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변혁산별> 27호 "촛불외면 교섭실패 총체적 패배"
1~2면 [2008년투쟁평가] 촛불외면․교섭실패․총체적 패배
임시대의원대회 임단협 투쟁방침 결정사항 폐기
투쟁 아닌 거래와 타협의 결과 … 패배감․냉소 넘어 새로 싸워야
3면 산별운동: 치열함 약화된 지부집단교섭
[08투쟁평가] 지부집단교섭 … 눈에 띄는 경기지부 집단교섭 소정근로 209시간
4~5면 산별운동 : 원청 사용자성 후퇴시키다
[08투쟁평가] 기아차 비정규 교섭 … 비정규직 투표권마저 박탈한 교섭
6~7면 시사&노동자 : 영구 집권을 위한 방송장악
YTN투쟁을 연대해야 힐 아유 … 땡전뉴스 막기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촛불외면․교섭실패․총체적 패배
[2008투쟁평가] 임시대의원대회 임단협 투쟁방침 결정사항 폐기
투쟁 아닌 거래와 타협의 결과 … 패배감․냉소 넘어 새로 싸워야
지난 2월 25일 700여 대의원들은 ①15만 산별노조의 사회적 역할의 강화 ②15만의 산별협약쟁취, 중앙교섭 돌파를 2008년 금속노조의 목표로 결정했다.(회의자료 127~128쪽) 집행부는 15만 금속노조 출범 원년인 2007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눈 올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8개월이 지났고, 금속노조의 두 가지 목표는 ‘완전한 패배’로 끝났다. 산별노조의 사회적 역할, 즉 15만 조합원을 넘어 1,500만 노동자, 4천만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은 ‘하늘이 준 기회’였던 촛불투쟁을 사실상 외면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중앙교섭 성사와 15만 산별협약 쟁취는커녕 2007년에 이어 ‘가짜확약서’를 받아들였으며, 비정규직 5대 요구를 비롯한 15대 임단협 요구를 내팽개쳤다. 조합원들의 가장 중요한 요구였던 주간2교대제를 방치함으로써 현대차지부가 노동자의 이해를 배반하도록 하고 말았다.
촛불, 산별교섭, 임단협요구, 주간2교대라는 08년 금속노조의 4대 패배는 단순한 패배를 넘어 조합원들의 금속노조에 대한 냉소와 패배감으로 이어졌고, 금속노조는 식물노조와 다름없는 상태에 빠지게 됐다.
①비겁한 금속노조의 촛불항쟁 외면
5월 2일 10대 어린 소녀들의 가녀린 손길로부터 시작된 촛불항쟁은 5월 24일 청계광장을 넘어 밤샘 가두투쟁으로, 청와대 코앞까지 진격한 5.31 항쟁과 6월 6~8일 72시간 연속투쟁, 6.10 항쟁까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금속노조는 5월 15일 64차 중앙위원회에서 확대간부파업, 잔업거부, 파업에 준하는 공동행동 등이 제안되었으나 ‘현장정서’를 핑계로 모두 거부됐고, 한 달이 넘도록 전국노동자대회 등 간부투쟁조차 하지 않았다.
금속노조에게는 5.29 장관고시 시점, 6.10 국민총파업, 총파업 찬반투표 후 6.16 화물연대 총파업, 6.24~25 관보게재 총파업이라는 네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지도부는 끝내 온갖 핑계를 대며 이를 외면했고, 임단협 합법파업인 7월 2일에서야 ‘꾀죄죄한’ 2시간 파업 흉내만 내고 말았다. 비겁한 금속노조와 노동운동의 외면 속에서 두 달을 타올랐던 촛불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고, 무덤 앞까지 몰렸던 이명박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②15만 중앙교섭의 완전한 실패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은 ‘중앙교섭 참가 약속’이 아니라 ‘중앙교섭 성사와 산별협약 쟁취’였다. 즉, 지난 5년 동안 사용자단체와 합의한 ‘중앙협약’과 올해 중앙교섭 요구안을 포함해 15만 사용자들과의 중앙교섭을 통해 산별협약을 체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완전히 폐기하고, ‘2009년 중앙교섭 참가 약속’도 아닌 ‘제2의 확약서’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사용자단체 가입을 제외한 기본협약 합의와 산별협약 중 사업장 단협 수준 이하만 합의한다는 내용인 ‘GM대우차 중앙교섭관련 의견접근(안)’을 단 한번의 투쟁도 하지 않았던 6월 28일 2차 쟁대위에 제출해 승인을 강요했다.
지역지부 지부장들이 강력히 반대했고, 많은 지역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의견접근안을 폐기하라고 의견을 모았으며, 지회장 서명운동까지 벌어졌으나, 지도부는 승인을 강행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이보다도 더 후퇴한 사실상의 ‘중앙교섭 거부’에 합의하고 말았다.
③중앙교섭 15대 요구안의 실종
금속노조는 7월 16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교섭마저도 15대 요구안 대부분을 의미없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교육시간, 노동안전, 원하청불공정거래 등은 현장 최저수준이거나 의미없는 내용이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비정규직 단계적 정규직화, 비정규직 포함한 총고용보장, 하청업체변경폐업시 합의사항 승계 등 가장 중요했던 비정규직 5대 요구안은 단 한 가지도 관철되지 못했다. 살인적인 물가폭등의 시기에 최저임금은 고작 5만원 올리고 말았다.
금속노조는 2003년 ‘기존임금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 2004년 ‘손배가압류 금지’와 금속산업최저임금, 2005년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노조활동 보장, 2006년엔 해외공장ㆍ신기술 도입시 노사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정갑득 집행부가 들어선 2007~2008년 중앙교섭은 사용자단체에 농락당하고, 금속노조의 정신마저 훼손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④주간연속2교대제 회피와 방치
심야노동을 철폐,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를 핵심으로 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현대-기아차 정규직을 넘어 15만 금속노조, 나아가 금속산업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당연히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의 공동투쟁을 통해 총자본과 총노동의 전선을 만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에 현장발의로 상정된 주간2교대 중앙교섭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현대와 기아, 지역지부가 주간2교대제를 가지고 따로 싸우도록 방치함으로써 15만 조합원의 이해를 외면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주간연속2교대 의견일치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시간을 주간1조 8시간, 주간2조8시간+잔업1시간으로 변경하면서 생산량은 주야2교대의 10시간+10시간 물량을 맞춘다고 합의한 점이다. 1차 투표에서 현대차 조합원들은 61.2%라는 사상 최대의 반대로 부결시켰고, 결국 현대차지부 사퇴라는 결과까지 낳았다. 주간2교대 투쟁의 패배는 현대차만의 패배가 아니라 금속노조의 패배이며, 현대차 지도부만이 아니라 금속노조가 책임져야 할 내용이다.
투쟁이 아닌 거래와 타협의 결과
금속노조의 2008년 임단협 투쟁은 이렇게 패배했다. 4대 투쟁 패배의 원인은 간단하다.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투쟁에 당당하게 떨쳐 일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갖은 핑계로 투쟁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폐기하고, 투쟁이 아닌 타협과 거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중앙교섭에 나오고 금속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았을 때의 비용이 더 많이 들었을 때 뿐이다.
관료적 산별노조가 아닌 변혁적 산별노조, 거래와 타협이 아닌 투쟁하는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패배감과 냉소를 벗어던지고 현장에서부터 다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