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88호 10-5 이윤보다 인간, 시장보다 계획, 개량보다 혁명을 – 의사증원과 ‘의정갈등’에 부쳐

이정숙 ㅣ 노동운동가

시장과 계획: 자원의 효율적 배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의식주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문화를 포함한 교육과 보건의료서비스가 있다. 이러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적자원(토지‧공장‧기계‧원료 등 생산수단)과 인적자원(노동력)이 적절히 분배되어 결합되어야 한다. 가령 1년에 100만대의 자동차가 필요하다면, 그 만큼의 노동자와 공장‧자재가 자동차 산업에 배치되어야 한다.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① 시장경제가 하나의 방법이다. 자동차 공급이 부족하다면 가격이 오르고, 이윤이 높아진다. 그러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본투자가 늘어나고, 자원이 더 많이 배치된다. 공급이 초과되면 그 반대 현상이 생긴다. 그 유명한 “수요와 공급법칙”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치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실현된다. 자본주의의 상식이다. 물론 “최대 다수를 최대 착취”하기 위해서, “최대 이윤”을 위해서, 자본이 그냥 하는 말이다. 시장경제=자본천국‧노동지옥=유전무죄‧무전유죄! “서른 넘어서 이것도 모르는 사람은 차가운 머리가 없는 것이다.”

② 계획경제가 다른 하나의 방법이다. 정부가 사회의 필요(수요)를 예측하고, 그 생산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계획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이다. 사회주의 경제의 원리다.

③ 절충하는 방식이 추가된다. 즉 “시장이 실패”하는 부분을 정부가 계획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주인이 되고, 계획이 시장을 보완하는 형태를 가진다. 사회주의 사회라면 계획이 주인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잔재로 소규모 자영업(사치품생산)이 존재하고, 시장도 부분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계급과 계급의식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기본계급이다. 그 사이에, 노동하는 자본가인 소부르주아(자영업자)가 있다. 계급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① 자본가 계급과 그 정당(윤석열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 이들의 구호는 “생명보다 이윤이다”. 이들은 주장한다; 자원의 배분은 시장에 맞겨야 한다. 국가 개입은 적을수록 좋다. 보건의료 분야도 그렇다. 영리법인을 허용해서, 거대한 병원을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 현재 존재하는 병의원도 영리, 즉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주식회사 형태로 병원을 만들 수는 없다. 병원장도 의사여야 한다.) 그래야 투자처를 찾지 못하여, 세계도처를 방황하고 있는 거대한 금융자본이 주식을 소유하여, 병원을 사고 팔며, 의료를 지배할 수 있다.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은 축소되어야 한다. 그래야 삼성생명 등등 보험사들의 황금시장이 더욱 확장된다. 비대면 진료, 화상진료 등을 허용하여, 재벌(독점자본)이 설립한 거대한 병원이 전국의 환자를 싹쓸이하게 해야 한다. 화상진료 시스템을 장악할 통신재벌(SKT 등등)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고임금인 의사 인건비를 낮추어야 한다. 대규모로 의사를 증원하여야 한다. 재벌소유의 거대 병원, 민간의료보험사, 바이오‧제약‧의료기기 회사에 필요한 의사 인력을 싼값에 대량 공급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최근의 움직임들은, 삼성의료원, 삼성생명. 삼성바이오기업들을 가지고 있는 삼성자본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현대자본도 아산병원, 보험회사 등을 가지고 있어 대동소이하다.

② 노동자계급: 이들의 구호는 “이윤보다 생명이다.” 병원자본(2, 3차 병원)을 무상 혹은 유상 몰수하여 국유화한다. 의료관련 인적‧물적 자원을 필요에 따라 배분한다. 즉 계획경제를 한다. 무상의료가 기본이다.

이때 개인의원은 몰수할 수 없다. 자신의 노동으로 얻은 것, 즉 자영업자의 자본 혹은 재산은 혁명정부도 몰수하지 않는다. 이들은 특정지역의 인구를 담당하는 지역 주치의가 되고, 의료체계의 근간이다. 가정의(일반의)가 담당한다. 전문의는 치료 중심의 병원근무가 원칙이다. 지역 주치의의 치료활동은 최소화한다. 예방과 건강교육, 재활, 건강증진 등의 임무를 맡는다. 이들의 보수는 지방정부(보건소)와 협상하여 결정된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의료생협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이것이 노동계급의 근본적 관점이다. 노동계급이 국가권력을 잡아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 이러한 혁명적 관점을 가진 노동계급은 소수이다. 학교교육, 언론 등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자본의 이념공세 때문이다. 주입된 의식이 존재를 배반하고 있다.

