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88호 10-1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폐기되어야

박기학 ㅣ ㅣ평화통일연구소 소장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폐기되어야

-12차 방위비분담 협정 체결 협상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하 11차 협정)은 2025년에 종료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한 협정 곧 12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하 12차 협정) 체결협상이 올(2024년) 4월부터 시작되어 9월 현재 8차례 열렸다. 그러나 12차 협정 체결 협상은 애초에 잘못된 것으로 시작되지 말아야 하였다. 그 이유를 살펴본다.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산물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원래 국제법적으로 어느 나라가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는 경우 그 군대의 경비는 파견국(주둔군)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미SOFA도 이 원칙에 입각해 있다. 한미SOFA(주둔군지위협정) 제5조는 시설과 구역을 제외하고 모든 주한미군의 유지비는 미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이런 한미소파규정을 잠정적,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주한미군의 경비(운영유지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토록 한 특별협정이다. 이 점에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파견국이 주둔군의 경비를 부담하는 국제법적 원칙을 어긴 것이다.

필리핀, 싱가포르, 터키, 노르웨이,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미국과 동맹을 맺고 미군이 주둔하는 많은 미 동맹국들이 있지만 이들 나라의 경우 미군주둔비는 다 미국이 부담한다. 한국처럼 미군주둔비를 주둔국이 부담하는 미 동맹국은 한국 이외에 일본이 유일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또 사정이 다르다. 일본의 방위비분담금은 패전국으로서 미군의 점령 통치하에서 시행됐던 점령비의 유산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국방어에 대한 비용을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분담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런 명분도 사실은 거짓 명분이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1991년에 시작되었다. 이 협정은 그 뒤 몇 년 단위로 갱신되어 현재(2024년)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하 11차 협정으로 줄임)이 시행중이다. 그러나 지금은 물론이고 1991년 당시에도 남한은 북한에 대해서 (재래식)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누리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해서도 충분한 독자적 방어력을 갖고 있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5위의 군사대국이다.(서울경제, 2024.1.19.) 한국의 국방비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SIPRI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세계 9위다. 이처럼 한국은 독자적인 방어력을 갖추고 있으며 오히려 자신의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민생과 복지에 큰 장애가 되고 있으며 북한은 물론이고 주변국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야기한다. 주한미군이 한국방어를 책임진다거나 돕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주한미군은 어디까지나 미국 자신의 안보적 이익(중국견제, 북한 및 중국으로부터의 미 본토와 일본 방위,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통제, 미 본토 주둔과 비교한 미군 경비의 절약 등)을 위해 주둔하는 것이다.

부자나라 한국이 무임승차 하고 있다거나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주고 있으며 방위비분담금은 그 대가라고 말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말 또 이에 동조하는 한국의 보수세력이나 언론 등의 사고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한미소파에 따른 주한미군 경비의 미국 부담 의무와 책임을 정지시키고 한국방어 목적이 아닌 미국 자신의 안보적 이익을 위해서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경비를 한국이 일부 부담한다는 점에서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미국에 주는 은전이고 특혜다. 한국이 이런 은전이나 특혜를 줘야할 이유가 없다.

국민을 속이고 미국에 최대의 이익을 안겨준 11차 협정이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12차 협정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은 “공평하고 공정한 결과를 추구한다”라든가 “방위비분담은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라고 하는 등 한국에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압박하였다. 실제 미국은 협상이 시작되자 12차 협정 첫해인 2026년도 방위비분담금 13.9% 이상 인상과 이후 연도(5년간 유효기간의 협정을 채택한다고 가정 시 2027∼2030)의 연간 인상률의 국방비 증가율 연동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12차 협정의 인상률이 전 협정(11차 협정)의 인상률 13.9%를 기준으로 그보다 더 인상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11차 협정에서 인상률이 13.9%로 정해진 것은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속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11차 협정(사실상의 시작연도 2021년)의 인상률 13.9%는 전년도(2020)국방비증가율 7.4%에다가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의 최저배정비율(한국 부담 비율) 증액(75%에서 85%로 확대)에 필요한 방위비분담금 인상요인 6.5%를 더해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7.4% 인상요인은 통상적으로 적용해 오던 전년도 물가상승률(2020년 0.5%) 대신 새로운 기준으로 국방비증가율을 적용한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 마치 국력에 걸맞은 부담인 듯이 주장했지만, 국방비 증가율과 국력을 연결시킨 것은 억지논리이다. 11차 협정 협상 당시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거의 동결수준(2019년 0.4%, 22020년 0.5%)이었으며 반면 국방비 증가율은 2019년 8.2%, 2020년 7.0%로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등 수준이었다. 방위비분담 인상률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왔던 관례를 어기고 폭등 수준의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한 것은 오로지 미국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의도였다.

