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53호 4-2 가난과 더불어 2

조창익 ㅣ 현장과광장 편집위원장

그 외국인은 먼 나라 땅에서 마침내 피를 토했다네
끝내 병석에 누웠으나 사장은 이동을 허락하지 않는다네
일터를 떠나기 위해 피를 토하는 사람 어디에 있겠는가
주인은 꾀병이라 주장하니 마땅히 엄한 벌을 받을 일이다
눈 멀어 사람을 학대함은 승냥이와 이리와 다름없는 짓
아무리 돈이 중하다지만 어찌 생명을 이토록 멸시한단 말인가
원망스런 관청 노동부는 손 놓고 쳐다만 보고 있고
어찌하면 이런 몹쓸 노예제를 끊어낼 수 있단 말인가

與貧 2

外人異域竟咯血
雖臥社長不許別
爲移吐血何有人
主張乾病當嚴罰
盲目虐人卽豺狼
雖重金人命視蔑
怨望廳袖手傍觀
此惡奴制何斷絶

2023.03.30.목.

얼마 전 바다 김 양식장 97년생 청년 이주노동자가 염산, 황산 연기를 마시고 구토 증세에 고통을 호소해왔다. 그런데 다른 방법 없어 작업을 지속하였고 끝내 엊그제 피를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속하게도 고용주는 뒷걸음질 치기에 바쁘다. ‘다른 병이 있어서 토혈하는지도 모른다, 심하게 기침을 하면 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말을 했다고도 하고 일이 많아 릴리즈페이퍼(사업장이동허가서) 안된다 하였다 하니 이를 어쩌면 좋겠는가? 고용노동부는 강력한 항의에 마지 못해 건강검진 하라고 행정명령 내리겠다고 한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어찌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가? 고용허가제라는 현대판 노예제도는 사람 죽이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