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공황기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방향 이 글은 지난 2019년 10월 진행된 ‘노동 전선 10월 정책토론회’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자료이다. – 대우조선해양을 노동자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국유화로 –

김태균 |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1]이 글은 지난 2019년 10월 진행된 ‘노동 전선 10월 정책토론회’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자료이다.

1.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월 30일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 발표 이후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2월 18일 대우조선 노동조합에서 매각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찬성률 92.16%), 3월 28일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안 회사에 전달, 4월 1일 청원경찰 해고 반대 및 직접 고용 투쟁, 곧이어 4월 26일 현대중공업의 실사단 저지 투쟁, 5월 7일 감사원 투명 감사 요구 투쟁, 5월 10일 하청 노동자 성과급 지급 요구 투쟁, 5월 14일 임금인상 및 매각저지를 위한 단체교섭 투쟁, 5월 27~31일 현대중공업 임시주주 총회 저지 투쟁, 6월 3일 현대중공업의 실사 저지 투쟁, 7월 8일 매각 반대를 위한 영남권 전국 노동자대회, 7월 8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 찬반투표(72.7% 가결), 그리고 셀 수도 없는 파업 투쟁 등을 전개하여 한 치의 타협도 없는 영웅적 투쟁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2018년 11월 5천여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임기 1년짜리 보궐 선거를 통해 제17대 신상기 집행부를 선출했다. 대우조선 5천여 노동자들은 1년밖에 안 되는 임기의 집행부를 선출하고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런 의미에서 대우조선 노동조합 제17대 신상기 집행부는 ‘매각 반대 투쟁의 집행부’이자 ‘파업 투쟁의 지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9개월 동안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투쟁을 전개했다. 원·하청 공동요구 공동투쟁, 청원경찰 직고용 투쟁,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저지 투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비정규 노동자들의 직고용과 체불임금 즉각 지급 투쟁, 거제 지역을 중심으로 경남지역과 전국에서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 저지 투쟁,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연대 투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9개월 동안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전개한 투쟁은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고도 모범적인 투쟁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의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 결의만을 보면 벌써 끝나야 하는 투쟁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본과 국가는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으로의 헐값 매각 등을 통하여 공황기에 조선 산업에 대처하고 있다. 공황기에 부르주아 계급의 공격은 조선 산업을 넘어 전 산업에 걸쳐 확산 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은 자본가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법과 제도인 노동법에 대한 개악과 비정규와 파견 근로 확대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 공세를 더욱더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글은 지금까지의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격려하면서 나아가 이번 대우조선 노동자 투쟁의 승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움켜쥐고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제안하고자 한다.

2.

2019년 1월 30일 주요 언론[2]예를 들면 한겨레신문, (2019.1.30.) “산은과 협의 중, 구체적 내용은 확인 불가, 인수 땐 조선 산업 빅2로 재편.”은 갑작스럽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하여 산업은행과 협상 중에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한국을 넘어 세계 조선 산업에 있어 거대 독점자본끼리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자본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1월 30일 언론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매각 관련한 MOU를 체결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은 일사천리로 전개되었다. 2월 13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인수 후보로 현대중공업을 최종 확정, 3월 8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매각 관련 본 계약 체결, 5월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물적 분할)를 통해 대우조선 매각 확정 및 6월 3일~14일 현대중공업에 의한 대우조선 현장 실사 등이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지금은 이제 법적 절차인 공정위를 상대로 한 기업 결합 신청 및 해외 결합 심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은 기정사실인 듯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은 메가톤급 합병이다. 이것은 조선 산업에서 세계 1위와 2위의 기업끼리 합쳐져 거대한 독점자본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는 조선 산업의 집중은 세계 7위 완성차 자본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2위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핵심 기업인 닛산과의 합병을 통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집중 그리고 자동차용 반도체나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집중과 함께 세계 자본 시장의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본의 집중은 노동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한 자본의 집적과 함께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몰아치고 있는 세계 공황에 대한 부르주아 계급의 위기 탈출 방식임은 굳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는 전 세계 자본주의를 공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중심의 유럽 그리고 중국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위기 또는 침체는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또한 지난 2010년 이후 10년 가까이 경제성장률이 평균 1%대에 머물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공황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특히 2019년 11월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240만 명(2020년 4월 현재)에 가까운 확진자를 발생시킨 코로나 19사태는 경제위기-공황기에 다 죽어가는 자본주의 체제를 완전히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공황은 자본가 계급의 위기이다. 노동자 계급이 생산하는 잉여가치를 착취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는 부르주아 계급의 위기는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착취하는 잉여가치에 대한 착취의 양이 적어짐을 의미한다. 불변자본의 교체 기간이라 할 수 있는 10년을 평균 주기로 나타나는 과잉생산 공황은 자본가 계급의 위기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위기를 노동자 계급을 상대로 한 탄압을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에서 노동자 계급의 위기를 불러온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임금삭감, 최저임금제 개악, 파견근로제 확대와 비정규 확대, 광범위한 무급 휴직 및 직장 폐쇄 등을 통한 자본의 집적,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 등 자본의 집중, 그리고 노동자의 집회·시위·결사의 자유 봉쇄는 비록 ‘코로나 19’ 사태로부터 나타난 위기의 관리인양 보이지만 본질은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 이후 불어닥친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그 한복판에 있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자본가 계급의 위기를 관리하는 전략일 뿐이다.

