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23호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저지 투쟁에 부쳐

1. 올해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휩쓸고 있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사회구성원, 산업 현장에 폭풍우 같은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는 이 사회가 처한 상황과 조건을 다시 한번 성찰하고, 향후 어떠한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요구하고 있다. 즉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공황국면에서 코로나라는 사태가 겹치면서 이 사회의 전반적인 경제적 후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2. 코로나로 국면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사회는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인데 한쪽에서는 부의 축적이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고, 한쪽에서는 빈곤의 축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토머스 모아가 16세기초에 영국농민들의 비참한 처지를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표현했듯이 지금 현실에서는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문명이 대다수의 노동자를 현장에서 해고로 거리로 몰아넣어 빈곤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3. 이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한쪽에서는 각종 다양다종한 상품들이 흘러넘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이 상품을 소비할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춘 많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의 거리의 시장, 온라인 쇼핑, 백화점, 식당 등 모든 곳에서 상품과 서비스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실질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일찍이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일컫어 공급은 충분한데 수요가 부족한 상황을 ‘자동조절 신화의 붕괴’라고 말로 개탄하고 있다.

4. 그러면 이 역설적인 현상은 단순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이는 소비현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생산현장에서 ‘상대적’ 과잉생산에서 기인하는 문제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간의 뼈를 깎는 생사를 건 경쟁이 필수이고, 이러한 치열한 경쟁은 즉 지금처럼 ‘규모의 경제’을 자랑하는 기업의 대규모 독·과점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5.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조선산업업종도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인 공황을 피해갈 수 없다. 조선산업업종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불황과 호황의 산업순환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업종내에서 치열한 경쟁은 지속적인 과잉설비의 투자를 초래한다. 이것은 호황국면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으나, 공황과 장기적 불황국면에서는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산업구조정이라는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6. 코로나 국면은 노동운동의 동전의 양면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이 사회의 근본적인 자본과 임노동의 모순을 드러냄과 동시에 평등한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물적인 기반인 독점 산업과 기간산업의 사회화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문제는 자본주의 생산의 근본적인 문제인 무정부성을 드러내고 있다. 즉 개별기업은 사회 전체가 원하는 수요를 예측하여 생산하지 않고 개별 자본간의 경쟁으로 말미암아 항상 초과하여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공황국면에서는 노동자의 대량 실직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7. 지금 공황국면과 코로나국면에서 제기되는 과잉생산의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전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독점산업과 국가 기간산업의 국유화라는 유일무이한 해결책으로 인도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대우조선해양은 이 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선박에 대한 수요에 의지한다. 또한 대우조선이 보유하고 축적한 조선에 대한 경험과 기술은 당연하게도 인류가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지식과 과학기술 문명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이 사회 전체의 것이고 특히 그곳에서 피땀을 흘리는 노동자의 것이다.

8.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 의한 인수·합병은 외국의 기업결합심사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 두고 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어떤 식으로도 결론이 나도 대우조선 노동자에게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만약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되면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합병의 장애물이 제거되기 때문에 사측의 산업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또한 회사 경영진이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의 추구로 무자비한 해고의 칼날로 구조조정을 밀어부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9. 일각에서 조선 생태계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역에서 대우조선을 포함하여 지역의 조선업종의 지역 공기업을 주장한다. 그러나 첫째 대우조선해양이 생산하는 것은 지역의 수요가 아니라 전세계적 수요이다. 이것은 지역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노동자들의 고용이 전세계적 경기 상황과 수요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의 고용측면에서는 지역 경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운영에 관련되는 종사자는 약 2만 1천명이다. 종사자의 가구와, 관련 하청업체 종사자와 그의 가구 수까지 포함하면 이것은 단순히 지역의 차원을 뛰어 넘어서는 국가적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하나의 지역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경제와 노동자의 고용의 측면에서 판단되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대우조선해양의 국가소유로의 전환 이외에는 뚜렷한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10. 다른 한편으로 자본의 이해를 전세계적으로 보장하는 신자유주의가 발흥하고 유행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주요한 정책의 하나가 사유화(민영화)이다. 이는 사적 거대자본이 거대한 국가 기간산업까지 접수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측면을 반영한다. 사적 자본이 국유기업을 인수하는 징검다리로서 국영기업의 공기업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대우조선의 공기업화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명분 하에서 공공부문이라는 명분은 획득할 수 있는 효과는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독립채산제의 공기업은 정부의 예산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구조조정의 위협에 놓여 있다.

