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42호 5-7 진보정당 없는 선거, 보이콧이 인민의 권리다

은영지 l 사드저지 평화활동가

지방선거일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사회주의자라고 자부하고 있고 사회주의 건설에 헌신하고자 한 ‘나’였지만 이 썩어빠진 부르주아 선거판에서 한 번도 투표를 빼먹은 일이 없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늘 진보정당에 투표했고 내가 사는 동네가 꼴통 지역이라 진보정당이 없으면 민주당을 차선, 차악으로 찍었다. 이때껏 민주당을 지지한 적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국힘당(이 망할 놈의 정당은 수시로 이름을 바꿔 기억하기도 힘들다. 공화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이라고 했던가)같은 수구패거리들이 당선되는 걸 막아야 하니까 그걸 선거전략이랍시고 마지못해 가끔씩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반민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넌더리가 나 이젠 얄짤없다. 사실 자유주의 집합소인 문재인 정권은 원래 그렇고 그런 족속들이었지만 국힘당과 조금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일란성 쌍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리석은 내가 그동안 헛물을 켠 셈이다. 노동탄압이나 반노동정책도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였지만 범법자 박근혜의 대를 이어 사드추가 배치하며 미국 똘마니 노릇한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문재인 집권 5년 내내 사드철거와 평화를 외쳐온 소성리 주민들은 문재인이 보낸 군인과 경찰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히며 핍박을 받아왔고 범법자가 되었으며 생계에 위협을 받았다.

평범한 연대자인 나조차도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형법을 어긴 범법자가 되어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 기소되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얼마 전엔 일면식도 없는 태극기부대의 한 인사에 의해 또다시 고발당해 경찰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출석요구서(사실은 출두명령서)를 받고 너무 억울해 조사를 받으러 안 갔다. 곧 2차 출두명령서가 날아올 것이다. 태극기부대의 그 꼴통들은 미군 사드기지 완성작업을 소성리 주민과 지킴이들이 방해했다고 13명을 고발할 거라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고 벌써 6~7명이 고발당한 처지였다. 이제 곧 줄줄이 사탕으로 활동가들 13명을 범법자로 만들고 손발을 묶어놓고 기어이 사드병참기지를 완수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경찰 패거리들이 태극기 부대와 짝짜꿍이 되어 벌인 음모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앞으로 윤석열 정권의 탄압이 더욱 거세어 지겠지만 문재인의 민족반역행위 등의 죄과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이런 패거리들이 판치는 선거판에 뭘 기대하겠는가. 슬프게도 내가 사는 지역엔 진보정당 후보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선거 보이콧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것 역시 인민의 소중한 권리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라는 플라톤의 말을 들먹이며 어줍잖은 충고라도 하려고 입을 여는 자가 있다면 단호히 사양하겠다.

부르주아 선거 놀음판에 들러리 서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며 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본다. 전에는 노동자 계급이 선거투쟁을 준비하며 현장투쟁 못지않게 에너지 넘치는 자리를 만들곤 했지만 이젠 그런 모습조차 보기 힘들었다. 도무지 희망이라곤 없는 천박한 자본주의 반동국가인 한국에서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선거와 의회정치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투쟁과 혁명으로 우리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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