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26호 코레일네트웍스 파업투쟁 경과와 쟁점

이명위 l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조직국장

코레일네트웍스는 코레일(철도공사) 6개 자회사 중 하나이다. 수서고속열차(SRT), 코레일유통,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테크,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로지스가 바로 그 회사들이다. 수서고속열차와 코레일유통을 제외한 4개 자회사는 코레일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쥐어짜서 운영하는 그야말로 노동자들 임금 따 먹는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의 특징은 코레일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국토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가계약법에 따라 시중노임단가에 따른 임금을 받아야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산지침에 따른 4.3% 장벽에 가로막혀 교섭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역무, 주차관리, 특송, 고객센터 업무를 하고 있으며, 정규직125명을 제외하고, 1694명이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일하는 역은 코레일 본사 노동자들이 하는 일과 100% 같은 일이다. 절반 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더 적은 인원으로 일하고 있다. 10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 철도공사라는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비정규직 노동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고착화된 저임금구조를 깨뜨리고자 하는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한국사회 공공기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코레일은 자회사 일이라 책임과 권한이 없다고 발뺌하고, 기재부는 국토부에 국토부는 기재부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에는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가 있고, 조합원 수는 1,216명이다. 1,040명이 파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조합원의 약 85%에 해당한다. 파업대오가 41일이 지나도록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억눌린 분노와 최저임금에 인상에 대한 절절한 염원이 이토록 대오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20년 임금교섭은 7.24.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본교섭 2회, 실무교섭 4회를 거쳐 10.13 교섭 결렬을 선언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네트웍스지부 86.56%(투표인대비), 고객센터지부 89.44%(투표인대비)로 가결되었다. 11월9일부터 이틀간 간부파업을 하였고, 11월11일부터 조합원 총파업에 돌입하여 20.12.21 현재 41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역과 청와대, 광화문, 세종시 기재부 앞, 대전 코레일본사, 대전역, 익산역, 광주송정역, 부산역에서 매일 집회와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3가지이다.

첫째, 2019년 합의사항인 단순노무직 시중노임단가 100%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2019년 총인건비는 275억원이었고, 기재부지침 4.3%를 적용할 경우 287억원이지만, 이미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여 315억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관계부처합동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개선 대책(20.03.23)에 따르면 철도공사가 모범사례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경영평가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시 무기계약직과 기간제는 제외되나 인건비 인상시에는 무기계약직도 포함된다는 기획재정부 지침과 함께 총인원 1,819명의 6.87%만이 정규직이고 대다수인 93.13%가 비정규직인 인력구조에서 발생되는는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 정부정책에 따라 민간 용역회사에서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고령노동자의 3년 고용보장 합의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미 16명이 해고된 상태이고 12월31일이면 200여명이 해고할 것이라고 해당노동자에게 사측은 문자를 보냈다.

셋째, 정원대비 부족한 현원 431명을 충원하라는 것이다. “허리아파 못살겠다 인력충원 실시하라”는 매표 노동자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1인 역사 없애고 2인 역사로 운영하라는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미 사회화 되었다. 동지들의 결연한 투쟁은 이미 정당성 확보를 넘어 많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눈물겹다. 어린 아이를 떼어놓고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붉어진 눈시울을 본적이 있는가? 월급 못받아도 좋으니 성과없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조합원의 비장한 결의를 보았는가? 나하나 때문에 대오가 흔들릴까 눈물을 안으로 삼키는 조합원들이 있다.

항간에는 비난도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파업이나 하는 배부른 것들 이라는 막말도 있고, 무기계약직이면 고용은 안정된 거 아니냐는 속모르는 소리도 들리고, 억울하면 시험쳐서 정규직 되라는 말같지 않은 소리들도 들린다. 문제는 누가 비정규직이냐가 아니라 비정규직 자체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많은 노조에서, 단체에서 지지와 후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월급생활자가 파업했다고 월급을 받지 못했을 때 받을 고통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코로나도 무섭지만 최저임금 더 무섭다”는 진실을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코레일네트웍스 동지들께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잠 안 오는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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