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18호 코로나 바이러스 질병 재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과 과제

김영규 l 인하대 명예교수

인류가 살아가는 세계인 자연과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세계의 변화가 갑작스레 크게 닥쳐 질서를 깨뜨릴 때 흔히 재앙이라고 부른다. 지금 세계의 질서를 깨뜨리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는 인간이 사망에 이르는 질병을 초래하는 점에서 자연의 재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연의 재난이 문명·문화의 질서를 흔들거나 파괴하게 될 때 그것은 사회 자체가 유지하기 힘든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곧 국가사회의 위기 나아가서는 국제사회의 위기로까지 발전한다. 지금까지 역사에서 세계를 존망의 위기로 까지 몰고 간 대표적인 것이 1929년 대공황이란 ‘경제위기’와 지난 세기 1·2차 세계대전이란 ‘전쟁위기’를 꼽을 수 있다. 위 두 가지는 인간의 욕망과 자본의 욕구가 불러일으킨 세계의 위기로 볼 수 있지만, 이번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이 자연과의 접촉으로 발생한 질병의 전파로 닥친 세계의 위기에 해당된다.

I. 상황

자연의 동물(야생동물 외에 식용동물도 포함)로부터 인간의 호흡기로 전염되어 폐,심장 등을 망가뜨려 생명까지 빼앗는 전염병이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폐렴)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발병한 이래로 올해 3월말 현재까지 세계 도처로 빠르게 번져 나갔다.(물론 발병지가 곧 질병의 진원지는 아니다) 이는 곧 신종폐렴이란 재앙이 2020년 3개월 사이에 세계를 통째로 위기에 빠트린 미증유의 대사건이다. 이런 위기를 두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유행병(pendemic)이라고 지목해 세계에 그 위험을 경고했다. WHO는 질병을 통제하는 어떤 실질적인 권한도 책임도 없는 국가 간 정보의 공유라는 의례적 기능밖에 없는 국제기구에 불과하다.

신종폐렴이 세계로 전파되는 경로는 지난해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한국과 일본에 이어 나타나더니만 곧 이란을 강타했다. 이는 2월에 들어서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어서 3월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전 지역을 넘어 미국과 케나다, 남미로 까지 번져나갔다. 이처럼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폐렴은 이제는 유럽이 진원지가 되었다. 이는 지금 미국으로 맹렬히 번져 가 중국을 넘어 세계 최다 환자 발생국이 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국가별 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매시, 매일 신속하게 집계 보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는 곧 신종폐렴이 이전의 어떤 세계적 유행병보다도 짧은 기간에 아주 신속하게 지역 간, 국가 간 장벽을 넘어 전파되는 속도가 빠른데 기인한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가 지난 3월 21일 집계한 공식적 통계에 따라 주요국의 환자 발생 상황을 종합 진단해 보자. 하루 환자 수는 미국이 6,1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탈리아 5,986명, 독일 4,528명, 스페인 3,263명, 스위스 1,856명, 프랑스 1,637명, 이란 1,237명, 영국 745명, 중국 294명, 한국 147명 순이다. 이어 각국의 누적 환자 수는 이탈리아 4만2,021명, 스페인 2만410명, 독일 1만9,848명, 이란 1만9,644명, 미국 1만9,285명, 프랑스 1만2,632명, 한국 8,799명, 스위스 5,294명, 영국 4,014명이다. 이로써 신종폐렴은 애초 중국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이 지구의 서쪽인 유럽과 미국에 이르러서는 가속도가 붙어 이제는 서구 유럽과 미국이 폐렴의 새로운 진앙지로 변했다.

II. 특징

세계적 유행병인 신종폐렴이 갖는 특성은 우선 그것의 전염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데 있다. 지난 3원 27일 세계 전체의 누적 환자는 무려 52만 여명이고 사망자는 2만 2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탈리아는 환자 8만 명에 사망자가 무려 8천명으로 최악의 조건에 처해 있다. 지금 세계 1위인 미국의 경우는 환자가 8만2천명이고 사망자는 1,100명에 이른다. 이로써 신종폐렴은 그것의 전파속도가 빨라 금세기 들어 최대 수준의 환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곧 석 달이란 최단기간에 폭발적인 환자의 발생으로 인해 각국의 방역망이 쉽게 뚤렸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질병 관리체계가 무너지는 등 선진사회에선 보기 힘든 암담한 실패를 겪기도 했다.

