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43호 6-3 진보교육감 9명 당선을 축하하며

이을재 l 노동전선 공동대표

17명 교육감 중 14명이던 진보 교육감 5곳 패배, 9곳의 진보 교육감 재창출 성공. 6월 1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성적표다. 서울·인천·충남·세종·울산·경남. 6명의 진보 교육감 연임 성공… 경기·강원, 두 지역의 진보 교육감 재창출 실패… 전남·부산·충북·제주. 네 지역의 연임 실패… 전남·전북·광주·진보교육감(?) 재창출…

보수교육감 대반격?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17곳 중 과반인 9곳이 진보 교육감인데 무슨 보수의 승리? 서울·인천·경남·충남·세종·울산. 모두 국힘 시도지사가 당선된 지역이지만, 진보 교육감이 연임에 성공했다. 무엇이 보수의 대반격인가?

서울 교육감은 보수 후보의 분열에 힘입어 40%의 지지율에 미달하는 1위였지만, 연임에 성공했고, 전북 교육감과 광주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 추진위가 선출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진보 교육감으로 평가되며, 전남 교육감은 현임 진보 교육감이 재선에 실패했으나, 다시 전교조 해직 교사였던 후보가 당선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진보 교육감 9명, 보수 교육감 8명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진보 교육감의 승리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 승리를 충분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더라도, 냉정하고도 섬세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89년 전교조 창립 이후 확대된 진보 교육운동 20년의 성과다. 해방 후 수십 년간 누적된 교육 모순에 대한 전국민적 불만의 반증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진보교육운동의 정당성이 확인된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둘째, 진보교육운동에 대한 실망이다. 진보 교육감의 ‘진보’ 정체성에 대한 실망이다. 제주· 충북·전남·부산. 교육감의 연임 실패, 경기 강원 진보 교육감 재창출 실패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진보 교육감의 정체성 상실 또는 약화에서 찾아야 한다.

셋째, 현임 14명의 진보 교육감들은 개별적 평가가 무의미할 정도이며, 전체적 평가로 충분할 정도로 대동소이하다. 강원 교육감과 광주 교육감의 행정폭력은 권력 남용에 의한 교사의 권리 침해를 넘는다. 보다 심각한 것은 진보교육 실험에 대한 탄압이며, 따라서 진보 교육감의 진보 교육 자해라는 점이다. 성평등 교육 실험과 혁신 교육 실험에 대한 불만에 대처하는 방식이 성평등 교육, 혁신 교육 실험 교사의 손발을 묶는 것이었다. 이것이 작위에 의한 진보 교육감의 자기파괴라면, 대부분의 진보 교육감들은 진보 교육 정책 부작위 또는 불충실에 의한 자기파괴에 머물렀다는 것이 정직한 평가일 것이다.

중앙정부의 불평등교육 정책인 기초학력 보장(진단평가), 고교학점제 등에 침묵 혹은 편승하면서, 진보 교육 실현을 위해, 비민주적 교장의 권한 독점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의 권리 보장을 위해, 입시 중심 불평등교육 타파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 뒤에 숨은 자신의 무책임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잘못된 중앙정부의 정책에 대한 항명에 얼마나 용기 있게 나섰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넷째, 진보 교육감 역시 대통령, 국회의원, 여타 지방선거 단체장,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 후보, 당선자의 책임에 머무르는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 각각의 후보와 당선자 뒤의 정당을 보아야 한다. 윤석열의 당선은 윤석열 개인의 능력, 도덕성의 문제를 넘는 것이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반노동, 반민주를 정확히 인식하는 선거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흰쥐와 검은쥐 양쪽에 의한 곳간 털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보 교육감은 비록 소속 정당은 없으나, 그 정체성의 유지, 강화는 진보교육운동 세력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진보 교육감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은 진보교육운동이다. 또한, 진보 교육감의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진보 교육감 스스로 진보교육운동의 성과이며 그 일부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의 승리는 결코 진보 교육감 개인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진보 교육감의 승리는 진보교육운동의 승리이며, 그럴 때에만 그 승리는 안정적일 수 있다.

진보 교육감 9명의 당선, 승리를 다시 축하하고 17개 전 지역의 진보교육운동의 분발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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