부르주아 경영학의 평론가들조차 1위인 현대중공업과 2위인 대우조선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대하여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7위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2위인 닛산과 합병을 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재계 3위라는 시너지 효과를 누린 것과 달리 재계 1위인 현대중공업으로 재계 2위인 대우조선 합병은 거대 자본끼리의 합병으로 자본의 경쟁에서조차 전혀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흔히 자본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합병 관련한 시너지 효과는 하위권 자본이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합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가다 재계 1위와 2위가 합병하는 때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서로 다른 사업 부문이 존재해서 이를 합치기 위한 전략적 측면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의 경우처럼 모든 사업이 겹치고, 재계 1위와 2위라는 거대 자본끼리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부르주아 학계조차 경쟁력 제고를 통한 시너지 효과보다는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의 목적밖에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가장 최대의 시너지 효과는 인력감축과 비용 절감 그리고 이를 위한 민주노조 무력화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오는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라는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02 대우조선 매각 저지를 위한 공정위 항의 집회

4.

투쟁의 요구, 조직화, 그리고 투쟁의 방법 등에 있어서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지난 투쟁은 공황기 노동조합 운동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요구 측면에서 원청 정규직 노동조합이 하청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을 상대로 한 공동투쟁, 비정규 해고 노동자들의 해고 철회 및 원청인 대우조선 직고용 투쟁, 정규직 교섭 투쟁과 비정규직 교섭 투쟁을 모아 원·하청 공동 교섭 투쟁 등을 전개하였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인수 사업장 노동조합인 현대중공업지부와 공동으로 투쟁을 전개하였고, 거제를 중심으로 경남지역 대책위와 전국 대책위를 중심으로 사업장을 벗어난 지역 및 전국 투쟁을 전개한 것은 전국적 노동계급 투쟁의 조직화의 성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부분 시간 파업, 사업장별 부문 파업, 최초의 야간 전면 파업, 전면 총파업 등 다양한 파업 전술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아직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아니, 오히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19사태를 빙자해서 경제위기론 확산, 조선 산업의 소수 자본으로의 집중, 노동시간 단축을 빙자한 임금삭감, 산입범위 확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무력화, 각종 자본 규제 완화 법률 재·개정, 파견근로제 확대 등 노동탄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집회·시위·결사의 자유 억압 등을 통하여 최소한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조차 말살하고 있다.

1년이 넘어가는 장시간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영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 노동자의 치열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은 조선 산업에서 소수 자본으로의 집중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 계급을 상대로 한 자본의 집중과 집적을 위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 19’ 사태를 빌미로 더욱더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승리로 안아올 수 있는 길을 찾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5.

독점자본주의 시대 노동 통제의 특징은 독점이윤을 통해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서 배양된 기회주의자들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운동을 타협적·개량주의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독점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통제의 특징은 경제투쟁은 노동조합이, 정치투쟁은 정당이 담당해야 한다는 식의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기회주의와 노동조합의 전투성을 거세한 타협적 노동조합 운동으로 관리·육성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과 동시에 나타난 사회적 합의주의(corporatism) 공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설치와 경사노위에 대한 민주노총 참여 요구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내부의 타협적·기회주의 세력은 문재인 정권의 경사노위 참여를 주장하면서 ‘투쟁 대신 대화’를 요구하는 등 전형적인 독점자본주의 시대의 타협적·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19’ 사태를 빙자해서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의 부르조아 민주주의조차 부정하는 극악한 통치형태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민주노조 내부의 타협적 기회주의 세력의 준동과 맞물려 민주노조 운동을 자본주의 체제에 안주시키는 개량주의 노조 운동으로 타락시키고 있다.

특히 지금의 한국 자본주의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장기적 침체라는 공황의 한 복판에 놓여 있다. 자본과 국가는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전체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자본 집중과 임금삭감, 비정규 확대, 최저임금 삭감, 파견근로제 확대, 노동삼권 부정, 자본 규제 완화 등을 통하여 자본 축적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자본과 국가는 사회적으로 ‘코로나 19’를 빙자한 광범위한 경제살리기 애국주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집회·시위·결사의 자유 제약 등 최소한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조차 부정하고 있다.