문재인 정권은 국방비 증가율로 기준을 바꾼 것에 머물지 않고 거기에 추가하여 6.5%를 더 보장해주었다. 그런데 이 6.5% 역시 실제 인상요인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다. 2019년의 실제 인건비의 한국 배정비율은 89%였고 한국인 노동자 수도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최저배정비율을 85%로 올린다고 해도 방위비분담금의 인상은 전혀 불필요하였다. 13.9% 인상률 중 6.5%는 국민을 속인 거짓 근거였던 것이다. 즉 13.9%는 미국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국민을 속인 것이므로 이를 다시금 12차 협정 인상률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을 재차 속이는 결과가 된다.

한편 11차 협정 이전까지 역대 한국 정부는 다년도 협정일 경우 연간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킨 적은 있지만,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킨 전례가 없다. 일본의 경우 다년간 방위비분담협정을 체결하더라도 협정 첫해의 방위비분담금이 정해지면 이것이 이후 연도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물가상승률 등과 연계된 자동인상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11차 협정 기간 연간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증가율과 연동하기로 한 것 역시 미국 퍼주기에 다름 아니다.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압박하는 미국에 굴종적 자세로 일관한 윤석열 정권

12차 협상 시작 때부터 방위비분담금의 13.9% 이상 인상과 연간 인상률의 국방비 증가율 연동을 요구한 미국은 이런 입장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권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언론보도로 보면 “한미가 협의를 개시하기 전 정부 내부에선 목표를 전년(2025년) 대비 인상률 3%로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시작”(동아일보, 2024.8.14.)하였으며 연간 인상률 기준은 국방비 증가율이 아닌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자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윤정권이 3% 인상을 내부 목표로 정한 것은 2023년 물가상승률이 3.6%였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 측 협상대표가 7차 협상이 끝난 후 “미국대표단과 한국대표단은 공정하고 공평한 협정으로 가기 위한 좋은 진전을 이뤘다”(연합뉴스 2024.8.29.)고 밝힌 것으로 보면 윤 정권은 처음 3%에서 출발하였지만 미국의 13.9% 요구에 점차 끌려들어가 최소한 두 자리 수(10%) 인상에 합의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압박에 눌려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3% 인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국민을 속이고 미국에게 최대한 이익을 보장해준 11차 협정의 대국민 사기극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총액형의 소요형으로의 전환 요구를 회피하는 윤석열 정권의 대미 굴종적 자세

윤석열 정권의 대미 굴종적 자세는 방위비분담금의 결정방식을 현재의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바꾸는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올(2024년) 7월 외교부와 국방부는 공동으로 ‘소요형’으로의 제도개선 문제를 검토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체제 개선 방안 연구(안)’ 용역을 맡겼다(경향신문, 2024.8.12.). 용역을 맡긴 시점이 12차 협정 협상이 한참 시작된 뒤인 7월이므로 윤 정권이 이번 12차 협정에서 소요형 채택을 포기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미 국회는 10차 방위비분담 협정 비준(2019.4) 부대의견으로 총액형의 소요형으로의 전환을 한미당국에 촉구하였으며 11차 협정 비준동의(2021.8) 때는 부대의견으로 “외교부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소요형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시민사회단체와 국회는 미국이 소요를 결정하고 집행권한도 행사하는 반주권적인 현행 총액형 하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이 과도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집행도 무분별하고 불투명하고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등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자신의 돈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이 ‘갑’이 되는 상황이므로 한국이 소요를 판단하고 결정하며 집행권한도 한국이 행사하는 ‘소요형’으로 바꿀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왔다. 이런 점에서 총액형의 소요형으로의 전환을 12차 협정 협상의 정식 의제로 삼는 것을 포기해버린 윤석열정권의 처사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오만이고 우리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고 소요형에 대해서 극히 거부감을 갖고 있는 미국에 굴종하는 정권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권도 재임기간 소요형으로의 전환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 소극적이었고 11차 협정에 관한 국회 부대의견에서 규정한 연구용역 실시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미 굴종적 자세에서는 윤석열 정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대중국 대결전략 수행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기 위한 미국의 협상 전략

