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시위를 비문명이라고 말한 이에게 )
박현욱 ㅣ 노동자예술단 선언
어떤 문명이 있어 화려한 그 거리엔
높은 빌딩들과 쌩쌩 달리는 차들
그 찬란함 속엔 비밀이 하나 있어
문명을 만든 건 모두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야
날개가 없어 날지를 못하고
아가미가 없어 물을 건너지도 못했던
장애를 가진 이들이 힘을 모아
비행기를 만들고 배를 만들어낸거야
문명이란 인간의 장애해방의 여정
하지만 아직 내겐 그 문명은 장애투성이
어떤 문명이 있어 따뜻한 그 거리엔
온정과 정의가 언제나 넘쳐흐르지
없는 것 하나 없는 풍족한 거리인데
어째서 우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거야
동그란 다리론 다닐 수 없어
방안에만 시설에만 갇혀 살라고 하지
한 걸음 앞의 찬란한 그 문명은
우리에겐 달나라보다 먼 야만일 뿐야.
문명이란 인간의 장애해방의 여정
오늘도 우리는 그 문명을 만들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