독점자본주의 시대에 공황을 맞이한 한국 자본주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노동 통제 전략은 정확하게 자본의 교과서를 따르고 있다. 독점자본은 독점이윤에 의해 배양된 개량적·기회주의자들을 동원하여 노동운동을 타협적 노동운동으로 관리하며,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통해 공황기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6.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황기·독점자본주의 시대에 부르주아 계급의 노동 통제 전략을 분쇄하는 중심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우조선의 공장을 넘어, 거제를 넘어 전국적·계급적 투쟁으로 확전 되어야지만 승리가 가능한 투쟁이다.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저지 투쟁은 1위와 2위가 합병하는 거대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이라는 거대 독점자본의 출현을 저지하는 즉 자본의 집중에 반대하는 투쟁이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고용, 노조 그리고 임금 등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원·하청 공동투쟁은 노동의 유연화를 저지하는 즉 자본의 집적을 저지하는 투쟁이다. 대우조선 노동자의 자본 집적과 집중을 저지하는 투쟁은 대우조선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위기·공황기 자본가 계급의 공세에 맞서 전국 각지에서 투쟁하는 한국 노동자 계급투쟁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투쟁이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 계급을 상대로 경제위기·공황기 노동자 계급은 어떻게 투쟁을 해야 할 것인가? 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대우 조선 노동자들은 1997년 IMF 이후 20여 년간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존재하면서 매각만을 위한 경영을 하는 형식상 국유기업으로 존재했다. 형식상 국유기업이라는 지난 20년간의 세월은 ‘경영정상화-민간매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국유화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대우조선 노동자들에게 살인적인 고통을 요구해 왔다. 그러므로 지난 20년의 역사는 대우조선 노동자들에게 ‘대우조선 국유화’ 요구는 그리 매력적인 요구가 아니라는 현장의 정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현장 정서가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저지 투쟁에 일정한 걸림돌로 등장했다는 현장의 목소리 또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한다는 것이 단지 지난 세월 때문에 ‘국유화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는 점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난 20년간의 신자유주의적 국유화가 아닌 노동자가 직접 운영하고 국가는 재정과 수주를 책임지는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에 대한 정리 작업을 공격적으로 제기해 들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본의 집중에 대한 저지 투쟁 즉,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저지 투쟁은 현대중공업이 아닌 새로운 자본으로의 매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재정과 수주를 책임지고 노동자가 직접 운영하는 즉, 신자유주의적 국유화를 넘어 실질적 노동자가 경영의 주체가 되는 ‘매각저지 – 독자 생존 – 국유화’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면서 이를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의 투쟁 요구로 조직해 들어가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 노동자의 ‘매각저지 – 독자 생존 – 국유화’라는 자본의 집적·집중 저지 투쟁을 중심으로 전국적·계급적 투쟁을 조직해 들어가는 길이 바로 지난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승리로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하자.

7.

대우조선을 둘러싼 투쟁의 요구는 당연하게도 노동자 계급의 요구여야 한다. 그리고 또한 대우조선을 둘러싼 투쟁의 요구는 경제위기·공황기의 투쟁 요구이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우조선을 둘러싼 노동자 계급의 투쟁 요구는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의 원칙이 상정할 수 있다.

첫 번째, 대우조선 투쟁의 요구는 자본가 계급을 상대로 한 노동자 계급의 투쟁 요구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요 계급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 간에 형성되는 구체적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자 계급의 투쟁 요구는 철저하게 노동자 계급의 이해와 요구에 복무한다. 이러한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당연하게도 노동자 계급과 적대적 대립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자본가 계급을 향해야 하며 자본가 계급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두 번째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노동자 계급 내부의 단결에 복무해야 한다. 자본가 계급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탄압의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자 계급을 분리·분열을 조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 대공장 노동자와 중소공장 노동자,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 정신 노동자와 육체노동자 등. 자본가 계급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모든 임금 노동자들을 다양한 형태로 분리·분열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본가 계급의 분리·분열 책동은 당연하게도 노동자가 창조하고 생산하는 잉여가치를 얼마만큼 더 많이 착취할 것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가 계급에 의해 갈가리 찢겨진 노동자 계급은 하나의 요구, 계급의 요구, 노동자의 요구로 단결하여 맞서야 한다.

