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재 ㅣ 전교조
LG 트윈타워에서 청소 일을 하는 노동자들 80여명이 2021년 새해가 밝기 하루 전 12월 31일 집단해고됐다. 이유는 빌딩 입주자들의 불만족 때문이란다. 거짓말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거의 10여 년 동안 LG 트윈타워에서 최저임금이 뭔지도 모르고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조건을 탓하지 않고 묵묵하게 청소를 해 오던 분들이다. 빌딩 입주자들로서는 불만족이 아니라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도 남을 분들임이 분명하다. 이런 내막을 모르는 빌딩 입주자들은 늘 반짝반짝 빛나는 빌딩 구석구석을 보면서 비싼 빌딩 관리비를 군말 없이 부담했을 터이다. 그런데, 빌딩 입주자들의 불만족 때문이라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 셈이다.
진짜 숨은 이유는 이 분들이 2년쯤 전인 2019년 3월 노동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동안 LG 재벌이 떼먹었던 잔업, 특근수당을 알게 된 것이다. LG 트윈타워 빌딩 입주자들에게 비싼 관리비를 받으면서도,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낮은 임금을 주고 그마저도 떼어먹으며 그 차액을 챙겨 오던 LG 재벌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너무 비열하지 않은가? 청소 노동자들이라고 무시하고 겨우 최저임금이 될까 말까 한 임금을 주면서 그마저도 이거 저거 떼먹으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청소노동자들이 따졌더니 해고란다. 해도 해도 너무한 LG 재벌의 만행이다. ‘무노조 삼성’의 악명 뒤에 숨어 온갖 악행을 다한 셈이다.
해고 방식도 비열하기 짝이 없다.
LG 재벌이 LG 재벌의 청소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와의 청소용역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이다. ‘지수아이앤씨’는 LG 재벌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 구훤미 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니, ‘지수아이앤씨’는 말만 다른 회사이지 실상은 LG 재벌인 셈이다. 그런데, LG 재벌이 ‘LG 재벌’ 회사인 ‘지수아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했으니, ‘지수아이앤씨’는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의사가 없어도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발뺌해도 되는가? 이 방식은 바로 원청업체인 재벌 등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기 위해 필요할 때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채용하고, 필요없어지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해고하는 악랄한 방식이다.
요컨대,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해고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원청업체인 LG 재벌이 자신의 일부인 ‘지수아이앤씨’를 하청업체로 가장하여, ‘지수아이앤씨’에 채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을,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해고한 것이다. 청소 노동자들은 형식상 자신을 고용해 온 ‘지수아이앤씨’가 사라지면서, 모두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LG 재벌은 해고하고 싶은 청소 노동자 80여 명을 ‘해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하는’ 기묘한 눈속임을 연출한 것이다.
새로 하청을 맡은 하청업체인 ‘백상기업’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조차도 LG 재벌의 손아귀에 있음이 틀림없다. 최종적 권한은 원청인 LG 재벌에 있기 때문이다. 원청업체에 해고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있는 놈들이 더 한다고 하더니 딱 그 격이다. 한마디로 LG 재벌이 청소 노동자들 푼돈까지 뜯어먹으려다가 제 뜻대로 안되니까 행패를 부린 꼴이다. 청소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저지 투쟁을 방해하기 위해 이틀 동안 물과 전기를 끊고 식사 반입도 막았다니, ‘무노조 삼성’을 뺨치는 LG 재벌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땅히 LG 재벌이 그 동안의 악행을 사죄하고 막무가내 행패를 거두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LG 재벌이 ‘지수’의 원청 업체일 뿐 아니라, 사실상 원청, 하청 모두 LG 재벌 고모에 조카,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이다.
2021년!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조선왕조 시대인가? 신분 차별 시대인가? 인종 차별 시대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삼성 등 재벌을 떡 주무르듯하던 박근혜 국정농단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가?
민주당은 뭐 하는 자들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국민들 모두 마땅히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라고 얼어붙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을 잊었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