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16호 미국의 이란 적대와 대한민국 “용병”의 역사.

안준호(노동전선회원)


1.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미국의 이란적대

1월 21일 문재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청해부대의 작점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파병을 사실상 진행하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이 소비하는 석유가 지나다니는 길목 중 하나이며, 석유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언제든지 봉쇄할 수 있는 국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부르주아적 상식에서 봐도 답이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파병의 원인이 되었던 카셈 솔레이마니 암살 사건만 보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화협상을 위해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주권국가의 장성을 드론으로 암살 테러한 사건이다.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비(比)전시 상황에서 주권국가의 장성을 공격하고도 멀쩡한 나라는 미국뿐이다. 뿐 만 아니라 이라크 국가에서 미국이 마음대로 군사행위를 함으로써 이라크 국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다. 이런 도발로 인해 중동의 평화가 불안정해졌는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에 사실상 부역하고 있다. 시간을 더 돌려보자. 2016년에 체결되었던 핵합의를 트럼프 정권이 일방적으로 파기, 탈퇴하여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졌다. 트럼프 정권은 오바마 정권의 색채를 지우겠다는 명분 하에 미국의 제국주의적 태도를 계속 고수하였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미국에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평화” 운운 하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하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이후 또 한 번 이 나라 청년들을 타국의 전쟁판에 몰아넣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의 원인인 카셈 솔레이마니 암살은 미국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봉쇄하기 위한 책략의 연장선이다.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방지하고, 미국의 중동에 대한 지정학적 패권과 석유시장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 또한 마찬가지다. 본래 이라크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매우 협조적이었으나, 쿠웨이트 문제로 미국과 입장이 갈라지고, 반미적으로 선회하자 중동 패권과 석유 시장의 우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전후 관리에 실패하여 이라크를 무정부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이후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반미 정권인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서 반군을 지원하였으나, 반군 대다수가 ISIS(이슬람 국가)라는 조직으로 흡수되었고, 그들은 서방의 통제를 떠나 중동의 질서가 통제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특히 무주공산이 된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당시 서방이 중동에 직접적으로 움직이지 못하자,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데 앞장섰던 존재들이 나타났다. 바로 쿠르드족과 이란이다. 오바마 시절 미국은 핵합의를 통해 이란과 관계개선을 하였고, 쿠르드족을 러시아와 함께 지원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중동을 다시 안정화시키는 것에 큰 목적을 두었다. 그래서 미국은 잠시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방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ISIS가 영토적 영향력을 잃고 어느 정도 중동이 안정화 되자 미국은 쿠르드족(특히 로자바 혁명 세력)을 토사구팽 하였고, ISIS 토벌에 앞장서고 이란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이바지한 솔레이마니를 제거해버렸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일시적으로 멈춘 적은 있어도 종료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적대정책의 원인은 지정학과 석유시장이라는 두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2. 베트남 전쟁부터 지금까지의 파병사(史)

이러한 미국의 이란 적대 정책과 중동 정책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한국이라는 나라가 해온 파병, 특히 미국의 요청에 의한 파병이 어떠한 성격인지 알 수 있다. 베트남 전쟁부터 지금까지의 파병사(史)에서 한국의 파병은 미국에 대한 종속적인 형태로 나타났으면서도, 그를 통해 나름의 이득을 챙기려고 하였다. 베트남 전쟁은 공산권의 확장을 막기 위해 벌인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던 전쟁이다.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해방되기 위해 호치민을 중심으로 독립투쟁을 벌였고, 프랑스를 베트남에서 축출하였다. 그리고 54년 제네바 회담으로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북베트남과 프랑스에 부역했던 남베트남으로 나뉘어 있었다. 통킹만 조작을 통해 일어나는 베트남 전쟁은 당연히 미국이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것이었고, 한국군은 이 때 “동맹군”으로서 파병하였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후 재건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이라크 전쟁 또한 역시나 미국의 패권 전략과 후세인 정권 제거를 위해 일으킨 조작된 전쟁이었고, 이라크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사망, 학살되었고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이후에도 엄청난 탄압으로 이라크 민중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한국군은 당시 전쟁의 여파가 덜 한 이라크 쿠르드족 지역인 아르빌에 비전투 요원이라고 불린 자이툰부대를 파병하였다. 당시 한국군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규모가 3위였는데 3천 명 정도였다. 당시 한국정부는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비전투 요원들을 파병하며 재건 사업 등으로 이익을 챙기려고 하였다. 물론 쿠르드족이 있던 이라크 북부는 교전이 거의 없던 너무 평화로운 지역이라 실패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쿠르드족 자치정부와 한국 정부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익을 완전히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도 한국 정부는 쿠르드족 자치정부에 난민 구호물품을 전달하였다. 최근 호르무즈 파병의 목적 중에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을 좀 더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 있음을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3.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부역을 막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부역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국주의의 뿌리인 자본주의 체제와 제도에 대한 공세를 더 넓혀나가야 한다. 자본주의 이윤 논리는 현대의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의 투쟁은 SNS를 통해 쉽게 모이고 쉽게 흩어지는 경향이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중들의 불만은 누적되지만 그 불만을 어떻게 해결하고 권리를 쟁취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곳이 없거나 그러한 곳들의 주도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강한 자발성과 약한 지구력을 보이는 게 현 시대의 투쟁의 모습이다. 특히 직접적인 생존권이 아닌 다른 사안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현재 한국 사회는 파병에 대해서 과거 이라크 파병 반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너무 조용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만 움직였기 때문에 여론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 한국 사회운동의 힘이 대중들을 조직하지 못할 정도로 이라크 전쟁 때보다 더 움츠러들고 약해졌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이런 때야 말로 민주적 전위의 힘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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