③ 소부르주아: 이들은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이다. 때문에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절충하려고 한다. 물론 시장이 중심이 되고, 계획(국가 개입)은 시장을 보완한다. 이들은 순진하게도 “시장경제=최대다수‧최대행복”을 믿는다. 이들은 상상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있겠는가. 시장도 약간, 아주 조금 실패를 하게 된다. 이 결점을 국가개입으로 지울 수 있다.

자본가계급이 노동계급의 외부의 적이라면, 이들은 내부의 적이다. 경계를 소홀히 하면 큰일난다. 시민운동진영이 그 주요 세력으로서, 보건의료단체연합, 경실련 등이 핵심이다. 자본과 노동의 타협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우로는 민주당의 일부가 동조한다. 좌로는 민주노총과 개량주의적 진보정당 등 노동계의 다수도 포섭되어 있다.

“공공의료 강화”가 이들의 핵심구호이다. 국공립의료원, 보건소, 건강보험 강화를 주장한다. 최근의 의사증원 논의에서는, 시골지역에 필요한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서, 시골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대생을 선발하는 “공공의대·지역의사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시장도 국가개입도 모두 실패하고 있다

계획이 답이다

지난 3월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조국혁신당 “영입인재”라는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하 “김”)은 말한다.

“<오마이뉴스>: 정부는 의사 2000명 증원 숫자를 고수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김선민 : “… 정부가 (의사증원) 명분으로 제시한, 낙후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복원하겠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의사수 늘린다고 해결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 지역의료와 필수의료가 붕괴된 근본적 이유는 시장 실패다. 충분한 환자수가 없는 영역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태백병원만 해도 [태백시: 인용자] 전체 인구가 3만 8000명인데 작년에 아이가 93명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소아과가 태백시 전체에 3개뿐이다. 낮에는 돌아가도 밤에는 커버가 안 된다. 과연 현 상태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태백까지 의사들이 갈까? 정부가 말하는 ‘의사 낙수효과’는 허상이다.” (이하 강조는 모두 인용자)

“충분한 환자수가 없는 영역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하지 않고” 이것이 “시장실패”라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첫째, 어느 지역에 소아 야간응급환자가 1달에 2건 정도 생긴다고 하자. 수요가 극소하다. 1회당 의료서비스 가격이 수백만원이 되어야 공급이 생긴다. 이럴 경우 공급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자원의 심각한 낭비이고, 너무 비싸 의료이용 자체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공급이 없는 것이다. “충분한 환자수가 없는 영역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해서, 자원 낭비를 막은 것이다. 시장성공이다. 시장성공 혹은 실패의 기준은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둘째, 위의 글에 근거하여 태백시의 상황을 살펴보자. 태백시에는 소아과 대상 인구가 대략 1,500명(1-15세. 작년 출생아 93명×15)은 될 것이다. 야간응급환자 수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수요가 극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 밤에 응급소아과 환자를 돌볼 의료서비스 공급이 없다. 그러나 소아과 의사가 3명이 있고, 가정의나 내과의도 소아과 진료가 가능하니, 공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야간 서비스 가격이 조금 비싸도 구매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한다면,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야간 수익이 하루 30만원이 되어야 야간운영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야간환자가 10명이라면, 일인당 서비스가격이 3만원이 되어야 한다. 시장에 맡긴다면 거기까지 상승할 수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에서 의료수가(서비스가격)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만원으로 정해져 있다면, 수익 10만원으로는 야간의원 운영이 안 된다.

그래서 의사협회는 주장한다; 수가를 올려달라! 적정 이윤을 보장해야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시장경제에 충실하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수가를 대폭 올려라.

