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22호 <외부기고> 2호 사회주의, 혁명정당,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의 당면 과제

※ <편집자 주> 이 글은 필자에게 『현장과 광장』 2호 독자 후기를 요청한데 대한 답글이다. 노동운동내에 조합주의와 경제주의가 횡횡하는 데 필자는 한 발 더 나아가자며 개괄적이고 전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쟁점에 대하여 노동전선 뿐만 아니라 변혁운동 내부에서 향후 토론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노제혁 l 자유기고가

1.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사회변혁노동자당에서 합법적 사회주의 정당 건설 운동을 진행하는 등 최근 사회주의 공론화,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각 단체에서 주장하는 사회주의가 국유화 등 사회주의적 정책 중심으로 사회주의를 주장하거나, 명확하게 사회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진행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공산당 선언’에서 맑스와 엥겔스가 여러 부류의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했는데, 그 당시에 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것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건설될 것인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었고, 사회주의자들은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혁명을 통해 사회주의의 구체적인 건설 경로를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 대중 투쟁속에서 ‘소비에트(평의회)’라는 것이 건설이 되고, 그것이 국가 권력을 잡아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 정확하게 인식이 되지 않았던 당과 계급의 관계, 즉 정치 사상의 결사체로서 혁명정당과 투쟁속에서 건설되는 대중조직인 소비에트의 관계가 인식되었던 것이다.

사회주의의 출발점은 바로 ‘노동자 권력’의 획득이다. 자본주의 속에서 자본가와 타협을 위한 조직인 노동조합이 아닌, 공장 전체 구성원으로 구성되어 공장의 모든 권한을 지닌 노동자평의회, 그리고 혁명 과정속에서 새롭게 출현한 지역 사회를 운영하는 지역 소비에트 등 새로운 사회를 운영하는 새로운 권력기관으로서 ‘소비에트’의 출현을 인식했던 레닌은 4월 테제를 발표하며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이양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 대중의 민주주의적 권력 기구인 소비에트가 국가 권력을 장악했다고 선포한 1917년 10월, 바로 그 순간부터 러시아에서의 ‘사회주의 국가’는 시작된 것이다.

국유화, 계획경제, 주택, 의료, 교육 정책 등 여러 가지 ‘사회주의적’ 정책이 있지만 그러한 정책의 시행 여부가 사회주의 국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사회주의적’ 정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하거나, 일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다. 사적소유의 완전한 철폐, 무질서한 시장경제가 아닌 계획경제 실현 등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계로서의 ‘사회주의’의 출발점은 기존의 계급모순이 은폐된 지역 중심의 의회가 아닌, 생산현장을 기반으로 한 노동자 대중의 민주주의 기구인 ‘소비에트’의 권력 장악이다. ‘소비에트’는 생산자인 노동자, 민중의 직접 민주주의의 기구이며, 그렇기에 자본주의에서 실현할 수 없었던 제반의 노동자 정책 뿐만 아니라 주택, 의료, 교육 등 모든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위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2. 전위 조직의 역할, 혁명 정당의 역할

혁명정당과 노동자 대중 투쟁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해 1917년 이전에는 레닌 조차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레닌은 1917년 ‘4월 테제’를 통해 노동자 투쟁속에서 건설된 대중기구인 ‘소비에트’가 권력을 잡을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은 볼세비키 내에서도 많은 혼란과 반대를 가져왔지만, 결국 다수의 지지를 얻게 되었고, 사회주의 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다. 대중투쟁 속에서 건설된 생산현장, 지역 기반의 노동자 민주주의 권력기구인 ‘소비에트’와 정치 사상적 전위조직인 ‘혁명정당’이 하나가 되었을 때, 즉 소비에트에서 혁명정당의 지지자가 다수가 되었을 때 비로소 혁명은 성공할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혁명정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볼세비키를 비롯한 사회주의 정당들은 노동자 대중속에서, 그리고 노동자 대중의 민주주의적 권력기구인 소비에트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제안하고, 검증받는 역할을 한 것이다. 결코 볼세비키당은 소비에트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었으며, 소비에트 위에 군림할 수가 없었다.

흔히들 ‘혁명 정당의 건설없이 혁명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혁명정당의 역할은 노동자 대중에게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을 알리고, 투쟁속에서 조직화, 의식화를 진행하여, 투쟁속에서 건설된 대중 권력 기구인 소비에트의 지지를 획득하여 마침내 혁명을 성공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조직이, 어떤 사회주의 정당이 진정한 ‘혁명정당’이 될수 있는지는 오직 혁명 이후의 역사속에서 확인될수 있다. 현재도 우리 주변에는 노동당, 변혁당, 노해투 등 여러 사회주의 정치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 투쟁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내용과 방향에 대해 알리면서, 노동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이다. 어떤 혁명 정당이 주도하여, 어떻게 혁명에 성공할지는 오직 역사속에서 검증될 것이며, 이것은 대표적으로 러시아혁명과 그 속에서 노동자투쟁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던 볼세비키과 멘세비키의 평가에서 알 수 있다.

