과 연류된 분식회계 금융사기 주범이다. 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헬스 분야의 대표기업이다. -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의료민영화
삼성의 경우 노무현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시작하던 시기부터 정부와의 유착관계를 바탕으로 의료 정책의 어젠다를 설정하는 데 관여하여 정책의 방향이 자신들의 이해와 일치하도뢰 조성해왔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수립한 사업 발전 방안 대부분이 정부 의료 정책에 고스랴히 반영된 점에서 잘 나타난다.
의료민영화 정책의 핵심 항목인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및 폐지뿐 아니라 바이오헬스 산업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들 또한 여기서 비롯되었다. 내가 서두에 거론한 ‘건강 인센티브’제도라는 것도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이,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의료민영화” 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의료는 결코 시장에 내주어서는 안된다.
간략하게 살펴본 의료민영화는 대기업이 그 주체다. 그들의 활동은 정부 정책 수립에 관여하여 자신들 이윤 획득에 방해가 되는 규제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며, 그럼의로써 의료 분야의 공공 영역들을 민간 영역으로 점차 전환시킨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 국제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국내 시장에 발판을 두고 사업을 확대하는 단계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의료민영화는 대기업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할 자본을 공급할 수단이며, 그 자본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지금 세계 다국적 기업의 활동에서 보듯이 대기업 성장이 국민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의료 분야의 공공성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정부와 기업의 주장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시민의 안목은 꼭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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