11. 대우조선해양이 ‘규모의 경제’이고,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의 하나이므로 국가가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국유화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그간의 산업은행의 실질적으로 관리·경영함으로 국유화가 아닌가라는 말이 회자 된다. 그러나 국영기업은 국가가 그 기업을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는 대우조선의 실질적 국유화가 결코 아니다. 자본주의하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에, 국유화된 기업은 그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공무원으로 실질적으로 고용상의 신분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국유화와 공기업화는 차이가 있다.

12. 코로나 국면은 지금까지 사회에서 입에 담지 못하는 ‘기간산업의 국유화’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 예측하지 못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외부적인 경제적 충격에 이어진 휴업, 폐업과 이에 따르는 해고로 사회의 대다수가 고통을 받고있는 상황이고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가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서로 책임을 지는 위기에 빠진 국가기간 산업의 국유화 담론의 공론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쌍용자동차, GM, 이스타항공, 아시아나항공, 대우버스, 한국케이츠 등의 산업구조상의 전반적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대우조선해양 또한 국유화 담론의 한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 다시 한번 강조하면,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발흥 이후 세계적으로 공공부문 축소, 사회복지 축소, 국·공유기업의 민영화, 규제완화 등의 정책이 계속적으로 노동자·민중을 옥죄이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 실패로 판명되었다. 자본과 국가는 계속적인 서로간의 경쟁을 통한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제하에서 사회라는 집단이 그 구성원 서로가 모든 영역에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이 모든 사태의 해결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14. 이러한 방향에서 코로나 국면을 이용하여 각자도생의 길을 거부하고 사회전체가 유기적으로 생산을 계획하고, 생산물을 통제·분배해야 한다는 것을 전 사회적으로 어떻게 공론화를 시킬 것인가. 즉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대중적으로 설득시켜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파산상태에 빠진 국가기간산업 즉 자동차산업, 항공산업, 조선 산업에 대한 해결전망을 국유화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전 사회적 설득이 선행되어야 한다.

15. 다른 한편으로 자본은 그들의 위기에 대하여 항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국가의 지원을 호소하고 지원을 당당하게 받는다. 자본은 그들의 위기 국면에서 항상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생산, 분배하는 노동자들은 당당하게 구조조정 저지, 고용 안정를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자본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부를 대대손손으로 승계하는 진정한 철밥통인데, 노동자도 고용유지를 위한 생존권 투쟁을 당당하게 제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6 지금 시국은 전체 운동에서 중요한 정세이다. 코로나 국면으로 정치적 위기, 산업구조 개편, 노동운동의 위기, 기후 위기 등이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자본과 정권이 그들의 통치상의 위기국면에 지속적으로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를 취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주의를 지지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노동계에 주요한 세력으로 꽈리를 틀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운동진영의 독자적 진지의 강화가 시급하다. 정치적 전망을 전국 좌파의 결집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17. 이러한 좌파의 전국적인 정치적 결집을 형성하기 위한 주요한 내용으로 11월 노동자 대회를 중심으로 국가기간산업, 자동차산업, 항공산업, 조선 산업의 국유화 투쟁을 중심적으로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좌파 정치세력은 노동자대회를 전후로 하여, 반노동‧반민중 문재인 정권에 맞서서 대우조선 국유화 투쟁과 노동법 개악투쟁으로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

18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매달리면 의도하지 않게 청원운동으로 빠지면서 대중 투쟁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조합원에 근거하고 전 사회적 설득력을 가진 전국적 투쟁으로 상승·발전시키기 위하여 대우조선의 국유화로 대정부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즉 어차피 대우조선 문제는 국가기간산업임과 동시에 대우조선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문제로 인하여 정치적 문제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우조선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 투쟁은 정치 투쟁의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9. 예전의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에 맞선 치열한 투쟁 사례에서 보듯이,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거대한 조합원 대중투쟁을 준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싸워나가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구조조정 반대 투쟁의 핵심인 조합원의 고용보장과 해고없는 싸움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100% 비가 온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속담이 떠오른다. 이러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의 활동가들의 통일단결된 결집과 교육과 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 그러므로 이해관계 당사자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전국적 결의대회 등으로 인수합병을 저지시켜나가는 투쟁을 상승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도 전국 투쟁으로 만들기 위하여 거제에서 출발하여 부산, 대구 등의 영남권에서 출발하여 충청권, 전라권을 거쳐 수도권에서 집결시키는 투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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