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과 광장> 8호를 읽고
강은수 – 현장과광장 구독자
현장과 광장 8호의 제목이 파시즘과 통일전선이다. 당면한 시기규정, 정세규정을 예상하게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역량을 어떻게 구축, 강화, 발전시켜야 하는지 절실함이 느껴졌다. 제목과 함께 표지를 장식한 홍성국 화가의 <응시>라는 제목의 그림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 장의 그림, 한 컷의 사진이 때론 말과 글 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색을 추동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8호에 실린 <응시> 같은 표지 그림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분단과 독점자본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운동에서 세(勢)의 정황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선차적 과제이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작업을 정세분석이라고 부른다. 거칠게 표현하여 적(敵)과 아(我)의 정황과 역량에 대한 분석을 정세분석이라고 했을 때, 계급적이고 주체적인 관점은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세일 것이다. 표지에 실린 <응시>의 그림이 그런 관점으로 이 책을 읽을 것을 주문하듯이 느껴졌다.
이와 같은 표지 제목과 그림을 앞세운 <현장과 광장> 8호가 2023년 5월 1일. 133주년 노동절에 발간되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했다. 제국주의 세계질서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그 속에서 한국사회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으며, 변혁과 통일 투쟁을 전개하는 노동계급은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를 역사적 의미와 함께 되새기라는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자를 읽는 과정에서 학생운동 시절 평생을 변혁 운동과 통일 운동에 복무하면서 장기간 옥고를 치루신 노(老)혁명가로부터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담담하게 이어가는 강연이었으나 강렬한 대목이 하나 있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운동하는 사람은 공부를 많이 하려고 애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배신하고 변절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부가 있지만 <철학>과 <역사> 두 기둥은 반드시 부여잡고 공부해야 한다.”
“운동가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 <조직>과 <선전> 양 기둥이 튼튼하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현장과 광장> 8호를 읽으면서 학창시절 들었던 강연내용의 일부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글의 배치와 내용에서 과거 노혁명가께서 신신당부하던 그 강렬한 강의 내용의 맥락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모든 글은 파편적이고 독립적인 내용과 주제로 목차에 따라 배치되어 있지만 일관되고 통일적인 흐름을 찾고자 노력하며 읽었다. 목차에 실린 모든 글들에 대한 소감을 언급하고 싶지만, 글이 산만해질 것이 두렵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후기가 될 것 같아 애써 억누르려 한다. 대신, 책자 제목에 명기된 바, 파시즘과 통일전선을 중심으로 <현장과 광장> 8호에 실린 글들을 종합하여 느낀 점을 서술할까 한다.
분명한 사실은 현 윤석열 정부의 통치방식은 파쇼적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진압과정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건설노조와 노동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까지 포함하여), 노동을 배제한 일방적인 노동시간과 임금제도 개편 시도, 공안기구들의 민간인에 대한 정보활동 합법화 시도, 집회와 결사의 자유 침해(야간집회 금지 통보), 민주노총, 진보당, 전농 등에 대한 공안기구들의 침탈, 주한미군 주둔 속에 미,일,한 동맹 구축 시도, 전쟁위기 고조,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 강화,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며 전개되는 공안탄압, 의회민주주의조차 제쳐둔 시행령 정치와 여당 장악 과정, 인사 선임 과정 등을 보면 그 파쑈적 행태가 드러나 보인다. 이 부분은 책자에 기고한 모든 분들도 전제하고 있는 부분이라 보인다.
책자를 읽고 느낀 소감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사회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 사회성격을 규정하고, 철학을 바탕으로 관점의 칼날을 벼리고, 이론적 전략전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이를 <현장과 광장> 8호에 실린 글의 목차순으로 서술하면 <역사>에 실린 ‘식민주의로 점철된 미,일,한 동맹사’를 바탕으로 현 사회의 성격을 규정하고, <철학>에 실린 ‘평등과 풍요의 변증법’을 바탕으로 우리 관점의 칼날을 벼리고, <특집-파시즘>에 담겨 있는 승리의 전략전술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 후기의 제목과 같이 ‘예속적 파쇼통치를 노동자의 단결로 끝장내고, 평등과 풍요의 새사회 건설로 달려가자’로 요약 할 수 있겠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철저히 예속적이다.