또한 혁명의 과정, 그리고 혁명 이후에도 여러 사회주의 정당들이 존재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불균등하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투쟁속에서 노동자들은 사회주의적 의식이 발전하는데, 각각의 노동자 대중의 정치의식은 각각의 정치, 경제적 조건속에서 서로 다르게 불균등하게 발전하며, 그렇기에 ‘민주주의적 형식과 절차’를 통한 의견 수렴과 행동의 통일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이유로 다양한 노동자 대중의 불균등한 정치의식을 반영하는 다양한 조직과 정당이 발생하게 된다.

혁명정당의 역할은 ‘독재’의 방식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형식과 절차’를 통해, 불균등한 노동자 정치의식에 기반한 다양한 사회주의 정당과의 ‘경쟁’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전략, 전술을 검증받는 것이다. 그리고 혁명의 성공 이후에도 그러한 민주주의적 형식과 절차를 통해 지속적인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향한 발전을 진행하는 것이다.

노동자 대중의 불균등한 정치의식은 본질적으로 불균등한 경제 사회적 토대에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사회주의 국가는 이러한 불균등한 정치의식이 통일될 수 있도록 균등한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불균등한 정치의식은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사회로 나아갈 때까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 사회로 나아갈수록 사회주의 정당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정당은 소멸하고 계획 경제를 실현하는 생산, 분배 시스템으로의 ‘소비에트’만 남게 될 것이다.

3. 현 시기, 사회주의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코로나19로 촉발된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 비정규직 투쟁, 노조법 2조 개정 투쟁, 공공부문 투쟁 등 너무나 필요하고 절실한 투쟁인데, 왜 대중들은 투쟁에 선뜻 못 나서고 있는 것일까? 노조 관료화, 대기업 조직 노동자들의 전투성 상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력 약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선진 활동가들의 투쟁의 방향에 대한 부재도 있을 것이다.

친자본, 반노동 정책을 심화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그러나 그러한 문재인 정부가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투쟁할 것인가? 코로나19로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속에서, 노동자 뿐만 아니라 회사도 위기이고, 한국도 위기인 상황에서 어떤 투쟁을 조직할수 있을 것인가? 망해가는 회사 사장을 상대로한 투쟁을 촉구했을 때 노동자들은 과연 투쟁에 나설수 있는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사회의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광범위하게 알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사회주의적 선전, 선동이다. 자본주의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대자본만 살리고, 중소기업은 망해가며, 노동자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꿔야한다는 것, 개별 자본의 무분별한 경쟁체제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착취와 생산시스템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경제를 도입해야한다는 것, 자본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주주가 회사의 모든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닌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노동자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회사의 모든 권한을 가져야한다는 것, 그 외 제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권 보장, 민주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노동자권력을 수립하는 것임을 알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대안없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바로 그 대안은 노동자 권력과 진정한 사회주의임을 알려내는 것이다.

다수의 사회주의자들은 가장 전투적이고 선진적인 활동가 들이 모여있는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개량화, 관료화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위기속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환상에 젖어 있는 많은 민주노총 조합원이며, 그들에게 투쟁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선진 활동가들이다.

촛불 혁명 이후 불과 3년만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8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성장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신규 조합원들이 ‘한국노총’을 선택하지 않고 ‘민주노총’을 선택한 것은 ‘민주노총’이 바로 자신들의 요구를 해결할수 있는 대중 투쟁기구라는 믿음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3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 대중은 고통속에서 자신들의 지도부가 올바른 대안과 투쟁을 조직하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많은 선진 활동가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에서 못 벗어나거나 또는 문재인 정부 이후의 대안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투쟁을 조직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 필요한 것은 광범위한 선진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사회주의적 선전, 선동일 것이다. 그것을 통해 노동자 투쟁기구인 민주노총이 혁명적 사회주의적 의식으로 무장하도록 조직하고, 전체 변혁 운동의 중심에서 전국적 투쟁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반기 민주노총 선거에서 사회주의 후보 출마를 제안한다.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노력과 함께 대안의 부재로 고민하는 선진 활동가들과 노동자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사회주의적 전망을 알려내는 활동을 진행해야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사회주의 후보가 출마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주의혁명이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 6개월 전만 해도 1600만 노동자 민중의 박근혜 퇴진 투쟁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계속 심화되고 있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언제 어떻게 거대한 횃불로 일어날지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자! 노동자 권력, 사회주의 국가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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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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