반면 윤석열은 주장한다; 가격이 올라가야,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일면만을 보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의사공급을 늘리면 늘릴수록 의사의 가격은 떨어진다. 그러면 위의 예에서, 적정 이윤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건비라도 건지겠다고, 낮에만 근무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 10만원이라도 더 벌겠다고, 야간진료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장경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나는 결코 “무식한 오빠”가 아니다.

자본의 입장(대자본-윤석열, 소자본-의협)에서는 둘 다 맞는 말이다.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때는 힘이 사태를 결정한다.” 의사들은 피해가 큰 순서대로 강경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즉 전공의와 학생, 개원의의 순이다. 개원의에게는 적어도 10년 뒤의 일이지만, 전공의와 학생들에게는 현재의 문제이다. 평생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할, 그다지 반갑지 않은 동업자를 대량으로 늘리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노동자‧민중─의 입장은 무엇인가?

① 시장경제가 대안인가? 의협의 주장대로 의료수가를 올린다면, 의료비상승(건강보험료 상승)으로 고통받고, 돈이 없어서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윤석열 편을 들 수도 없다. 그것은 소자본가를 희생시켜 대자본가를 키우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의료를 대자본의 돈잔치 마당으로 만들려는 윤석열을 지원하는 것이다. “의사증원”으로 기대된다고 하는 실리, 즉 의료비 감소, 시골의료와 필수의료 강화 등은 막연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올까?

어차피 대자본과 소자본의 투쟁으로, 힘으로 “의사증원”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의사증원” 문제 자체에 관해서는 양 진영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론 당장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자본이 패배(가능성이 높다)한다면, 자신들의 손해를 민중들에게 돌리려고 할 것이다. 예상되는 의료비상승분을 자본과 정부에게 전가-건강보험료 상승억제, 건강보험 강화, 당장의 의료공백 완화대책 요구, 대자본의 의료계 장악(영리병원 등) 저지투쟁을 힘차게 벌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사들과의 투쟁으로 힘이 더욱 약해진 윤석열 정부를 더욱 몰아치는 것(반전투쟁, 퇴진투쟁 등등)이 또한 필요하다.

②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것, 즉 개량주의가 대인인가?

지금 현실에서 시장은 어떻게 실패하고 있는가? 즉 자원은 어떻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지방소멸”이 운운되고 있다. 모든 자원과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국토의 한쪽은 텅텅 비고, 한쪽에는 지나치게 밀집되어 있다. 도시에는 공해, 소음, 식수‧주택문제, 범죄 등이 심각하다. 반면 시골은 서서히 소리 소문 없이 죽어가고 있다. 국토와 인구라는 대표적 자원이, 극도로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과잉생산, 즉 부가 흘러 넘쳐서, 그리고 바로 그것 때문에 공장은 놀고 있고, 대량실업과 대량빈곤이 발생하는 이 기막힌 비효율은 또 어떤가. 무한경쟁·무한탐욕, 자연파괴, 사회·가족해체, 교육·인간성 파괴, 전쟁 또 전쟁! 모든 공동체,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있고, “인류멸종”도 이미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때문이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실패하고 있는데, 의료에서만 국가가 개입을 해 보아도, 아니면 시장논리를 보다 철저히 적용해 보아도, 시골의료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시골을 떠나고 있는데, 의사들이라고 해서 다를 수는 없다.

필수의료의 부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과잉진료가 심각하다. 병원이 수많은 고가 장비를 경쟁적으로 들여놓고,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고 있다. 미용과 피부관리 의료도 과잉의료의 한 종류이다. 시장도 실패하고, 정부개입도 실패했다는 증거이다. 만약 과잉진료를 줄이지 않으면서, 의사들의 주장대로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올려준다면, 의료비 폭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가능하겠는가.

③ 계획경제가 근본적 대안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당장 “의정갈등”으로 의료체계가 손상되어 민중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의정갈등, 의사파업”, 넓게는 “병원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일상이다. 의료를 자본에 맡겨둔 상태에서는 지속된다. 민중들이 장악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냥 가기 뭐해서, 한마디 덧붙이자. 김은 “충분한 환자수가 없는 영역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하지 않”고, 그래서 “시장이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환자수가 존재하여,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만 한다면, 시장은 성공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건강보험과 보건복지부가 주요 책임자가 되어 결정하는 의료수가를 시장에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의 주요 책임부서가 바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다. 그리고 “영입인재” 김선민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역임했다고 한다. 살신성인?