신종폐렴의 이런 맹렬한 전염력은 금세기 들어 과거에 발생했던 다른 전염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징이다. 2003년에 발병한 사스(SARS)는 중국과 홍콩 등 인접국으로만 퍼진 지역적 한계를 갖고 있다. 더구나 그것의 집중적인 확산기간은 그 해 2/4분기 정도에 그쳤다. 또한 2012년에 중동지역에서 발병한 메르스(MERS)는 주변국으로의 확산세가 미미해 지역적 질병으로 기록되지만 그것이 2015년에 들어 국내에서 크게 확산된 바 있다. 다만 메르스는 이전의 사스나 다른 신종플루 등 전염병보다 전파력이 낮고 확산시간도 3개월로 짧았으나 국내에서의 높은 치사율(20.1%)로 악명이 높았다.(한국은행, 해외경제포크스,2020.3.6)

여기서 하나 유념해야할 부분은 신종폐렴이 전파력은 빠르지만 그것의 치명율은 낮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인류에게 불행 중 다행으로 꼽을 수 있다. 세계 전체의 치명율은 4.2%이다. 그러나 병원 치료 망이 뚫린 이탈리아의 경우 10% 수준으로 최고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1.4%로 비교적 낮은 수준의 치사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지난 3월초까지는 1% 미만인 0.9%였지만 지금은 미국과 같은 수준인 1.4%(3.26 현재)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신종폐렴이 언제 종료될지는 아무도 모르나 이 질병이 금년까지 계속 전파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비관론이 우세하다. 다만 지난 세기 초 1918~19년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처럼 감염자 5억 명(당시 세계 인구의 1/3)에 사망자 5천만 명에 달할 정도의 인류 불행이 이번 신종폐렴으로 인해 재현되지 않기를 우리는 기대할 뿐이다.

III. 대책

금세기 들어 전파력이 최고로 강한 신종폐렴의 국내 전염을 차단하는 게 정부의 제1 대책이 되어야 하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부의 차단은 곧 인간 간 접촉의 차단이고 이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되는 생명의 손실을 줄이는 이득(물론 생명의 이득은 법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바대로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액수가 그것이다)만을 얻는 게 아니라는 것이 유념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생명의 이득만을 생각하느라 잃게 되는 희생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각국의 입국금지 조치와 같이 인간 간 접촉의 차단은 인간 간 물적 교류를 단절시킴으로써 잃게 되는 총체적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는 곧 사회가 공존공생의 원리에 따른 균형 잡힌 정책 대안이 종합적으로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에 지난 3개월간 정부가 취한 주요 정책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검토해 보면 우리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들은 우선 폐렴의 감염을 줄여 생명을 보존하는 질병방역대책이 총체적으로 미흡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신종폐렴으로 인해 무너지는 민생을 수습할 공적 지원이 느리거나 생색만 내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경제상황은 곧 경기침체로 치달아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보다는 주가의 등락과 환율의 격차가 요동쳐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등으로 인해 올해 성장의 목표는 좌절되었다.

1. 방역대책의 미흡

지난 한달 가까이 지속되었던 이른바 마스크 대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신종폐렴을 조기에 차단해 전염속도를 줄이는 방역대책에 정부는 실패했다. 이는 지난 1월 중국이 신종폐렴에 대해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도 정부가 긴장하지 못하고 미온 대책에 머무르게 한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접한 한국이 가장 빨리 전염될 것이란 사실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우한시에서 폭발적으로 전염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자를 적발한다고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체크만 하는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방역 시동을 거는데 그쳤다. 이는 환자를 색출해 내는데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으로 판명 난 바 있는 검진 방식이었다.

