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전태일 시대인가?
자본과 정권은 결국 한 노동자를 분신으로 내몰았습니다. 동지여러분! 여러분들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소박합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면서 이렇게 오랜 파업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노동한 죄밖에 없는 정해진 조합원을 분신으로 내 몬 원인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노무현정권의 노동정책입니다. 그리고 자본가의 탐욕입니다. 정부는 한국 전력공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관할 배전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권과 산하 공사, 그리고 하청업체는 구조적으로 유착의 고리로 얽혀 있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억압과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 44시간 노동과 토요일 격주 휴무 보장을 중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있다는 현실에 분노가 앞섭니다.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사용주를 구속하라며 분신한 정해진 동지입니다. 지금이 전태일 시대입니까? 1970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서 10위의 경제대국이라고 떠들어대는 이 땅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주장을 하며 분신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자본의 억압과 착취가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노무현 정권 4년 반 동안 1000여명의 노동자를 구속시켜 놓고도 모자라 이렇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몬단 말입니까?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참여정부에서 노동자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 한강 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중인 정해진 동지를 봤습니다. 너무나 처참한 모습에 고통스러워하는 동지를 보면서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짓밟힐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제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분신으로 저항한 정해진 동지의 뜻을 살리는 길이고 고통 속에서 투병중인 동지가 빠르게 쾌유하는 길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을 사용자 측에 요구합니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청와대와 노동부에 요구합니다. 사용자를 즉각 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동지들, 여러분들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힘차게 투쟁합시다.
* 저녁 9시 쯤 서울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정해진 동지가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2007.10.27, 한국전력공사 인천사업본부 배전협력업체 <주>영진전업 앞 전국건설노조 파업 130일차 집중집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