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인간사냥의 결정판을 만들어야 하나?
이 자리에 서면 항상 한국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부끄럽다. 불법체류를 앞세워 폭력적 단속을 자행한 이명박 정부와 법무부를 규탄한다. 한국경제의 가장 밑바닥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한국경제를 이 정도 성장시키는데 역할 해 온 이주노동자들을 폭력으로 단속하다니 말이 되는가?
엊그제 헌법재판소는 종부세를 위헌으로 판정하여 강남부자들에게 수 천 억원의 세금을 돌려주기로 하였다. 부자들을 위해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이명박 정부가 이제 가장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들을 이처럼 사냥하듯이 몰아붙이는 것은 폭력을 넘어선 야만이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남양주에 살고 있는 나는 어제 그곳에서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들었다. 불법체류의 약점을 잡은 사용자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몇 개월 치씩 지불하지 않아 찾아가서 항의하면 한꺼번에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끌고 나중에는 떼먹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은 밀린 임금 중 결국 5만원을 제하고 주기에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사장은 그 이주노동자에게 몇 차례 삼겹살을 사 준 적이 있는데 그 돈을 제했다고 했다.
이렇게 치졸하고 불법 부당한 대우를 받아 온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정부가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직무유기다. 이주노동자들도 노동법상 명백하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권리는커녕 이렇게 처참하게 체포하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가?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한국에서 건너간 수십 만명의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상태에 있고 일본 역시 한국에서 건너간 수 만명의 불법체류 노동자가 있다. 그 곳에서 이런 식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단속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또 단속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법을 위반하는 불법이 자행되었다.
우리는 모두 이주노동자다. 100년전, 50년 전, 10년 전에 왔느냐는 기간의 차일 뿐 모두 이주노동자다. 지금 이주노동자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힘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노동자들이다. 등록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노예사냥식 폭력단속을 행한 이명박정부와 법무부를 규탄한다.
(인간사냥 결정판 최대규모 마석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규탄 기자회견, 2008.11.14(금), 오전 11시, 목동 서울 출입국 관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