정부는 이런 입국자에 대한 검진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중국이 지난 2월에 추진했고 지금의 유럽의 일부 국가가 방역이 뚫려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지난 1월 초에 진작 고려했어야 했다. 중국도 늦었지만 3월 28일 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 대신 한국 정부는 모든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검진으로 자가격리와 병원치료로 엄격히 나누는 방역 대책을 고집했다. 이 방안이 국내로 병이 유입되는 것을 전면 차단 할 수는 없지만 전면 입국금지보다는 환자가 발생할 우려(3월 26일 91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를 감수하더라도 국제교류를 계속 유지하자는 유연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지금 한국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환자수의 증가 속도가 크게 떨어진 만큼 신규환자의 증가라는 희생을 각오하고 대외교류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의 방역대책은 이처럼 질병위험을 최소화하고 대외실리를 최대화 하자는데 방점을 찍는 균형정책(경제주의)을 지금까지 방역대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이점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6일 참여했던 G20 초유의 화상정상회의에서도 국제사회의 협조와 국제무역의 중요성을 피력한 발언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경제주의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최소화라는 대책이 실패한 이유는 집단감염이 확실하게 드러난 신천지 등 종교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강제적인 규제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신도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예배를 보는 교회 등 종교단체는 물론이고, 콜센터와 같은 밀집 근무지, 노년계층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요양원 등 집단발병의 진원지를 일찍 파악하고 이곳에 대한 철저한 방역대책을 세워야 했다. 정부가 종교단체를 특히 규제하지 못하는 권력적 본성이 정교유착의 기본틀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향후 종교를 정신적 사업으로 간주해 규제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특히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제반 특혜를 회수하는 등으로 입법조치할 것을 21대 국회에 기대한다.

끝으로, 중앙정부가 신종폐렴의 방역 대책을 추진함에 있어 지방정부와의 연계가 부족하고 그것에 대한 지시가 거의 전무한 점을 지적해야 되겠다. 이는 대구·경북지역이 갑자기 환자가 증폭된 배경에는 중앙정부의 지자체 통할 지위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점을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 특히 신천지교회의 정기예배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를 발동하지 못한 책임을 정부는 깊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지금 국무총리가 대구에서 상주하듯이 근무하고 있지만 그럴 필요 없이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대구시와 경북도를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2. 민생대책의 실패

사회적 정의는 무너지고 경제적 평등이 실종된 현실에서 이제 신종폐렴이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폐해를 살펴보자. 질병의 재앙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무엇보다도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시장 기능을 마비시킨다. 나아가 노동공급을 감소시켜 조업중단 등에 따른 생산차질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또한 질병의 주변국 확산을 저지함으로써 국제교역이 위축되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그런 일반적인 성장문제 보다는 개인 간, 기업 간 평등과 분배의 문제에 우리는 집중코자 한다.

질병재난은 소득과 재산이 낮은 중·저소득계층에게는 필연적으로 민생 문제로 다가간다.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부가 질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대중에게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 간 격리를 불러온다. 이는 곧 사람 간 시장의 교환이 줄어들어 교환의 상호이득이 줄어들고 이는 결과적으로 개인 간 소득과 부의 격차인 불평등을 확대하는 반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전형적인 서비스 현장은 식당, 커피샵, 마트, 전통시장, 노래방, 공연장, 영화관, 스포츠센터, 학원 등등 시민의 일상적인 소비생활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교환의 규모가 총체적으로 줄어들어 소자본인 자영업과 영세상공업의 수입이 격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신종폐렴이 가져온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이고 불평등의 근원이다.

소자본가들의 수입(이윤)상황은 1주일 아니면 1개월 정도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기업이라 중대자본가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본의 축적이 거의 없거나 미비한 하루살이나 다름없는 기업현장에서 살아간다. 이들이 파산해 반란을 일으키는 정국이 닥쳐오는 게 두려운 자는 바로 사회 기득권세력이고 보수 정치세력이다. 왜냐하면 지배계급인 그것들이 민주적으로 정한 헌법과 법률에서 그것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정치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때 표로 나타난다. 물론 지배계급의 책임은 단지 선언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 점을 깨달은 정부는 신종폐렴이 급속도로 전파되던 3월초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지원 대책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는 물론 오는 4.15총선을 겨냥한 득표 전략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 예산의 비상시적 편성인 추가경정예산이다. 이번에 11조7천억 원의 예산편성이 오래간만에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런 재정지원 외에 금융지원도 동시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재정·금융지원 정책이 적재적소에 그리고 자력갱생이 가능한 정도로 지원되어야 함은 물론이다.(특히 금융부문의 지원에 대해선 보다 추가적인 한국은행과 금융자본의 지원규모와 함께 지원부문과 금리격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나 내용이 길어져 여기에선 생략한다)

