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64호 4-9 무사히 귀환하라!

정진석 ㅣ 평화 활동가

무사히 귀환하라!
<세월호 10년, 한국 옵티칼 고공농성 100일>

옵티칼 문화제가 진실과 헤아림과 연대와 존엄으로 풍요로웠다.

김진숙 노동자의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세심한 공감의 말, 그리고 자신의 삶 자체로 그들을 지지하는 힘은 정말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로 고공의 세상을 사는 두 노동자의 힘이 되었다.

고공의 두 노동자는 자신을 대변해 주는 것을 느꼈고, 큰 힘을 받는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세월호 투쟁의 한 증인으로 이루치아와 나는 발언과 노래로 우리의 마지막 투쟁, 우리에겐 실패로 남은 투쟁의 마지막 순간을 증언했다.

늘 무언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우리…

하지만 우리는 그 모습 그대로 존엄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다.

현역 국회의원도 연대의 발언을 했다.

진보, 노동자의 권리에 주목하는 정당으로서 이번 총선에서 겪은 아픔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정치인들도 그런가보다.

승리를 바라보며, 아니 손에 쥐고 투쟁하는 노동자 앞에선 우리처럼 부족함을 느끼는 숙명같은 것이 있나보다.

나는 총선에서 무력감을 느낀 사람으로서 그분의 아픔과 공명하는 어떤 부분이 있었다.

그분도 그분의 숙명 속에서 이 존엄한 투쟁이 풍요로이 내어주는 존엄으로 위로받고 다시 자신의 길을 승리의 길로 만들길 진심으로 바랬다.

승리한 자로서 이 노동자들과 만나길…

아직은 거리가 있는…

어쩌면 나처럼 거리가 있는…

그런 길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어쩌면 오로지 “함께함”만으로만 함께 누릴 수 있는 승리의 길이고 더 외로울 수도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된다.

하지만 이 승리의 확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노동자를 위한, 혹은 노동자의 정치란 지금의 정치무대에서는 길을 발견할 수 없을지도…

정치의 공간은 이 현실을 잠재우는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리가 없는가?

아니다.

여기 노동자의 승리가 있다.

지금 이미.

이 보물을 품고 이 승리를 품고 정치 무대에 서는 노동자의 정치를 보고싶다.

그에게 이 문화제가 영감이 되었길…

진심으로 이 자리에 연대의 마음, 존중의 마음을 품고 왔을,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바랐으나 현역의원 0의 쓰라림을 맛본’ 이 정당 정치인이 이 문화제에서 “승리”라는 선물을 받아 안고 이 자리를 떠났길.

이 지역 시민들의 오카리나 공연,

따뜻한 마음과 위로를 전하는 지역 시민의 모습이 이 자리에서 특별한 위로와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문화제는 하나의 “세상”일 수 있었다.

고공 농성 노동자의 화답이 있었다.

그들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하나”임을 확인했다.

이 하나됨은 어떤 결핍의 표현이 아니었다.

결핍의 조건 속에서 마음껏 누리는 풍요였다.

우리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그대로 자산이 되는 그런 풍요.

그 중심에 스스로 존엄한 노동자, 승리하는 노동자가 있었다.

나도 있었고, 이루치아도 있었고, 김진숙 노동자도 있었고, 오카리나 부는 시민들도 있었고, 금속노조가 있었고, 정말 찐한 이웃이 되어준 아사히, KEC 노동자들이 있었고, 멀리 강원도에서 온 기운 좋은 교육노동자가 있었고, 민주노총에서 자진 파견된 ‘정년이 얼마남지 않은'(^^) 간부가 있었고…

그리고…

박경화 밴드가 있었다.

이 문화제를 찢어준(^^) 박경화 밴드!

마지막에 옵티칼 노동자가 무대에 서고 모두가 함께 부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라는 노래.

세상의 주인은 우리, 살아가고 투쟁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모든 진실의 중심이다.

진실은 투쟁 중에 있기에 아직은 침몰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세상의 지배자들과 함께 이미 침몰했다.

세월호와 함께 사라진 진실과 함께…

하지만 아직도 진실의 싹들은 자란다.

투쟁하고 승리하는 이들 속에서.

노동자의, 인간의 존엄이 외쳐지고 지지받고, 영감을 퍼뜨리는 현장 곳곳에서.

2024년 4월 16일, 옵티칼 문화제에 참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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