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73호 1-5 비현실적인 상황과 괴물들

김파란 ㅣ 농민

작금의 윤석열을 옹호하고자 민주당의 탄핵 정국을 말하며 뉴스 하나하나 팩트를 짚어주지 않아도 우리도 안다. 어떤 놈들이 거짓을 말하는지 말이다. 그러니 그런 니편 내편 나누는 팩트 나부랭이가 아닌 2024년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동원한 ‘비상계엄선포’라는 반동의 역사가 현실로 나타난 것에 대한 충격과 이것을 어떻게 시민과 함께 공론장에서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와야 한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이 반헌법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미 시민들의 일상은 무너져내렸다. 즉 이 비현실적인 상황은, 민주당과 이재명 또는 윤석열과 국힘이라는 정치세력의 지지와 비판을 말하며 편 나누어 쪽수 싸움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껏 조국 사태에 분노하면서 상식과 정의를 외치며 ‘윤석열’을 위해 신문이나 페북에 글을 쓰던 당신들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어제도 윤석열 체포를 외치는 광장에서 민주노총의 폭력에 경찰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다. 페북에서는 진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니놈들 잘 걸렸다’라는 식으로 가짜 뉴스를 퍼나르면서 ‘민주노총’을 향한 혐오의 말들을 쏟아냈다. 나는 진짜 묻고 싶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생명을 소중이 여기는 당신들이 어떻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2배 높은, 그리고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인 한국의 산재사망자 수에는 그리 태평한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닿아 있는 안전보장의 권리는 선별적인가?

이렇게 죽음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말이다.

한국 사회가 인간이 누릴 안전보장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이 퇴행하고 있을 때 당신들의 말과 글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제발 돌아보기 바란다. 말과 글을 독점한 지식인들이 권력자의 편에 서서 죽음에도 차별을 두고 일하다 죽어도 될 인간을 묵인했던 이 사회의 야만이 어떤 모습으로 인간의 조건을 퇴행시키는지 지금이라고 직시하고 작금의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봐야 한다.

또 세월호 참사 때의 박근혜와 이태원 참사 때의 윤석열은 달랐나? 윤석열은 해경 대신 경찰을 모두 해체할 태세로 책임 전가를 했다. 박근혜와 쌍둥이처럼 닮은 모습을 보였다. 그때 윤석열 정권의 경악스러운 모습 앞에서도 그 지지자들은 비판은 커녕 민주당 인사들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진짜 제정신 가진 인간이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선포’에도 똑같은 모양세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를 넘어 명치끝이 아프다.

윤석열은 12월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와 동시에 경찰은 국회 정문을 막고, 무장군인이 헬기에서 내려 국회로 진입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시민들과 대치하고, 총을 겨누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되었다. 그 어둡고 추웠던 겨울밤 시민들이 뛰쳐나와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를 막아냈다. 국회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했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여기서 국민은 민주주의의 원칙 훼손을 더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분명히 던졌다.

이런 사실 앞에서 윤석열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며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냐고 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어떤 사과나 반성도 없는 그 뻔뻔한 언사 앞에서 온 국민은 말문이 막혔다.

국회 마비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 했기 때문에 목적이 애초 없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한 것이다.

이 담화를 보면서 계엄선포시 “윤석열은 정말 미친놈” 이다, 라고 말했던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윤석열은 미친놈이 아니라, 권력이 낳은 ‘괴물’ 이었다.

이런 처참한 현실에서도 윤석열과 국힘은 여전히 자신들의 범죄를 부정하고, 아니 되려 큰소리치면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게 ‘박해받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이 정신나간 것들은 집권한 다음부터는 최대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국가권력이란 사실 조차 부정하고 있다. 이게 정말 무서운 일이다. 계엄 선포를 하고도 야당에 대한 경고였다고 말하는 사람을, 군대를 동원해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도 실탄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탄핵이 되고도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사람을 대통령 관저에 두는 것만큼 불확실한 일이 있을까?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치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권력을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 폭력적인 것인지를 좀 봐 달라는 것이다. 저런 괴물들이 아무 스스럼없이 만든 이 사회의 폭력성 즉 돈과 권력만 있으면 그 어떤 짓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라고 말하는 기존의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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