3. 노동대책의 미비

신종폐렴으로 인해 가계소득의 상실 내지 저하를 겪는 개인은 역시 생산현장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이다. 신종폐렴으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사실 노동존중사회(선진자유주의)이거나 노동자국가(사회주의·공산주의)인 경우에는 정부가 추가로 국회와 같은 정치적 집단의 입법에 관한 결정을 기다릴 것 없이 관리적 차원의 긴급 지원책이 평상시처럼 이루어진다. 노동자의 긴급 생계 지원이 필요한 경우 자연재앙으로 인해 전체 생산량이 떨어지는 만큼 노사 간 혹은 노정 간 교섭을 통해 적정한 수준의 특별지원책이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선진적 자유주의국가인 경우 그간 정부의 복지예산이 위축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과거의 ‘복지국가’처럼 풍족하게 예산을 지원해 줄 수 없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을 보면 정권이 바뀌었다 한들 위에서 제시한 노동존중 국가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질병재난에 그대로 노출되어 종래와 다른 열악한 처우를 받게 된다. 더구나 재난으로 인해 생계위협이 닥치기 전인 정상적인 경기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이에 대한 정부의 해결의지는 전혀 없다. 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재벌로부터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원직복직과 생계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전국적으로 공사기업 구분 없이 20여개가 넘는 현장에서 해고사태와 임금하락(비정규직)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현장 투쟁과 법적 투쟁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의 결정적인 요구는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직접 나서서 노동자 입장을 대신해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신종폐렴 사태로 인해 가장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노동자들이 돌봄·가사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이고 특히 초·중교 개학이 연기됨으로써 무급휴직에 놓인 비정규직 교육노동자이고 방과 후 교사들이다. 이들은 전직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실업 상태에 놓여있어 빈곤의 고통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제 대책은 전무하다. 특히 돌봄 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이 월 60시간 이하로 줄어들면서 4대 보험의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됐고, 고용보험 역시 중단되고 있다. 아이돌보미 지원센터로부터 받아온 주휴·연차 수당은 지급이 중단된 현실이다.(경향신문 2020.3.4. 1면) 지금 정부는 다음 주(3월 말)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위소득이하 1천만에게 가구당 1백만 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할 계획에 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성격의 자금 지원이 항구적인 일자리 창출과 생계소득의 지속적 확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IV. 과제

한국과 같이 독점재벌이 착취하고 기득권세력이 차별을 고착시키는 천민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선진자유주의(사회민주주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좌파민주정권(사회주의)이 신종폐렴과 같은 자연재해의 국내외 폐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본고의 관심이다. 우리는 사회민주정권 정도는 되어야 자본의 무단 착취를 제어할 수 있는 진보적 성향의 개혁정부로 인정할 수 있으나 이를 수행할 원내정당은 거의 전무하다. 나아가 사회주의 정부는 한국의 후진적 자본주의 체제를 갈아엎는 체제인 점에서 철학적, 사상적, 이념적 차원에서 개혁적인 사회민주정부와도 뚜렷이 구별된다는 점을 먼저 확인한다. 앞에서 본 세 가지 문제를 놓고 하나씩 짚어보고 마지막으로 거시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비판으로 끝을 맺을까 한다.

1. 공공의료체제의 전면 도입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의료부문이 거의 80% 가까이 사적자본에게 일임되어 관리되고 있다. 신종폐렴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방역망이 크게 뚫렸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우리와 거의 같은 사유자본의 이윤 독점 수단으로 전락 된지 오래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이란 선진자본주의 사회는 한마디로 사유자본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유착 지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 신종폐렴으로 혼이 난 유럽의 시민들은 체 게바라가 일찍이 사회주의 혁명으로 건국한 나라 쿠바를 세계 최고의 무상 공공의료국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 그들은 쿠바에 의료지원과 물자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도 앞으로 인간의 생명을 관리하는 의료산업이야 말로 무상의료의 국유제가 실시되는 제 1의 국가관리 분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의료부문이 국가소유가 된다면 서구 국가들도 신종폐렴으로 인해 하루에 수백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점은 물론 의료분야에 연구와 자원이 얼마나 투입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는 정부의 공적자본이 공익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체제는 지금의 국민의료보험제의 유지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향후 경제발전의 진전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는 존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도 실질적인 역할 예컨대 신종폐렴과 같은 새로운 질병의 연구기관과 예방·치료 방안을 국가 간 협력 체제로 조직적으로 꾸릴 수 있다. 지금 의료산업분야는 거대한 이윤창출의 출구나 다름없어 한국의 경우도 재벌 독점자본들이 뛰어들어 황금거위가 낳는 수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진척될수록, 신종 변형의 바이러스가 창궐할수록, 의료부문의 국·공유화는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가족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21세기에는 필수적인 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영세자영업의 지원 영구화

