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75호 3-3 법꾸라지들의 세상

문재훈 ㅣ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법비(法匪)였다. 독재정권 시절 법으로 도둑 강도를 지칭한 단어다. 민주화가 되면서 법치가 가능해졌다면 민주를 탄압했던 것들이 법을 돈과 권력의 흉기로 휘둘렀다. 법을 사시미 칼로 든 조폭(法暴)이다. 그 절정이 윤석열과 그 무리들이 만든 검찰천국이다. 그리고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법과 연관된 이들이 법을 이용 활용 악용하면서 자기들의 부귀영화의 수단으로 삼았다. 법꾸라지들의 등장이다.

이전에 IMF환란 직후에 갑자기 ‘화의’라는 단어와 판결을 만난 적이 있었다. 회사가 부도나고 망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데 이때 최고의 관심은 우리 노동자에게는 임금채권의 문제와 양도양수 시 임금 채권, 근속 등 노동조건, 노조 승계의 문제이지만 자본에게는 경영권의 유지였다. 이전에는 부도가 났으면 경영권도 포기하는 것이 당연했다. 회사가 망하면 사장도 망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였다. 그런데 기존 자본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화의’라는 법정관리는 오직 기존 경영자들의 기득권만 생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확인하니 이런 법 논리를 발굴하고 동원한 것은 당시 변호업무를 선진 국제화 했다며 등장한, 이후 한국 신자유주의 지배체제의 총아가 된 ‘김앤장’이라는 로펌이다. 이 이름은 이후 모든 노동조합의 파괴나 악덕 기업주의 옹호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돈을 가진 적폐를 옹호하는 곳으로, 법조계의 삼성으로 법비 법꾸라지 시대를 열었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의 석방 쇼는 한국을 특권과 반칙으로 지배해온 법비들의 총궐기라 할 만하다. 그러니 그 장면을 지켜보는 노동자 시민들은 마치 오월 광주 진압군의 총알이 심장을 뚫린 광주 시민군 심정이다. 이게 나라냐? 이게 법이냐? 라는 자괴감이 우주 끝에서 날아온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법의 적용 원칙은 하후상박(下厚上薄)이었다. 높은 놈에겐 엄정하게, 서민들에겐 법에도 인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을 상후하박이다. 똥별 졸병 등은 구속되어 있고 우두머리는 석방되고… 이런 짓은 천리를 거역하고 인도를 파괴하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민주와 인권을 정면으로 ‘테러’하는 격이다. 하지만 저들을 절대 성찰할리 없다. 검찰총창은 그게 무려 ‘신념’이라 하지 않는가? 이번 윤석열에 대한 판검사들의 판결을 보며 한국이 이룬 민주주의의 허망한, 한국사회의 지배 구조를 장악한 무리들의 천박함을 새삼 확인한다. 석방 이후 의기양양한 그를 보라, 아예 내란도 무죄라는 내란의 공범들을 보라. 그들은 확신 범이다. 성찰도 반성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내란 쿠데타의 성패와 상관없이 다시 내란 쿠데타 이후 세상을 꿈꾸고 시도할 것이다. 내란 쿠데타의 중독자들이다. ‘개전의 정’이란 말을 개에게 먹인 이런 확신 범들은 사회와 ‘영구적으로 분리’한다는 생각은 진보도 아닌 아주 보수적인 법 논리다. 

처음 석방이 인권을 보호하는 법 해석이라는 판사의 견해를 들었을 때 작금의 인권을 죽이는 인권위가 재판정에 앉아 있는 줄 알았다.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인권은 누리는 자의 것이 아니라 피해를 당하는 자에 대한 사회적 옹호이자 존중의 단어다. 권리란 이미 강자로서 존재하고 했던 이들의 몫이 아니라 빼앗기고 박탈당했던 약자의 단어라는 말이다. 구태여 판사의 논리가 궁금해서 찾아본다. 날이 아니라 시간으로 따져 시간이 벗어나 고통을 받는 피의자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놀랍다. 이런 정치(精緻)한 인권의식이 한국 재판정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리고 장차 올 위헌 파동이 걱정되어 즉각 항소도 일반항소도 아닌 즉각 석방했다는 검찰청장의 판단까지, 사안만 아니면 감동마자 불러일으킬 기세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적용이 대통령일까? 삼섬 회장 한사람만 사면 복권하던 이명박, 오직 이재용만 상속 사기에 무죄라는 판결까지 왜 법이 사회정의의 힘이 아니라 돈과 권력의 최종 보스들을 보호하는 힘일까?  관행도 아니고 심지어 그동안 검찰의 지론도 아닌 마치 인권변호사의 인권 옹호 법리처럼 동원된 논리로 민주주의를 부정한 우두머리가 석방된다. 오직 윤석열 하나에게만 인권적인 법이라는 한탄이 안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식의 법해석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를 참신하게 놀렸던 수도 이전에 대해 ‘관습도 헌법’이라던 판결이 있었다. 물론 이번의 경우와 모습은 정반대다. 하나는 관행은 법이 아니라는 것이고 하나는 관행도 법이라고 한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두 판결에 공통점이 있다. 돈과 권력을 위한 판결이라는 점이다. 놀랍지도 않은 한국 법의 밑바닥이자 법이 노동자 서민에게는 흉기라는 법비들만 좋은 법꾸라지 천국의 논리다.  

그러니 저 천국의 논리를 인간의 논리로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합 전에 분별을 할 수 있는 사회 역사적 능력을 다시 제고하는 것이다. ‘법치, 안정’이라는 말, 화해 포용이란 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러니 제발 안이하게 대처했던 이들, 다 잡은 개로 보면 권력 이후에 눈 먼 이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죽 쒀 개주는 악순환도 아니고 죽도 못쓰게 하는 것들과 화합 대화 안정이라니, 석방되면서 회심의 미소를 허옇게 짓는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살릴 것을 살리는 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투쟁의 결과가 상속세 등 부자들의 감세라는 썩어문드러진 발상의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석방과 본질에서 한치도 다름 없는 가진자들의 정치다)

윤석열 내각은 내각회의에서 내란을 막지 못했다. 만약 회의 안에서 반대를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결정에 순종하고 동참했다. 똥 별들을 지휘하는 군 출신이지만 민간인 무당, 이른바 금융 3기관장을 모아 쿠데타 이후 비상 정부 활동 자금을 만들려고 했던 현 대통령 대행, 시간을 끌어 법을 틈을 만들고 즉각 항소에 찬성했다는 고검장과 검찰청장, 이미 동원되어 의사당을 막았던 경찰들. 이런 무리들을 민주라는 말에서 단호하게 추방해야 한다. 그게 민주의 순리다.

발본색원(拔本塞源),
이것을 못해 우리는 70년 친일 세력 청산을 입에 달고 사는 부끄러움과, 돈과 권력만 법적 권리가 있다는 법꾸라지 세상이라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다시 이렇게 살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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