공공병원 건립은 우리의 요구가 아니다

김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오마이 뉴스> :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위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김선민: “공공의료기관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민영의료의 총본산이라는 미국도 공공병원 병상 비율이 30%다. 근데 우리는 10%밖에 안 된다. 독도에도 운동화가 필요한데 수지가 안 맞아 배송 가는 기업이 없다면, 국가가 해야 하지 않나. 똑같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지금처럼 ‘진료 수익’이 돼선 안 된다. 돈 안 되는 영역에 짓는 게 공공병원인데 ‘돈 안 된다’고 뭐라 하면 되나.”

“공공의료강화”와 그 주요 내용의 하나로 공공병원 설립은 시민운동의 단골메뉴이다. 김은 독도에 운동화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배송”을 해야 한다고 한다. 국가가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당연하다. 운동화 공장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영입인재!

그런데 의료공장, 즉 병원은 국가가 더 만들자고 한다. 지금도 의원‧병원은 너무나 많다. 개인의원은 “필수의료”로 먹고 살기 힘들어, 미용과 피부관리로 빠지고 있다. 필수품생산에서 사치품생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차 병원은 전반적이고 만성적으로 경영이 어려워,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조차 최근 폐업했다. 공공병원도 대부분 병상가동율이 50%가 안 되어 만성적 적자이고,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빅5(아산, 삼성, 서울대, 연세대, 카톨릭대 병원)”라는 초대형 병원만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서비스가 과잉생산되어 병의원이 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필수의료 서비스 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시장이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김의 주장대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 즉 국가가 병원을 지어서 필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자. 결과는 이렇다. 사회는 한편으로는 민간병원에 과잉투자하여 폐업하여 자원을 폐기하고 있다. 더구나 건설한 공공의료원도 적자운영을 감당하지 못하여 또다시 폐기된다. 민간과 공공이 자원을 이중으로 투여하고 낭비한다. 결국 시장실패(자원의 비효율적 배분)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야만 시장실패를 국가가 보완할 수 있다. 사회에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총 100명이고, 100개의 병상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민간은 80병상 밖에 만들 수 없다. 이때 국가가 20개의 병상을 공공병원으로 만든다. 대성공이다. 1960-70년대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렇다. 민간병원들의 무한경쟁과 무정부적‧비계획적 생산으로 120개의 병상이 있다. 이미 총수요에서 20개를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80개의 병상에만 입원한다. 20명의 극빈층은 돈이 없어 입원을 못한다. 40개의 병상은 놀고 있다. 그러면 “경영상의 이유로 가짜 환자(“나이롱 환자”)를 10명 만들어 입원시킨다. 즉 돈 있는 사람들에게 과잉진료하여 환자와 시장을 창출한다. 국가는 극빈층을 위해 40병상을 만들어, 20명을 입원시킨다. 공공에서도 20병상이 놀게 된다. 합하여 40(민간)+20(공공) =총 60병상이 놀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가짜 환자 10명이 또 침상에서 놀고 있다.

인도주의라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외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국가가 20명의 극빈층을 입원시켰지 않은가! 수줍은 시장숭배자들은 이렇게 눈이 먼다. 노동자에게 시장은 “노동시장”이다. 노동력상품 시장에서는 노동자가, 우시장에서는 소가 매매된다. 한편에는 말하는 가축이, 다른 한편에는 말 못하는 가축이 매매된다. 명심하고 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현재도, 김의 표현대로 의료서비스 “배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곳이 물론 있다. 산간벽지나 도서지역의 경우이다. 환자를 이송하는 119체계‧닥터헬기 강화, 순회병원선, 이들 지역에서의 화상진료 허용 등이 필요하다. 현재 공공의료원을 빈곤층이 많이 이용한다. 이들을 포괄하는 의료급여가 건강보험에 비해, 병원이용에 제한을 두고 차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차상위계층”과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 충분히 지원하고, 건강보험과 통합하여, 일반병원을 이용하게 해야 한다.

