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정치·총선 방침 논의에 부쳐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만성적인 경제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AI 등 과학기술이 민중들을 실업과 반실업으로 내몰고 있다. 생산력은 고도로 발전하여 상품은 넘쳐나는데, 도리어 노동자 민중의 삶은 점점 더 힘겨워진다. 한편, 과잉생산에 따른 세계적인 만성적 경제위기는, 자본(제국주의) 간의 극한 경쟁과 대립으로 비생산적인 군비경쟁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생산관계는 고도로 발전한 생산력을 결코 담아낼 수 없다. 자본독재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경제위기ㆍ전쟁위기ㆍ기후위기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윤석열 정권은 거추장스러운 기만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본독재라는 본질적인 민낯을 뻔뻔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 투쟁에 적의를 드러내고 국가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운운하며 해묵은 반북ㆍ반공 프레임을 시도 때도 없이 들고나오는 것도, 미일 제국주의를 ‘자유’의 수호자로 치켜세우며 그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제국주의 자본이 벌이는 포악한 일련의 움직임은 곪을 대로 곪은 자본주의 병폐와 위기의 반영이다. 노동자, 농어민, 도시 빈민, 청년과 노인,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민중의 삶은 점점 고달파지고 있다. 자본도 상품도 넘치는데 노동자 민중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투쟁에 나서면 국가폭력은 광포한 발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찍어누르기 급급하다. 윤석열 정권 퇴진 요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노동자 민중의 열망과 분노 때문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논의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의석 몇 개 얻는 것에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전망을 왜곡시킬 것인가? 자본이 세워놓은 링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싸우면 백전백패다. 노동자 민중적 방식으로 싸워야 자본가 권력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정치세력화의 전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각성을 도모하고 단결을 확대하여 물리적 힘을 구축해 가야 한다. 그 과정이 노동자 민중의 정치 활동이요, 그 결과가 정치세력화다. 정권의 폭압으로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하는 노동자 민중의 억압된 분노를 윤석열 퇴진 투쟁으로 모아 내야 한다. 민주노총이 전 조직적 역량을 가동하여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 전선을 제대로 세우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퇴진운동본부의 지도적 구심을 강화하고 노동자 민중의 결집 된 힘을 조직해야 한다.
1.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자계급은, 근본적인 사회변혁의 주체를 형성하기 위해 투쟁을 통한 정치세력화 경로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직접 정치’, ‘광장정치’의 요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 계획을 제도권 의회 진출에 가두지 말고, 사회변혁과 노동자 국가 건설로 나아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을 토론하고 고민하자.
2. 현재 진행 중인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총선방침 안은, 이른바 ‘진보정당’들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 중앙집행위 회의에서조차 의견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 대중조직으로서 민주노총이, 논의기구가 제출한 세가지 안을 무리하게 상정하면, 필시 단결보다 분열을 초래할 것이므로 반대한다.
3. 민주노총 중집회의와 임시대대에서는, 긴박한 정세를 반영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각성을 도모하고, 단결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ㆍ총선방침을 토론하고, 그러한 방향 아래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고민을 반영하여 단일한 정치_총선방침안 마련을 촉구한다.
2023. 9. 4.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