12차 방위비분담 협상과 관련한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의 성명 또는 발언을 보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지역 심지어 세계의 안보의 핵심으로서의 한미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12차 방위비분담협정이 한미동맹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5월 16일 2차 협상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그보다 더 넓은 인도태평양지역, 그 너머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이며 “이번 방위비분담 협정 갱신 협상은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활력을 뒷받침한다”(연합뉴스, 2024.5.16.)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주한 미 대사관의 주장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지역 나아가 세계의 안보에서 한미동맹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논리라 할 수 있다. 6월 12일 3차 협상 후 미국 협상 대표(린다 스펙트)는 “이번 협상은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힘과 한미동맹에 대한 한미 협상대표의 책임을 반영한다”(연합뉴스, 2024.6.12.)는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 또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지역과 세계 안보의 핵심 역할을 내세워 방위비분담의 대폭 증액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이런 논리를 뒤집으면 곧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곧 대중국대결전략의 수행비용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10차와 11차 협정 협상 때도 미국은 미군의 ‘작전지원’(미군전략자산 전개, 미군순환배치, 한미연합연습 등)이나 미군의 ‘준비태세’가 한국의 안보에 기여한다고 하면서 이들 항목 신설을 한국에 강요하였다. 그러나 남중국해나 페르시아만에서의 미군의 작전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한다는 미국의 주장도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작전지원이나 준비태세의 항목 신설 또 미국의 대중대결비용의 한국 분담 강요는 한국방어 목적의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위비분담협정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자 한미SOFA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이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 정비 비용으로 불법 전용될 가능성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인도태평양지역 5개 동맹국(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을 미군장비 정비거점으로 설립하는 이른바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을 시행 중에 있다. 제25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9.24)에서 한미는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에 대한 협력”과 관련하여 “최근 공군 항공정비 분야 유지·보수·정비(MRO) 시범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높이 평가하고, 육군 항공 및 함정 분야로의 협력 확대를 위한 방안들을 지속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양측은 최근 미 해군이 한국 조선소(한화오션)와 체결한 미군 함정 MRO 계약을 환영했다”고 한다. 이런 KIDD 회의 결과는 한국이 이제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육해공군) 무기장비의 정비거점의 하나로 정식 출범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로써 방위비분담금이 해외미군장비 정비비용에 불법적으로 전용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 2014년에서 2019년까지 주일미군이 보유한 F-15 전투기, HH-60 헬리콥터 등을 보수·정비하는 데 최소 1,089억 원(연평균 182억 원)을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하였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 정비는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방위 목적의 주한미군 주둔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을 해외미군장비의 정비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은 방위비분담협정을 위배한 불법이다. 또한, 11차 협정 비준동의안 부대의견(2021.8)에서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 관행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폐지할 것”이라는 국회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해외미군장비 정비거점화는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전용을 막기 위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거부되어야 한다. 외신은 인도태평양지역 미군장비 정비거점 구축이 중국과의 전면전을 상정한 미국의 군사력 증강의 일환이라고 보도하고 있다(Dave DeCamp, 2024.9.4.). 2024년 9월 18일 발표된 미해군의 『항해계획 2024』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대표적인 사양산업에 속한다. 그래서 조선업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이나 후발자본주의국인 한국의 주력업종이다. 미국이 한국을 인도태평양지역 정비거점의 하나로 삼으려는 것은 이미 미 본토의 함정정비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값싼 노동력과 세계적 규모의 선박건조능력을 이용함으로써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고 선박건조능력에서도 대중국 열세를 만회하여 해군력에서 대중국 군사적 우위를 누리려는 것이다. 즉 미국이 한국 등을 정비거점화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해군력의 우위를 확보하고자 동맹국 한국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한국의 산업을 종속화시키는 정책이다. 이 점에서도 미국방부의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과 MRO 구상에의 한국의 참여는 용인 되어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수행은 불법