시장경제는 의료의 질을 파괴하고 있다

현재의 주요 문제는 공급량의 문제, 공급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예외적인 계층의 특수한 부차적 문제이다. 오히려 공급과잉‧과잉진료가 주요한 문제이다.

여기에 더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제공되는 의료의 질이다. 이는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문제이고, 아주 끔찍하고 참담하다. <조선일보> 기사 “한국인 232만명,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동시에 앓는다”의 내용을 보자.

“58세 남성 직장인 권씨는 최근 1년 사이에 체중이 점점 불었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작년에 없던 고혈압 진단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었다. 공복 혈당이 당뇨병 기준(126mg/dL 이상)에 가까운 121로 올라 있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고지혈증 진단 기준에 가까운 235였다. 권씨는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일 년 만에 만성질환 3가 동시에 나온 것에 크게 놀랐다. …

이 질병 3개는 몰려다닌다. 대한고혈압학회 2023년 팩트 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전체 환자 1045만여 명을 놓고 봤을 때, 고혈압만 치료받는 경우는 33.3%에 불과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같이 있는 경우가 39%였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3개를 동시에 치료받는 환자는 232만6000여 명(22.2%)이나 됐다.” (김철중 기자, <조선일보> 2024. 10.10.)

고혈압 환자는 1045만 명이다. 다른 자료에서 보면, 2020년 당뇨환자 570만명, 당뇨전단계 1487만명이다. 그러면 고혈압 환자와 당뇨환자를 합치면 대략 1383만명(1045+570-232) 된다. 성인 2-3명당 1명이 병의원에서 혈압‧당뇨약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평생을 고생하다, 결국 그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아주 단순화시킨다면, 의원은 고혈압‧당뇨환자를 관리하면서 먹고 살고, 병원은 그 합병증 환자(심장병, 중풍, 신장병, 실명, 치매 등등)를 관리하면 먹고 살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당뇨는 황금어장, 노다지인 셈이다.

만약 고혈압‧당뇨를 간단하게 완치할 수 있는 치료약이 나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한국의 병의원은 전반적으로 파산‧붕괴된다. 제약‧의료기기 회사에게도 치명적일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약이 개발되는 것을 막고, 예방‧치료방법이 연구‧보급되는 것을 막으려는 암묵적 혹은 노골적 지향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도 직장인이 “최근 1년 사이에 체중이 점점 불었”고, 그런 다음 질병이 생겼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면 체중을 줄이면, 건강해질 수 있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렇다. 굶으면 다 낫는다.

신경외과의사인 황성수 박사는 <고혈압, 약을 버리고 밥을 바꿔라>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혈압은 혈관이 좁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혈관을 넓혀주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을 다른 곳을 긁고 있으니, 평생을 노력해도 완치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고혈압은 동맥경화증 때문에 발생한다. 동맥경화증은 동물성 식품을 먹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모든 동물성 식품을 철저하게 금하면 고혈압이 생기지도 않고 생겼더라도 쉽게 물리칠 수 있다. 현미와 채소와 과일은 동맥경화증을 만들지도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만들어진 오래된 동맥경화증도 녹여 없애는 효과를 발휘한다.”

황박사는 “현미와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사를 하면 고혈압뿐만 아니라 당뇨, 심장병, 암, 치매 등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대부분은 치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추가하자면 소금을 먹지 않는 것(무염식, 요리에 간을 하지 않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수많은 치료경험을 예시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것은 황성수 힐링스쿨(https://healingschool.kr/), 혹은 유투브에서 알아보기를 바란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만성질환은 의학에서도 “생활습관병”이라고 한다. 특히 먹는 생활습관이 병을 만든다. 그래서 식습관을 고쳐야 예방‧치료할 수 있다. 약으로도 수술로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식습관을 고치는 것은 병원, 제약회사, 의료장비회사에게 돈이 안 된다.

자본의 이윤추구와 시장논리에 의료를 맡겨서는 우리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질병이 창궐하여만 한다. 이것이 자본의 논리이다.

질적으로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예방과 치료, 재활과 건강증진 서비스가 포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양적으로도 필요한 만큼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의 총의료자원(병의원과 의료인력)을 민중이 소유‧장악하고, 계획적으로 배분하여만, 거기에 접근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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