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ㅣ 성주 소성리 지킴이
박정혜 님이 이 뜨거운 날 더 뜨거운 고공, 피할 수 없는 더위에 몸을 맡기고 자리를 지킨다.
인간의 한계를 오롯이 대면하는 현실을 매 순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여기를 찾는다고 이 절박함에 무슨 이득이 있을까마는 함께하는 이들이 없다면 인간의 한계에 더불어 공동체적, 집단적 좌절에
의한 절망이 한계에 직면한 한 인간의 취약함을 파고들어 영혼마저 잠식할 것이다.
연대해 온 한 예술인, 통성명은 했지만 이름은 자꾸 까먹는다.
그분은 에어컨이 작동되는 노조 사무실을 마다하고 이곳에 자리잡았고 아침 저녁 노래를 불러주며 고공의 동지의 영혼에 밥을
먹이고자 한다.
그와 같은 “함께 함”, 누구도 그 실효를 문제삼을 수 없는 존재적 연대.
그것은 진정한 “굿판”을 이해하는 예술가의 몫이다.
같은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으며 동질의 언어, 동질의 음을 뽑아내려는 예술가의 존재적 연대.
내 마음 안에 큰 울림을 자아낸다.
이런 저런 핑계 속에 안락함을 고수하는 “고공을 아는 이”, 바로 나의 위선을 들춰낸다.
잠시 머물며 그분의 행위가 지닌 울림을 받아안아본다.
그리고 나는 또 내 할 일을 따라 나선다.
이들의 일과 다르나 이어진 나의 일…
내 자리의 일…
이 자리를 마음 속에 사진찍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곳을 뜬다.
연대를 남기고 몸을 옮긴다.
2025.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