오산 기지 U2 정찰기가 대만해협을 정찰해 온 데 이어 2023년 말에는 오산 기지 주한미공군 F-16 전투기가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 공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고 군산 기지 주한미공군 F-16 전투기도 2024년 초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주일미공군과 훈련을 진행하는 등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외작전은 궤도에 올라 있다. 주한미군의 임무가 본격적으로 한국방어로부터 미 태평양사령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수행하는 임무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한국방어 목적의 주한미군 경비를 분담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그 취지를 이제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방위비분담금이 미국 본토 방어가 주임무인 성주 사드기지 공사비와 해외미군 장비 정비비에도 불법 사용되는 등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본래 취지를 미국 스스로 부정해왔다. 이제 주한미군의 성격과 임무가 대북방어가 아닌 대중임무 수행으로 사실상 바뀐 상황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의 경비를 지원해야 할 이유도 법적인 근거도 없다.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분담이라는 정부 주장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정부의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분담’이라는 주장에는 ‘방위비분담금을 주지 않으면 미군이 철수한다’는 ‘동맹에 의한 방기’ 프레임이 반영되어 있다. 이런 정부의 입장은 바이든 정권이 방위비분담금을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라고 주장하고 트럼프 진영이 ‘부자나라인 한국이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주한미군이 미국 자신이 아닌 한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며, 방위비분담금은 그 당연한 대가로 여기는 미국 중심적 사고를 반영한다. 그러나 늦어도 1957년 도쿄의 미극동군사령부가 해체되고 대신 미 태평양지구사령부가 하와이에 창설되고 그 예하로 주한미군사령부가 창설된 이후부터 미군의 한국주둔은 중국 봉쇄 등 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전략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냉전이 종식단계에 들어선 1989년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국방부에 요구하는 넌워너 수정안을 의결하였으며 그에 따라 미국방부는 1991년 동아시아전략구상을 발표하였다. 이 구상은 지역적 위협(극동러시아와 북한)을 내세워 주한미군의 주둔을 영구화하는 한편 주한미군을 지상군 중심에서 기동성 있는 해공군 위주로 재편하여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패권적 지배를 계속하고자 하였다. 2006년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합의를 통해서 한국군이 한국방위를 책임지되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 등 동북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를 수행하는 아태기동군으로서의 역할을 설정하였다. 지금은 오산의 주한미군 정찰기가 대만해협을 감시하고, 오산과 군산의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오키나와와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각각 주일미군, 싱가포르 공군과 훈련을 진행하는 등 주한미군은 본격적으로 한국 방어로부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수행하는 임무를 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방위비분담금을 마치 주한미군이 한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데 따른 당연한 대가인 듯이 여기는 미국의 사고나 그에 동조하는 정부의 입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한국이 은전을 베푸는 것이 바로 방위비분담금이다. 한국은 미국 자신의 국익을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주둔경비를 분담해야 할 이유도 없고 방위비분담금 때문에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주한미군의 성격과 임무가 대중 견제로 전면화된 만큼 한국 방어 목적의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이 일부 분담하는 방위비분담협정은 더 이상 존속할 명분을 상실했다. 그렇지 않아도 방위비분담금이 미 본토 방어가 주 임무인 성주 사드기지 공사비와 해외미군 장비 정비에도 불법 사용되는 등 방위비분담협정의 본래 취지를 미국 스스로 부정해왔다. 방위비분담협정이 미국의 대중 및 대러 패권전략 수행비용 충당을 위한 통로로 된 이상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도 방위비분담협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국가재정의 족쇄가 된 주한미군 지원비

미 국무부는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의 90% 이상이 한국 국내경제에서 사용된다”면서 방위비분담금이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연합뉴스, 2024.4.5.)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에 투자해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미국 자신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경비를 한국에 떠넘기는 방위비분담금의 본질을 가림으로써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관철하려는 술수다. 연간 1.4조 원이 넘는 방위비분담금은 국가재정을 축내고 불필요하게 국방예산을 늘림으로써 민생과 복지를 압박하는 큰 요인이다.

더구나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주한미군에 대해서 직접적 및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이 연간 약 2.3조 원에 이른다(국방백서 2022).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최소 3조~4조 원)이 미국 자신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인건비를 포함한 총 주둔경비(2024년 40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한미군 경비의 일부를 부담한다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이미 취지를 벗어나 우리 국민에게 재정적 족쇄가 됐음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한미소파협정을 어긴 초법적인 조치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덧붙이자면 북한의 핵문제는 군사적 방법으로는 풀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서,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보장할 때만이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북한을 겨냥한 확장핵억제(대북 핵공격위협)를 폐기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보장하고 대신 북한 또한,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한 핵억제 정책이나 선제핵공격 교리를 포기해야 한다.

노동전선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이전 글

[전선] 187호 9-5 윤석열 정권 퇴진을 말하는 이유

다음 글

[성명] “엎지른 자 서울교육청은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아라” -A 중학교 지혜복 교사의 부당해고를 규탄하며-

댓글을 입력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