신종폐렴 사태는 한국과 같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 불평등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권리와 이익을 천시해 온 데 거침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중·대자본의 축적과 재생산에만 몰입하는 본질을 숨길 수 없다. 이에 따라 소자본가인 영세자영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특별한 국가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중소벤처사업부가 있지만 여기에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이를 알고 있는 정부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자본과 노동 모두가 가장 열악한 영세 상공인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가장 먼저 강구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의 임무란 재난구호자금이란 돈만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살포하는 일반적인 방안만 냈지 열악한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특별한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이에 우리는 정부의 재정지원 항목에 영세자영업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을 새로이 꾸릴 수 있다. 자본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무이자 혹은 역금리 대출을 최우선으로 두는 정책도 있다. 지금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1천만 원이란 자금을 은행이 대출해 주도록 독려하고 있으나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영세자영업자들의 파산과 도산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가임대료를 아예 정부가 지원해 주고 건물주에게는 그만큼의 개인소득세나 종합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방법을 택한다. 지금도 정부가 급히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선 상시적으로 세제의 감면이나 공과금의 축소 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재난을 이유로 일시적인 지원으로 그칠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원체제를 영구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영세자영업자 가족에게는 교육비의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 적어도 초중고생에게는 무상교육이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이 두 가지가 가장 바람직한 복지후생제도란 걸 정부와 국민은 잊어선 안 된다.

3. 노동자 권익 하락 금지

신종폐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방안으로는 노동자의 권익 하락을 금지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기득권자들은 신종폐렴을 빌미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하청노동을 늘리며 급기야는 해고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3개월 가까이 그야말로 ‘소리 없는 살인’(silent killing)이 위의 3개 노동 조건 악화에 집중 몰입되어 있으리라 충분히 짐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언론에서 종합적인 집계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문재인 정권과 고용노동부가 기존에 발생한 20여 개가 넘는 노사분규 현장에 대해 그야말로 ‘소리 없이’ 모르는 척 침묵하는 태생적 친자본 근성으로부터, 지금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기업과 아주 어렵고 불편한 관계에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이에 정부는 신종폐렴 사태가 경제와 노동에 미치는 폐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모든 생산현장에 노동자의 인권과 복지를 하락시켜선 안 된다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을 선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형식적이고 주의적인 성질이지만 정부가 노동자 권익보호라는 대의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말할 것도 없다. 위에서 본 영세상공인에 대한 지원 영구화와 함께 노동자 권익하락 금지 긴급조치는 저소득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긴요한 국가명령이기도 하다. 특히 긴급명령에는 이들에 대한 자본과 기업의 횡포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의 공권력 발휘로 엄중 문책하겠다는 단서도 추가하는 게 좋다.

4. 물가인상의 회피 중요

끝으로 신종폐렴인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전체에 끼치는 부정적 효과인 이른바 거시경제상황에 대한 논의를 마지막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신종폐렴의 세계적 경제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지금 당장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부와 금융기관이 나서서 긴급지원 자금을 지속적으로 대량 방출할 수는 없다. 한국의 경우 지난 3월 27일 기획재정부는 긴급재난 자금으로 10조원 규모의 현금을 1천만 가구에 가구당 100만원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의 이런 결정은 미국이 1년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2조2천억 달러(2,700조원)의 현금을 재난자금으로 개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결정과 궤를 같이 한다. 이처럼 국가예산의 규모를 넘는 적자재정의 남발이 거꾸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한마디로 그것이 통화량을 증가시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의 급진을 초래하는 문제(케인즈주의 정책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있다.

더군다나 지금 기준금리도 0.5%로 인하시키고 환율도 1,200원선 이상으로 인상되고 있는 통화량 대폭 증가 정책과 현실에서 물가상승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인플레이션 효과는 더욱 가중되어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생산량에 크게 변동이 없는 한, 물가상승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양적완화의 속도를 줄이고 통화긴축과 금리인상으로 물가상승을 억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즉 통화가치의 안정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이 물가상승은 국민의 일상생활을 피폐하게 만든다. 더구나 경제성장율도 올해는 1% 정도의 낮은 경기상황(미국 무디스 예측)하에서 국민의 소득상승도 낮아질 것이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은 곧 우리의 실질적인 소득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과도한 물가상승은 회피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긴급재난자금의 방출로 재정적자가 증가할 경우에는 금융당국이 해야 할 역할은 긴축금융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재정·금융의 상호견제 효과는 오늘 우리가 논의해 온 질병위기 발 통화팽창이 가져올 폐해를 줄여야 할 의무가 미래의 재정·금융정책에 주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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