이는 모두 미국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지배패권 전략에서 기인한다.
식민지 조선은 제국주의 미,일 간의 가쓰라-테프트 밀약에 의해 그 역사적 출발이 있으며, 패망한 일제를 다시 부활시켜 한국을 일제 하부에 다시 넣고자 하는 미,일,한 동맹 추진의 기원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부터 나온다.
한국은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철저히 미제국주의에 예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가 되었던, 파쇼가 되었던, 그 바탕에는 미제국주의에 대한 한국의 예속성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중국과 러시아를 경제 교류에서 배제, 일본의 방사능핵오염수 방류를 방관, 일본의 하위 군사적 파트너로 밀어넣는 과정 등은 남함의 미제국주의와의 역사적 관계를 설명하지 않고서는 해명이 되지 않는다. 결국, 예속적 파쇼체제를 본질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한국사회의 성격이 아닌가 한다. 변혁세력을 언제든지 거세할 수 있고, 친미, 반북-반공 의식을 지속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체계와 군사적 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은 예속적 파쇼체제의 일관성을 이루는 두 축이다. 이 축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국주의 미국과 한국의 독점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수위조절이 가능한 파쇼 행태의 전술적 변환은 옵션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파쇼통치의 노골화 역시도 이런 역사적으로 형성된 한국사회의 성격을 반영하여 규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즉, 윤석열 정권의 지배방식을 예속적 파쇼통치 행위라 규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의 정세는 어떠한가. 사실 사회주의가 모두 무너진 것도 아니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한 세대 가량 더욱 거세게 몰아친 자본의 탄압공세와 반공이데올로기를 극복하며 제국주의 미국의 일극지배질서에 균열을 내는 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었다, 지금은 북, 중, 러를 비롯 브릭스 블록과 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자주성을 지키고, 호혜, 평등의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도도한 흐름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미,일,한 동맹 구축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감춰진 속살은 제국주의 미국의 몰락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예속시스템의 민낯과 취약한 고리를 드러내는 과정이자 결과물일 뿐이라 생각한다. 전세계 변혁역량의 최전선이 우리가 생활하며 투쟁하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형성되는 것은 필연이라 생각한다.
분단과 자본을 극복하기 위한 통일전선을 노동자계급이 중심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구축하고 어떻게 행동의 통일을 보장 할 것인지 논의와 실천이 절실해 보인다.
미제국주의의 위기, 그리고 이와 연동된 한국 독점자본의 위기, 그리고 변혁역량의 약화 속에서 표출되는 파쇼적 통치행위를 혁파하고, 오늘날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 하기 위해 홍승용 소장의 ‘평등과 풍요의 변증법’ 기고글에서 제시하는 발상의 전환에 공감한다. 기고글은 고정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비판적이고 혁명적 사유방법을 본질로 하는 변증법을 무기로 삼으라고 주문한다. 자본이 조성해 놓은 모든 이데올로기, 명제에 대해 날선 비판과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결국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은 갇힐 것이며, 자본에 잠식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점자본과 천박한 정치권력이 조성한 정치, 사회적 문화는 사회구성원 모두를 파편화시키고, 스스로와 서로를 경쟁, 갈등의 구조로 가둬두었다. 계급적 갈등에 분노하기 보다 노동계급간 또는 개별간의 차이와 차별이 더 크게 부각되어 보이고, 이에 더 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이 조성해 놓은 사회적 문화다. 그래서 결국 믿을 것은 조직된 노동자 계급이다.
비판적이고 혁명적인 변증법적 관점으로 사유하며 자본이 조성해 놓은 모든 공리공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이것이 조직문화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예속적 파쇼통치 행위에 담긴 제국주의 세력과 독점자본의 위기가 곧 우리 노동계급과 전체 민중들의 투쟁역량 강화의 다시없는 기회임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는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역사와 철학을 무기로 구체적 현실을 분석하고, 노동계급의 단결과 행동 통일을 실현하며, 광범위한 민중을 묶어세우는 것은 현 정세가 부여한 절박한 과제라 느낀 <현장과 광장> 8호였다. 예속적 파쇼통치를 노동자의 단결로 끝장내고 평등과 풍요로운 새 사회를 건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