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3호 3-3 “먹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

  • 이 기사는 노동자신문 1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지영 |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모니터에 부착되는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일본 닛토덴코(Nitto Denko Corporation)가 100%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2003년에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고, 50년간 공장부지 무상임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2003년도 설립. 현재까지 7조 7천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매출액의 82퍼센트의 6조 3천억을 일본 본사로 가져갔습니다. 평택에는 한국니토옵티칼이 있습니다.

2022년 10월 4일, 설비 스파크로 인한 화재로 공장동이 전소됐습니다. 사측은 구미 공장을 청산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희망퇴직을 추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93명이 희망퇴직을 했습니다. 하루만 일한 직원부터 9년 차까지 동등하게 17개월 치 임금을 희망퇴직금으로 청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7명의 인원이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고용승계를 위한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자본의 협박에 굴복해 공장을 나갈 건지, 고용과 존엄을 지키기 투쟁에 전부를 걸고 싸울 것인지. 우리 발로 공장을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단호히 먹튀 자본의 책임을 묻고 함께 사는 길을 택했습니다.

자본과 공권력 침탈에 맞선 공장 사수투쟁

지난해 8월 3일부터 현재까지 자본과 공권력의 침탈에 맞서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이 공장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8월 4일 ‘공장에서 나가라. 나가지 않으면 손배·가압류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회사는 결국 조합원 10명에게 4억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했습니다.

2023년 1월 30일, 2월 2일로 예고된 해고 통보 사흘 전, 구미 공장 사수를 위해 지회 사무실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사측에 구미 공장 재건과 고용승계를 지속해서 요구하며, 시민선전전을 진행하고, 구미시청, 산업단지공단에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관계 기관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까지 우리를 외면했습니다.

8월에는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기각되자마자, 사측은 공권력(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굴삭기, 크레인, 컨테이너를 동원해 조합원들을 공장에서 끌어내려고 시도했습니다. 8월 7일 철거업체를 동원한 자본의 공장침탈이 자행되었으나 우리는 온몸으로 막았습니다. 연이은 자본의 도발을 막아 내자 급기야 공권력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구미시는 경찰병력을 끌고, 소방서와 크레인과 레커차를 동원해 공장 울타리를 에워쌌습니다. 공장 철거를 위한 장비반입 시도를 공권력이 직접 자행한 것입니다. 사력을 다해 버틴 조합원들과 연대 동지들이 결국 공장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공장을 잘 사수하고 있으니, 아직 구미시에서 공장 해체 승인도 나지 않았는데, 사측은 공장 철거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가처분, 가압류를 동시에 진행했고, 법원은 손배소 가압류를 받아들였습니다. 회사의 손해를 입증하기도 전에, 조합원들의 부동산(5명), 전세보증금(5명)에 각각 4천만 원씩 손배소 가압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굴하지 않자, 노조 사무실에 단전ㆍ단수를 시도했습니다. 단전은 막았고 우리가 전기세를 내며 사용 중이고, 단수는 되었지만, 물탱크를 연결해 공원에서 물을 길어다 쓰다가, 연대 동지들이 농업용수를 배달해 주어 화장실의 불편을 해소하고, 식수는 생수를 사용 중입니다.

공장 철거에 맞선 고공농성 돌입

또 시간이 흘러, 12월이 지나기까지 재판부는 공장 철거 방해 금지 등의 가처분 결정을 미뤘는데, 구미시에서 공장 해체 철거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4년 1월 5일 구미시 건축과장과의 면담에서 곧 철거 승인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전달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월 8일 새벽 6시 40분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구미시는 1월 8일 저녁 5시 30분 철거 승인을 했고, 재판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틀 뒤 가처분 결정을 합니다. 가처분 결정문이 고시되고, 사측에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 위해서 작년 8월에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며, 철거를 위해 현재까지 월~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월 16일, 김천법원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하러 왔지만, 전국에서 1,000명 넘는 동지들이 모였고, 조합원들은 아시바(발판) 위에 올라가 쇠사슬을 몸에 묶어 이 공장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사측의 침탈과 강제집행을 막아 냈습니다. 집행관은 다음에 집행 기일을 다시 잡아서 온다고 했습니다.

조합원과 연대의 힘으로 끝까지 싸울 것

우리는 11명의 고용승계라는 목표를 가지고 고공농성 중이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밑에서 2명의 동지를 사수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고공 농성자들을 무력으로 끌어내릴 수 없습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는 길은 간단합니다. 11명의 고용승계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이 상황은 정리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으로 단결해서 싸운다면, 고용승계 꼭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우리 같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먹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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