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헌시 – 법외노조 취소 투쟁 승리의 깃발 아래 다시 모인 동지들께 바침 –

조창익 | 전. 전교조 위원장

동지여!

자랑스런

우리 동지들이여!

풍요의 가을

우리 다시 만났다

시대의 격랑을

함께 넘어서고

만선의 깃발로

다시 모인 우리가

나는 한없이

자랑스럽다

우리의 시대는

탄핵으로 춤 추었고

민심의 칼날은

권좌를 베어냈다

광화문 거리는

나의 칼

너의 피로 물들었으며

스스로 해방의 장강이었다

그렇다!

나라의 명패를 다시

달자는 촛불이었다

어이없게도

농단의 무게에 짓눌린

새로운 적폐와

배반의 정치가

스멀스멀 본색을

드러 낼 때

우리는 펄떡이는

심장 부여안고

다시 광장으로

들어섰다

청와대는 잠들어도

우리의 토론은

새벽을

관통했고

우리의 결의는

광장을 다시

흔들었다

둥둥둥

울려 퍼진

우리의 삼 천 배

열사들의 심장으로

대지를 두드렸고

폭염 속 뜨거워진

숨결로

잿빛 하늘 한 복판에

민주주의와

정의를

아로새겼다

북악의 침묵에도

효자로 플라타너스

잎새 사이로

그렇게 하늘은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잘라내

시대의 어둠과

단절하고 싶었다

곡기를 끊어

시대의 변절을

막아내고 싶었다

땅바닥을 기어가며

노동과

변혁의 결기를

곧추

세우고 싶었다

우리의 삭발은

우리의 단식은

우리의 오체투지는

그래서

장엄한 혁명의 촛불!

그렇다!

나라의 명패를 다시 달자!

민중의 나라로

노동의 나라로

그렇게 결의하고 투쟁했다

그런 우리가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동지여!

나의 피같은

동지여!

중지동천!

진실의 힘으로 하늘을 움직였다

그렇게

우리의 투쟁은

승리했다!

사필귀정!

대법이 토해낸 정의의 판결문

한 글자마다 한 글자마다

피눈물 투혼이 녹아있다

그랬다!

위대한 조합원 동지들의

학교담장 밖

참교육 행진

천신만고의

연가 투쟁이 결정될 때

청와대는 뒤늦은

손짓을 했고

우리는 그것을

미세한 전진이라

불렀다

그렇다!

끝내 촛불을

기망하고

사법의 등 뒤로

몸을 숨겨 버린

비겁한

권력을 규탄한다!

우리는 다시

전태일과

김용균의 심장으로

광장에

나서리라

우리 다시 해고의

물결 넘치는 골목으로

행진하리라

우리

다시 빈배를 띄우자

오늘은

만선의 풍요를 맘껏

노래하자

시대의 격랑 속

우리 몸 속

생채기들은

투쟁의 훈장으로

남겨두자

새로운 시대의 불쏘시개로

혁명 교과서로 남겨두자

잘 했다!

잘 싸웠다!

우리의 승리는

더 큰 승리 향한 교두보

다시 빈배 띄워

노동 3권을 온전히

길어올리자

정치기본권을 퍼올리자

교육혁명의 깃발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찬란한 깃발을 달고

다시 만선의 풍요를

노래하자

이제 다시

노동의 존귀함을

가르치자

오늘은

우리의 풍어제

다시

교실과 세상에

바람을 일으키고

서로의 가슴 속

응어리 풀어헤쳐

혁명의 대지로

일떠서자

오늘은 맘껏 목 축이고

다시 빈 배 띄우자

다시 빈 마음으로

혁명의 장강 위에

빈 몸 누이자

2020.10.16ㅡ17.

법외노조 취소 투쟁

승리를 자축하며

18대 중집 울산 회합에 부쳐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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