세 번째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요구가 될 수 없다. 이는 반대로 자본가 계급의 요구가 노동자 계급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은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 가치를 둘러싸고 처절한 계급투쟁을 전개하는 대립적 계급 관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요구라는 것은 철저하게 자본가 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독점이윤에 의해 배양된 노동자 계급 내부의 타협적·기회주의 세력과 자본가 계급의 형식적 타협에 의해서일 뿐 이다.

네 번째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국가의 공공성 또는 공익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주아 국가를 압박하고 강제할 수 있는 요구이어야 한다. 물론 계급 사회에서 국가는 특정한 지배 계급의 수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르주아 국가는 철저하게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부르주아 국가는 자기 스스로 공공성 또는 공익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배 계급의 지배 수단이라는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계급을 초월한 존재인 양 활동을 한다. 계급이 없는 사회를 위한 노동자 계급의 투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록 한계는 존재하지만 부르주아 국가가 표방하는 이러한 공공성 또는 공익성을 최대한 활용·압박해 들어갈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 국유화를 넘어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라는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바로 이러한 부르주아 국가의 약한 고리를 전술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계급의 요구이다.

8.

대우조선을 둘러싼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매각저지–독자 생존–국유화’로 정리되어야 한다. 자본의 집중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초대형 합병을 저지하고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국유화가 아닌 국가가 재정과 수주를 책임지고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경영을 책임지는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로 노동자 계급의 요구는 집중되어야 한다.

노동자 주체의 대우조선 국유화는 자산의 소유와 물량(선박) 수주를 국가가 책임지고, 경영과 생산을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를 의미한다. 즉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는 부채와 자본을 합친 자산의 소유권을 국가가 가지면서 선박 수주를 국가가 책임지고, 공무원 직위로서의 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국유화이다. 다른 한편 최고 경영자를 노동자가 직접 선출하고 생산을 포함한 경영의 모든 것을 노동자가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자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노동자 주체의 기업이다.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는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을 저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니 현대 중공업 뿐 아니라 그 어떠한 자본에게도 매각되지 않는 대우조선의 독자 생존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는 기존의 산업은행 중심의 ‘경영정상화 – 민간매각’이라는 신자유주의 국유화를 반대하는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를 의미한다. 또한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는 국가가 자산을 소유하고 물량(선박) 수주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자본끼리의 경쟁에서 일정 벗어나 국가 물량(선박)을 독점한다는 점에서 국유화이다. 더불어 ‘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는 노동자의 고용과 노조 그리고 단협을 사수함으로써 경제위기·공황기 자본가 계급의 공세에 맞서 노동자 계급의 생존권을 사수한다는 경제위기·공황기 노동자 계급의 투쟁의 모범을 보여주는 투쟁 요구이다.

9.

전 세계 노동자들은 경제위기·공황기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요구를 위해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해 왔다. 고용, 노조 그리고 단협으로 표현되는 노동자 계급의 생존권 쟁취 투쟁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자본가 계급에 맞선 노동자 계급의 유일무이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임금 노동자라는 피착취 조건이 유지·존속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요구이자 투쟁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는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계급은 투쟁을 전개해 왔다. 노동계급은 투쟁을 통해 조직으로 모아지고 투쟁을 통해 노동해방으로 나아가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각성하고 각인해 왔다.

‘매각저지–독자 생존–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라는 대우조선을 둘러싼 노동자 계급의 투쟁 요구는 분명 한계가 있는 요구이다.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투쟁이 임금 노예의 지위를 유지·존속한다는 의미에서 한계가 있는 요구와 마찬가지로 ‘매각저지–독자 생존–노동자 주체의 국유화’쟁취 투쟁은 자본주의내에서의 국유화라는 점에서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는 투쟁 요구이다. 그러나 ① 자본가 계급을 상대로 한 요구, ② 노동자 계급 내부의 단결을 위한 요구, ③ 자본가 계급과 함께 할 수 없는 요구, ④ 공공성·공익성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을 압박하고 강제할 수 있는 요구라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공황기에 ‘매각저지–독자 생존–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라는 투쟁의 요구는 그 의미성을 가진다.

문제는 ‘매각저지–독자 생존–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라는 투쟁의 요구가 그냥 단지 제기하고 제안하는 수준의 노트에 씌여진 글귀가 아니라 거제에서 전국에서 그리고 경제위기·공황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팔뚝질에서 울려 펴져야 할 요구인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요구 그리고 승리 할 수밖에 없는 요구로 거제에서 그리고 전국에서 ‘매각저지–독자 생존–노동자 주체의 국유화’를 조직해 들어가자.

1 이 글은 지난 2019년 10월 진행된 ‘노동 전선 10월 정책토론회’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자료이다.
2 예를 들면 한겨레신문, (2019.1.30.) “산은과 협의 중, 구체적 내용은 확인 불가, 인수 땐 조선 산업 빅2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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