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120호 5.18광주의 고통이 오버랩되는 국가의 폭력

은영지 ㅣ 평화 활동가

5월 28일 밤 9시부터 29일 아침까지 국가폭력에 의해 침탈당한 소성리는 전쟁터였다. 다시 생각해도 오금이 저려오고 분노가 꿈틀거렸던 긴 시간들이었다. 경찰 1만명과 150대의 경찰버스가 떼로 몰려와 불과 100명도 안되는 주민과 연대자들을 제압하고 짓밟은 야만의 시간들이었다. 단순히 공사장비 하나 들어오는데 이렇게 대규모 기습적으로 전쟁치르듯 하는 이유를 처음엔 아무도 몰랐다.

“수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하라고 말해놓고 저것들은 지키지 않는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제가 문재인을 찍었지만… 비겁하다.”
이종희 위원장이 분노를 했다.
“방역당국에 신고 좀 해주세요. 경찰이 방역을 지키지 않는다.” 강현욱 원불교 교무가 외쳤다.

밤 11시 무렵, 전투경찰이 무장한 채 들어오고 다리밑 여기저기에 매트리스가 깔리기 시작했다. 뭔가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고 얼마 안 가 ‘사드가 추가배치’된다는 걸 알았다. 기습적, 불법적으로 사드를 수송하는 작전 수행을 위해 밤 10시 조금 넘자 들어가는 길목을 다 막고 소성리를 완전 고립시켰다. 용봉삼거리 뿐만 아니라 김천쪽으로 들어오는 산길과 홈실, 월명리쪽으로 들어가고자 했던 연대자들 역시 다 차단당했다.

경찰들과 경찰버스들이 그렇게 막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까지 경찰과 대치하고 싸워야 했다. 그들은 이미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무법자였고 점령군이었다.
5.18 광주의 아픔이 떠올랐다. 40년이 지났지만 저마다 5.18의 가슴앓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5월의 끝자락에 성주 소성리가 광주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 협의 한 마디없이 폭력적인 군사작전으로 사드를 기습배치하여 또다시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문재인 촛불정권이었다.

이미 28일 낮쯤 성주골 여기저기에 수상한 경찰병력이 몰려오는 상황이 포착되었다 한다. 낌새를 직감한 소성리 상황실이 관계자와 몇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으나 다 불통이었고 저들은 소성리를 고립시켜 칠흙같이 어두운 야밤에 침탈하려고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소성리에 들어가고자 하는 연대자들을 차단시킨 가운데 진밭교에선 경찰들이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완력을 써서 끌어낸 후 사드 반입을 수행하고 있었고 소성리 밖에서도 경찰들이 지나가는 차량들과 연대자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구미로 가려는 차 한 대가 용봉삼거리에 진입했다. 경찰들이 번쩍거리는 야광봉을 휘두르며 차량 운전자에게 가더니 “주민들 집회 때문에 못 지나갑니다. 다시 돌아가세요.”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그 운전자는 “우씨~ 또 집회야? 왜 맨날~ ” 하면서 대뜸 짜증을 냈다.

근처에서 듣고있던 우리들은 경찰의 거짓말에 화가 나서 “아저씨~ 주민들이 집회를 하는 게 아닙니다. 경찰들이 떼지어 와서 저 난리를 피우고 있는 거예요. 경찰 말 믿지 마세요.” 라고 외쳤다. 결국 그 운전자는 뉴턴을 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고 이후에 들어오는 차량들도 경찰의 지시에 따라 돌아가야 했다.

아닌 밤중에 무법자처럼 몰려와서 공포를 조성하고 교통을 마비시킨 장본인인 경찰이 모든 불편이 주민들 탓인양 호도하고 있었다. 법 없이도 살 착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었던 무법자 경찰들. 그러는 사이에 소성리로 들어가는 엄청나게 긴 대형 군수송차량들을 지켜봐야 했다.

“요격 미사일을 옮긴 이 대형차량들은 사드발사대 특유의 장치들이 모두 식별된 완전한 사드발사대들” 이라고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책임분석관이 밝혔다. 그리고, 사드 장비 수송작전중 기지밖 어딘가로 사라진 의문의 사드발사대 3기도 목격됐는데, 이는 평택이나 오산기지에 추가 배치된 발사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만적인 사드 수송작전이 자행된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에 방문한 진밭교를 허탈한 심정으로 둘러보았다. 진밭교 아래를 흐르는 개울물도 분노를 게워내는 듯 음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진밭교 지킴이 진돗개 ‘평화’조차 더없이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반갑다고 흔드는 꼬리도 기운이 없어 보였다. 불법기지 앞 평화행동에서는, 180석이라는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보답이 사드추가 배치냐고 다들 분통을 터트렸다.

김영재 상황실 팀장은 “4년간 줄기차게 외쳤던 사드철거, 미군철수의 요구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국방부의 답변이 이거였냐”고 분노하며 “미국에 부역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도모하는 세력들에게 책임을 묻고 미군이 이 땅을 떠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외쳤다. 모두들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했고 외세에 부역하고 종노릇하는 문재인 정권을 규탄했다.

전날 싸움에 모두들 온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탈진 직전이었다. 분노를 토해내는 외침이 목구멍에서 꺽꺽거리는 이도 있었다. 마음이 비단결인 소성리의 젊은 원주민 소야 훈님은 개머시기라는 욕설을 섞어 구호를 외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민들의 분노는 달마산의 저주가 되어 미군들에게 큰 재앙을 내릴 것” 이라는 저주도 퍼부었다. 속이 다 시원했고 같이 울었다.

2020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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