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작은책> 집은 많은 데 왜 우리 집은 없을까?
허 영 구
나는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 자락에 살고 있다. 이사 온지 25년 됐다. 결혼하고 서울에서 300만 원짜리 전세에 살다가 1년 후 두 배로 올려달라는 바람에 이곳까지 흘러왔다. 첫 해에 450만 원짜리 아파트 전세에 살았다. 이듬해 주인이 집을 팔겠다고 해서 1050만원에 샀는데 여기저기서 600만원을 빌렸다. 큰돈이었다. 당시 가락동 시영아파트 소형이 1400~500만 원정도 한 걸로 기억하는데 지인이 조금만 더 보태 서울로 이사 오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월급쟁이가 1000만원을 빌린다는 것은 너무나 거금이어서 불가능했다. 또 서울에서 꼭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여름이면 외벽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빗물에 여기저기 양동이를 받쳐둬야 한다. 30여년 된 아파트인데 낡고 허술하다. 재건축조합을 만든 지도 오래됐지만 진척이 없다. 좁은 단지인데다 집주인이 서민이거나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20평을 넘는 면적에 대한 추가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집값으로는 서울은커녕 근처에 들어서는 아파트조차 살 수 없다.
그래도 자기 집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전세’가 4~5000만 원정도 하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전세+월세’로 전환되는 바람에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계약이 끝나면 경기도 외곽이나 강원도 쪽으로 밀려나야 한다. 2010년 말 전 경춘선이 개통됐는데 최근에는 특급이 생기면서 요금도 비싸지고 기존 전철횟수도 줄어들어 불편과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2010년 현재 총가구수는 1733만 9천이고 주택수 1767만 2천이다. 주택보급율은 100가구당 101.9채인 101.9%이다. 이에 반해 자가보유율은 61.3%에 불과하다. 2005년 자가보유율 60.3%에서 고작 1%가 늘었다. 자가거주율은 54.2%로 더 낮다.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살지 못하는 가구가 7.1%에 달한다. 현재 국민소득 평균 2만 달러 수준의 주택현황이다.
주택전문가들은 국민소득 3~4만 달러 수준이 되더라도 현재 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의 보수 양당 중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주택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하기야 시민운동가 박원순씨가 “집 걱정 없는 희망둥지 프로젝트”를 내걸고 서울시장에 단선되었지만 임대주택에 살던 무주택노인들이 쫓겨날 지경에 처해 있다. 반MB를 말하는 소위 민주진보인사들도 부동산에 관한 한 자기 자식들 교육문제와 함께 전혀 다르지 않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을 둘러봐도 온통 재개발과 아파트 건설현장이다. 황량한 들판은 물론이고 산골짜기마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4대강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온통 토건 국가다.
그러나 서민들은 자기 집 한 채가 없어 무주택자로 전전하고 있다. 전․월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날이 불안하다. ‘전세’에서 ‘전세+월세’, ‘월세’로 밀리면 그나마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진다. 자기 집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출금을 갚지 못해 들어가 살 수 없거나 살고 있는 경우에도 높은 은행대출금과 이자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온전한 자가보율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0 인구주택총조사 가구·주택부문 전수집계결과'에 따르면 2005년 조사와 비교해 가구 수가 9.1%(145만2000가구) 증가할 때 주택 수는 13.1%(204만9000채)나 증가했다. 늘어나는 주택은 가진 자들의 소유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서 주택의 목적은 주거가 아니라 소유이며 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투기의 대상이다.
2011년 9월 26일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 보고된 ‘매입 임대사업자 및 보유주택 수 현황’에을 보면 국내 임대주택 최다보유자는 2123가구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등록된 전국 매입 임대사업자(간이 임대사업자 제외)는 4만3133명으로 보유주택수는 23만 3250가구로 임대사업자 1인당 평균 5.4가구를 보유하고 있다. 2채 이상으로 확대하면 다주택 보유자는 훨씬 늘어난다. 경기도에 사는 한 살짜리 유아가 10가구의 임대주택을 소유하는 등 부자와 재벌들의 불법․편법 상속도 늘어나고 있다. 부자들이 많은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집과 비교할 수 없다. 서민들을 위한 소규모 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산이나 재료가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됨으로써 자원배분의 왜곡과 독점이 확대되고 있다. 주택빈곤화와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2005년 우리나라 최고 재벌 총수인 이건희는 자신의 집을 확장 공사했다. 먼저 남산의 주요 녹색벨트지역에 어떻게 그런 개인 저택이 들어설 수 있었는지는 제외하고라도 땅 한 평 없는 노동자서민들에게는 정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남산 이태원동에 자리 잡은 그의 집은 대지면적 646평에 건물면적 1033평으로 당시 공시가격으로만 74억 4400만원이었다. 공시가격이 실제보다 30~40%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가격은 1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7년이 지난 지금 시가는 더 높아져 있을 것이다. 20평 서민 아파트 83채에 해당한다.
하기야 삼성 이건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전국의 부동산에 서민 임대주택을 짓는다면 얼마나 많은 무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들에게 100억 원이라는 돈은 의미가 없다. 수천억, 수조 원을 수탈하고 착취하는 자본가들이 이런 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즐기는 것은 전혀 성에 차지 않는다. 전 국토가 자기네들 땅이니 어디서든 땅 짚고 헤엄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답시고 수천 억 원의 불법을 저지르고도 감옥에 가지 않은 범죄자 이건희를 사면해 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재벌들이 이미 평창 땅을 거의 다 매점매석했다는 거다. 정권과 재벌들이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앞장선 것은 무슨 국위선양이나 올림픽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아니라 땅 투기 해서 돈 벌겠다는 야욕임이 드러났다.
노동자 서민들에게 집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출퇴근 거리와 시간 등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그리고 잦은 이사로 인한 아이들 학교나 이웃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고층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하늘을 찌를 듯이 건설되고 있다. 가구 수보다 주택수가 많은데 실제 자기 집을 가진 가구는 60%에 불과하다. 집값이 연간 국내총생산의 2배가 넘는다. 토지와 주택의 사유화가 불평을 넘어 독점화에 이르렀다.
이제는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토지의 공개념 제도를 확립하고 과감한 공유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울에는 15평 임대주택 월 임대료가 9900원인 곳이 있다. 국가가 토지수용령을 발동한다면 건설자본과 땅 투기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1가구 1주택 정책을 펴야 한다. 집을 상품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주택문제가 복지논쟁의 핵심이어야 한다. (<작은책>, 202호, 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